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跋文
自我 省察과 人生論的 眞實 探究 -- 道山 柳暎烈 文集 『꽃은 나비를 위하여 피지 않는다.』(假題)
金 松 培 (詩人. 前 韓國文人協會 副理事長)
1. 病魔 극복과 존재의 재확인 道山 柳暎烈 시인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려 창작한 詩, 時調, 漢詩, 古典 飜譯 등의 작품들을 모아 文集 『꽃은 나비를 위하여 피지 않는다.』(假題)를 상재한다. 그는 이미 우리 문단에서 시조와 한시의 대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원로 시인이다. 도산 시인은 필자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월간『예술세계』主幹으로 재직할 당시 2002년 9월호에 「두견이 필 무렵 두견이 우는 사연」외 2편이 신인상에 당선하여 우리 문단에 데뷔한 노장이다. 그는 필자가 KBS 방송문화센테에서 시창작을 강의하고 있을 때 만나서 그에게 시창작법과 습작에 대한 지도를 한 바 있어서 그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끈끈하게 지속되고 있다. 또한 그 당시 수강생들이 모여 결성한 ‘청송시인회’에서도 회장을 맡는 등 그의 시적 열성은 남달라서 지금까지 확고하게 交感고 있다. 도산 시인은 이미 첫 시집 『달을 놓친 새벽별』을 2005년 12월에 출판사 ‘청송시원’에서 상재하여 많은 찬사를 받은 바 있는데 그 때에도 필자가 그 시집 해설(「自我 合一과 風流의 餘白」)을 집필하여 語訥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論한 적이 있어서 필자가 그와 시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깊은 유대를 지녀온 돈독한 관계라는 점도 그냥 看過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 도산 류영렬 시인이 창작한 작품들의 결집인 문집 『꽃은 나비를 위하여 피지 않는다.』(假題)에서 수록한 작품 세계를 一瞥해보면 그의 인생 역정이 赤裸裸하게 發現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그의 인생관이 그 동안 다양하게 많은 變貌가 있었음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우선 그는 첫 시집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선비적인 기품과 더불어 풍류의 멋을 공유하고 있다. 그가 취택하는 시적 소재는 물로이려니와 주제의 천착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서정적 자아를 추구하’고 있다는 短見으로 그의 작품을 평가한 적이 있어서 그의 작품 세계는 이와 같은 지향점을 이탈하지 않고 자아의 성찰과 거기에 附隨한 인생론적인 고뇌와 갈등의 화해를 위한 詩法으로 그의 시적인 진실을 탐색하는 경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신음소리 나뒹구는 하얀 씨트는 병마의 천국 이승저승 오르내리며 생사의 길을 가르는 사자의 손길은 바쁘다
예리한 칼날로 암 덩이를 자를 땐 천하 난치難治의 암 세포도 파란 경련 일으킨다
어머니께서 삼신할머니께 빌어 주신 귀한 생명 이제 짧은 파장으로 인생을 투영한 검뿌연 필림에 다시 이정표를 그리고 병상 옆 아내의 하얀 기도는 한 뼘씩 태엽을 감는다
어느새 겨울 지난 실개천엔 잔설 삭이고 안개 핀 애린 봄 언덕 버들강아지 은빛 꿈은 물에 뜬 널빤지 옮겨 밟으며 허둥허둥 강을 건넌다. --「수술실」전문
도산 시인은 이와 같이 ‘병마의 천국’에서 동행하는 육체걱, 정신적 고뇌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신음 소리’와 ‘이승저승 오르내리며 / 생사의 길을 가르는 사자의 손길’에서 그의 心中을 헤아릴 수 있지만, 더구나 ‘예리한 칼날로 / 암 덩이를 자를 땐 / 천하 난치難治의 암 세포도 파란 경련 일으킨다’ 는 語調에서는 생명성과의 조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이 작품 「수술실」전문에서 摘示한 의식의 흐름은 바로 작품 「영혼도 아픔을 만나야 했다」중에서 ‘청진기를 멘 / 흰 가운의 의사는 / 내 가슴의 고동을 멈추게 하고 / 저승문을 가리켰다’는 어조의 噴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의 급박했던 상항들이 시적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우리들의 心境은 ‘수술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생명성이 ‘검사기록을 적은 너절한 차트는 / 저승으로 가는 한 장의 여권’이 되는 참담함으로 轉移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절박한 시간성에서도 그는 ‘종착역도 모르고 달려 온 인생항로 / 잠시 배를 멈추고 / 22995일을 걸어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본다 / 아직 할 일도 많은데 / 여기서 시동을 끌 수는 없기에 /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는 성찰의 기원에서 과연 자아와 존재의 지향은 무엇인가를 되돌아 보고 신에게 기도를 하는 정황(situation)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극복하면서 治癒된 심신은 바로 선비기질에서 顯現된 詩想을 결집하는 생애의 목적을 위해서 매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詩와의 동행이며 同居라고 할 수 있음을 看過할 수가 없을 것이다.
2. ‘고희’에 인식하는 苦海의 성찰 도산 시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체험한 고통의 갈등들이 이제는 그 인식을 통해서 明澄하게 분사한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가 수술이나 병상에서 內的으로 상당한 고뇌와 기원이 그의 腦裏에서 다양한 瞑想의 行路를 적시하면서 多情多感의 柔然한 시상의 메시지를 제공하게 된다.
고희의 고개 보며 고이 넘고 싶은 마음 틈틈이 고전 읽어 시안詩眼에 눈을 떠서 늦게야 자연을 알아보니 자연도 나를 아네. --「무제無題」전문
이제 도산 시인은 자아와 존재의 인식에서 現存의 상황과 대비되거나 대칭되는 다변적인 實生活(real life)들이 자신의 이상과 乖離가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조화롭게 화해하는 인생적인 自省이 바로 위의 작품과 같이 ‘고희의 고개 보며’ 그는 ‘시안詩眼에 눈을’ 뜨게 되며 ‘늦게야 자연을 알아보니 / 자연도 나를’ 알아보는 자연 섭리의 진리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인생이 결론적으로 자연과 同化하거나 投射하는 서정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수긍하는 시적 진실에 感化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는 작품 「多笑大笑」전문에서도 ‘부생(浮生)은 즐거움이 적다 한탄 말게나 / 천금은 귀히 알며 웃음에 소흘하고 / 웃을 일 옆에 두고는 고해를 유영(遊泳)하네 // 인생은 고해(苦海)이니 즐거운 일 많지 않다. / 욕심으로 웃음 잃고 나이 들어 감정 무뎌 / 웃을 일 보고도 못 웃으니 불상한 인생 삶.’이라는 어조로 긍정의 인식으로 우리들에게 진정한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어서 共感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나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가
나도 모른다 나를 나아주신 부모님도 모른다 점장이도 모르는 시한(時限)
그럼 삶은 무한일까? 예단 없는 종점 그것은 창조주만의 소유물........?
오직 성실한 삶만이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단지 환경을 바꿀 뿐. --「유통기한」전문
그렇다. 도산 시인이 穿鑿하는 소재나 이미지는 나의 ‘유통’기한’에 대한 의문이다. 시적 話者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육체적 筋力 그리고 정신적인 상상의 능력은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인데 ‘나도 모른다’라는 어조로 단호하게 즉답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愚問은 ‘그럼 삶은 무한일까? / 예단 없는 종점 / 그것은 창조주만의 소유물........?’이라는 진실을 吐露하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주제에 해당하는 ‘오직 성실한 삶만이 /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 단지 환경을 바꿀 뿐.’이라는 결론으로 그의 진실을 發揚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제 작품 「청산에 살리라」와 같이 ‘꽃 심고 나무 가꿔 민둥산이 푸러렀네 / 세들이 지져귀고 꽃향기 그윽하다 / 속세를 잠시 잊고 지친 몸을 쉬리라’는 인생의 순리와 자연의 섭리를 順應하면서 餘生을 살아가려는 無慾의 세계 곧 詩와의 진정한 교감을 위해서 친자연적인 삶의 방법에서 진실된 인생의 가치관을 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탐구의 一念이 넘치고 있다. 도산 시인은 이제 有閑을 즐긴다. 閑裕한 삶을 통해서 生 의 餘白을 결집하고 잇다. 그는 작품 「詩酒有閑」에서 ‘잔 들면 시심일고 시 읊으면 흥이 절로 / 시와 술 인연 맺어 한 평생 즐겼거니 / 백발에 시도 늙으니 주량마저 주는가.’라는 仙境에서 듣는 한가로운 운율로 충만된 정서의 중심축을 보여주고 있다.
3. 서정의 물결로 정화하는 시법 노산 시인에게서 心底에 내재된 詩心이나 정서의 곳간에는 순수한 서정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정서에는 순정적인 心眼들이 너무나 鎔巖처럼 이글거리고 있어서 인생문제나 시적인 지향에서도 서정성을 배재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썰물진 바닷가 시꺼먼 갯벌에 찍어둔 그리움의 발자국
고향집 감나무 위에서 가을을 만들 던 햇살은 어느새 해변으로 나려가 까만 조개 등에다 가을을 그린다
파도와 함께 노을을 세우고 색 바랜 돛대로 다가가 뻘 묻은 아낙네의 가슴에 빨간 가을을 적신다. --「해변의 가을녘」전문
이렇게 ‘해변’이라는 공간에서 ‘가을’이라는 시간을 接脈함으로써 발양하는 이미지들은 우리들의 일상과 이상의 합일에서 생성하는 고즈넉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도산 시인은 천성적으로 자연 서정시인이다. 萬有의 자연 경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에게 着木된 外的 사물은 무엇인가의 이미지와 연결되고 그 연결된 이미지는 바로 안온하고 넉넉한 주제를 창출한다. 이러한 자연들은 時空 개념에 따라서 전달되는 이미지의 추출이 서로 상이하게 현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시적인 상황의 설정이다. 이 ‘썰물진 바닷가’에서는 ‘그리움의 발자국’을 재생시킨다. 그리고 ‘고향집 감나무 위’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설정하여 ‘가을’의 ‘햇살’과 가을의 그림을 연관하는 시법은 하나의 소재에서 다변적인 이미지를 투영하여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청산은 말이 없고 물 혼자 지꺼린다 호암산 밝은 달이 노송아래 쉬어가네 망월정 높이 누워서 음상을 즐긴다 --「망월정」전문
도산 시인의 서정은 이 정형시에서도 明敏하게 승화하고 있다. 그는 현대시에도 能熟하지만 정형시(시조)에서도 一家見을 吸引한다. ‘청산’과 ‘물’의 對稱에서 획득하는 시적 悠悠自適은 그가 內包하는 시적인 성취에서 知的 滋養分의 효과를 吟味할 수 있는 많은 豫感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을 상재하면서 도산 시인은 인생의 한 劃을 매듭짓고 새로운 지향의 시법으로 다시 매진하는 계기를 삼으려는 轉機를 마련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조성하는 창조성을 계획하는 듯하다. 일찍이 프랑스의 근대 탁월한 시인으로 상징주의의 鼻祖라고 할 수 있는 C.P. 보들레르는 시는 항상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자체 속에서 理想을 쫓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는 名言에 귀를 기울일 필요다 있다. 시의 목적은 진리나 도덕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인생행로에서 七情(喜怒哀樂 愛惡慾)을 재생하는 삶의 표정에서 인식하고 성찰해서 어떤 祈願을 통한 새로운 가치관을 창조하는 淨化의 崇高한 정신의 高揚이 시의 威儀나 本領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도산 시인의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