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남동생(박광예)
빈체로오 오옥~~에취, 빈체로~~~
내게는 특별한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초중등 시절 부터 반에서 노래를 하면 시골 학교에서 구경난 듯이 동생이 노래하는 교실로 학생들이 몰리곤 했다. 노래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 교사들이 수업 후 시간이 좀 남으면 동생에게 노래를 시켰다. 그때 동생이 부른 노래는 늘 상 '비목'이었다. 어려선 목소리가 우렁차고 변성기 전까진 높은음도 거뜬히 소화했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흘러 고3이 됐다. 그 당시 교회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동생이지만, 학과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동생은 지방대학교를 그럭저럭 졸업 후 일반회사의 직원이 됬다. 동생은 태생이 성실한 사람이지만 아부나 아첨을 못 하는 성격이라 처음 회사에서 사오정이 유행할 때 사표를 내야만 했다. 좋은 회사였는데......
그 후 정말 공장 같은 회사에서도 묵묵히 일했다. 자식이 3이니 찬밥 더운밥 안 가리고 일하여 셋을 다 대학 보내고, 아이들도 착해서 사회 속에서 자기 역할을 꾸준하고 묵묵히 잘해 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은혜라 할 정도로 사는 중간중간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아내와 힘을 합쳐 잘 극복하고 드뎌 가정의 열매를 맺은 것이다.
동생은 교회 활동을 착실히 했고, 노래에도 관심이 많아 노래 연습도 틈틈이 했다. 솔직히 어려선 고음이 잘 올라가 테너가 될 줄 알았다. 성장 후에 보니 하이바리톤 이었다. 지금은 교회 성가대에서 중심이 되어 합창하며 가끔은 솔로 역할도 한다.
우리 가족은 현충일인 6월6일과 추석날 우리들이 자란 촌 동네에서 모두 만난다. 유월은 엄마 기일이 있는 달로 엄마의 묘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기도하고, 그 뒤 동생의 노래 '청산에 살리라'를 듣는다. 엄마의 묘비가 있는 산속에서 듣는 동생의 노래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로 엄마도 들으실 것같다. 그만큼 이 노래가 실감이 난다. 특히 바람이 솔솔 부는날 아무 제약없이 목청껏 부르는 동생의 소리는, 비로소 자연과 하나가 되며 완전체의 노래로 탄생하는 것이다.
회사생활로 야근까지 감행하던 동생의 몸은, 생각도 못 하는 사이 심장에 문제가 생겨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스탠스 2개를 심장에 박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내년이 환갑인데 그 와중에도 노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날 ‘페이스북’에 올라온 노래하는 영상이 이전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글쌔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네순도르마'에 도전한다면서 올린 그 노래는 당연히 버겁고 듣기에도 힘들었다.
약간 높은 바리톤 음색인 동생은 늘 테너를 부러워 하나보다. 각자 자기가 타고난 음색이 있는데, 바리톤 음색으로도 아름다운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었다. 하이바리톤이라 웬만한 노래를 소화하고 듣기 좋았다. 한국 성악가 중 김동규의 영역이기도 하다. 사이트에 올라온 그 영상보니 높은음을 내려고 얼마나 애를쓰던지. 더구나 심장에 스탠스 박고 테너도 소화하기 힘든 그런 노래를, 헉헉대고 억지로 하는 데 듣는 동안 어찌나 힘들던지.
그래서 난 결국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바리톤에 알맞은 노래하라고, 건강이 염려된다고 참견하고 말았다. 누나로서 진정 걱정이 되어서다. 본인의 음색에 맞는 노래도 엄청나게 많다. 굳이 테너도 어렵다는 노래를 택해 억지소리를 내는 것은 여러모로 마땅치 않다. 듣는 사람 부르는 사람 다 부담이 된다.
남동생이 이렇게 노래에 미련을 가졌는지는 벌써 알긴 했지만, 버거운 노래까지 하면서 자신의 특기 단련하는 걸 보니 누나로서 마음이 찔린다. 고3 때 진로를 잘 생각해서 성악과로 보냈었으면 저렇게 미련은 없을 건데, 매일 노래를 부르면서 사는 동생이 짠하다.
물론 본인은 건강하다고 말한다. 컨디션 좋을 때는 높은 음역의 노래도 잘 소화한다. 하지만 '네순도르마' 같은 최고음의 영역은 누나로서 염려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 동생은 본인에게 버거운 노래는 하지않는다. 될 수 있으면 우리는 각자에게 허락한 고유한 소리의 영역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자기의 몸에 맞는 노래를 열심히 불렀으면 한다. 앞으로 동생이 건강히 살며, 좋은 노래 많이 부르며 잘 살아가길 기도한다. 잘했어 동생.
동생아, 난 네 노래가 제일 듣기 좋단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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