김송배 시인이 만난 문인 . 51
심도 정득복 시인
심도(心道) 정득복(鄭得福) 시인은 우선 성격이 활달해서 선후배 관계없이 잘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담론도 나눈다. 그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문협 대학로 시절 어느 행사장에서라고 생각되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이준영, 허 유, 유경환, 장윤우, 김종원, 박이도, 신세훈, 강계순, 박정희, 이우석, 이동식 시인들과 만나는 명동의 ‘시인회의’ 동인들의 시낭독회에서였다.
그때 나는 시에 목말라할 80년대 초반, 명동에서 이동식 시인이 경영하는 까페 ‘설파’에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3시에 많은 시애호가 독자들과 참관 시인들이 모여서 시낭독과 노래 등으로 시의 생활화와 시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하는 시운동이었는데 거기에 많은 관심으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그는 훤칠한 키에 미남형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구사하는 경남 하동 출신이다.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에 『자유문학』지에 작품 「폐허의 종」, 「枯木」이 이산(怡山) 김광섭(金珖燮)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날개 찢어진 거리를 헤매이면 / 지울 수 없는 肉身의 時間들이 / 휙 - 바람을 따라 / 配列의 空間에 멎는다. / 黑太陽의 點點을 본다. // 山은 山 / 바다는 바다 / 出發은 조각 흩어진 終末의 意味 / 意味를 喪失한 單語의 群像. // 그것은 하나의 / 어깨 흔들림의 잔 울음 / 어쩌면 虛를 잔뜩 움켜 쥔 姿勢로 / 空地를 무수히 선회한다. // 意味 있는 것과 / 意味 없는 것의 메아리 출렁임에 / 너는 너의 목을 겹쳐 두고 / 떨어져 나오는 倦怠란 폭포의 벼랑아래 서서 / 세찬 意味의 後孫이라 생각하면 // 그들은 한번이나마 / 하늘을 본 虛勢로 / 浮刻의 行列마냥 / 보이지 않는 메아리의 交響을 듣는다.
그의 등단 작품「폐허의 종」전문이다. 김광섭 시인은 ‘정군은 몇 편의 시를 보냈는데 그 전체에 확실히 어떤 시적 체취가 흐르고 있다. / 그것이 정군의 시에 대한 소질감이 느껴진다. / 그러나 우리가 문제시 하는 것은 소질이 아니고 이루어진 시라는 것을 정군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이 「폐허의 종」 밑바닥에도 그 소질이 있는데 표현된 것이 미성하기 때문에 시상이 읽는 사람에게 통각적(統覺的) 작용을 하는 힘이 부족하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고 느낀 것은 있는데 또 거기에 독특한 점도 있으나 분명히 파악되지 않는다. /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에의 소질이 있음을 아끼고 그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추천한다.’는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이 심도 시인은 학생때부터 시인의 기질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 無限大로 서서 / 意識하기 훨씬 아래 / 存在로 서 있음이여- / 이 세상 온갖 일들을 다 겪은 / 오직 하나뿐인 眞實을 나르며 / 그 바위를 두드리며 깨우치려 / 다니는 / 한 가난한 나그네이요.
--「詩人」전문
그는 ‘우리들은 이 우주를 가득히 메우고 있는 모든 존재자와 만나고 헤어져야 합니다. 우리들은 만나는 기쁨과 헤어지는 슬픔을 동시에 갖고 있는 유일자입니다. 그것은 사람만이 홀로 간직하고 있는 외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심정이 어떠한가를 , 이별이, 고독이, 쓸쓸함이, 괴로움이, 아픔이 또 그 반대의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만한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시인은 이를 찾아내야 합니다. 나는 이 일에 끊임없는 힘을 쏟겠습니다.’라고 ‘시인’에의 작품과 정신에 대한 교훈을 그의 시집『나의 밤을 아침이 깨우나니』(1987. 문학예술사 발행) ‘시인은 말한다’에서 당당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에게는 설파 시인회의 동인인 장윤우 시인이 작품 해설「사랑과 님과 바람의 대위법」을 통해서 ‘비교적 과작(寡作)인 정득복의 드물게 보는 개성의 <도시적 촌스러움>이 오히려 시의 발가벗음으로 솔직히 다가옴을 느꼈다. 거친 시밭을 가꾸는 촌부(村夫)로서의 그는 유형화 모형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골을 열심히 파나간다. 그렇기에 싱싱하고 청정한 소출을 그만이 얻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그의 시세계를 잘 일러 주고 있다.
그는 (사)한국시인연대, 한국농민문학회, 한국문인산악회, 국제펜한국본부, 현대시인협회 회원과 팔달문학회 고문 그리고 한국문인협회 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아서 문단 활동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시집『뿌리내리는 땅』『나의 밤을 아침이 깨우나니』『바람부는 언덕에 생명을 불 당기려』『첫 사랑』『하동포구』『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들』『산에 가면 산이 되고 싶다』『너무나 고운 님』등을 상재했다.
이러한 작품들이 인정되어 경희문학상, 성호문학상, 팔달문학상, 한국농민문학상을 수상하도 문예진흥원 우수창작기금을 수혜하는 영광도 가졌다. 또한 그는 국가공무원으로서 건설부, 내무부, 경기도청에 다년간 근무하고 경기도 안산시 보건사회국장으로 정년퇴임하였다.
그는 제7시집을 펴낸지 15년만에 출간한 시집『너무나 고운 님』‘서문’에서 ‘나는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의지가 굳세고 야망에 가득찬 패기에 찬 젊은이들이 인생을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의욕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작가들의 좋은 작품에서 감흥과 감동을 받아 미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자신의 개성이 나타나는 독창적인 인생을 계발해 나가기를 바란다. 더욱이나 자신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어 나아가는데 한 계기와 출발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는 그의 인생과 문학에 대한 감회(感懷)를 밝히기도 했다.
시인에게 세상의 갖가지 복을 내리소서 / 마음이 풍요하고 세상살이 어눌한 시인에게 / 바다 이야기로 수백억 수천억 한숨에 거머쥐고 / 분단 수지 아파트로 수십억 굴러 들어오며 / 로또복권당첨으로 횡재하는 / 요행과 행운이 함께 하는 / 운수대통하는 날이 오게 하소서 / 권모술수로 아첨으로 / 거짓으로 도둑질로 / 세상 온갖 나쁜 짓으로 / 이리 탈 쓰고 / 네 활개 휘젖는 / 무리들과 휩싸이지 않게 / 고고하고 청순하게 살아가도록 / 시인에게도 / 세칭 거드름 한번 피우게 / 복을 내리소서 / 마음이 풍요하고 사랑과 지혜의 뜰을 / 마냥 걷고 있는 / 시인에게 복을 내리소서
--「시인에게도 복을 내리소서」전문
그렇다. 그는 시를 위해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천혜(天惠)의 시인이다. 그는 시집『너무나 고운 님』에서
‘제4부 시인에 관하여’라고 ‘시인’에 대한 그가 간직한 평소의 소회(素懷)들이 잘 현현되어 있다. 작품「시인이여」「시인이 시를 써야 하는 큰 값어치」「시인의 기상」「시인의 마음은 여리며 크고 높아」 「시인의 기쁨과 아픔」「위대한 시인」「정치도 시처럼 써야 합니다」「세상의 시인이여」 「시인이 뒹굴어야 세상이 바로 선다」「시인에게도 복을 내리소서」등으로 시인들을 위한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그는 문덕수 시인이 그의 시집『바람 부는 언덕에 생명의 불 당기려』서문에서 말했듯이 ‘정득복은 사랑 찾기, 시성 찾기 시인이다. 그의 주제가 인생이나 세계의 어떤 본질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확고한 그의 심저(心底)를 교감할 수 있다.
그는 항상 낭만적인 언술로 좌중을 유로하는 특성을 소유하고 잇다. 우스개 소리와 연애담이나 와이담에 이르기 까지 감칠맛나게 잘 구사해서 어떤 모임의 대좌에서나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 심도 시인도 세월의 그늘을 비켜가려고 애를 많이 쓴다. 팔순(八旬)을 바라보지만, 그의 기상이나 시적 상상력은 우리 후배들보다 언제나 한발씩 앞서가고 있어서 행복이다. 건강하세요. (2014. 2. 문학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