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49)
● 제3장 살부(殺夫) 2회
“서문 대관인이 너한테 과일을 가지고 오라 그러던?“ 왕파가 묻는다
“아니오. 가져오라곤 안하셨지만, 내 과일을 잘 팔아 주시거든요”
운가는 정직한 소년이라 거짓 없이 대답한다.
“그럼 안돼”
왕파가 딱 잘라 말한다
“왜 안돼요? 오늘 장사를 너무 못했단 말이에요. 서문 대관인은 틀림없이 많이 사준신다구요”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라구. 그런데 너 서문 대관인이 우리 집에 계신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걸 모를까봐요. 다 아는 수가 있어요. 그런데 서문 대관인이 안방에서 뭘 하고 계시죠?”
“뭘 하긴 뭘해!. 아무것도 안하시지”
“헤헤헤...아무것도 안하시면서 뭣 때문에 남의 집 안방에 들어앉아있어요? 나도 다 안다구요. 뭘하는지...”
영리한 소년이라 이미 짐작을 하고서 찾아왔던 것이다. 운가도 서문경이 오입장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놈의 자식, 니가 뭘 안 다구. 썩 나가지 못해!”
왕파는 냅다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한 개 번쩍 쳐든다.
“이러지 말자구요”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대꾸야. 어서 나가! 썩 나가!”
“더럽게 구네”
“뭐라구! 더럽게 굴어? 이 자식이 누구한테 입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거야. 응? 나가라구!”
그만 왕파는 운가의 가슴패기를 쥐어박듯 왈칵 떠밀어 버린다. 운가는 과일 광주리를 멘 채 뒤로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가 가까스로 몸을 가눈다.
“나가! 나가!”
왕파가 다시 달려들어 밀어붙인다.
그 바람에 광주리에 담긴 과일이 좌르르 쏟아진다. 운가는 분해서 씨근거리면서도 바닥에 굴러있는 과일을 도로 광주리에 주워 담는다.
그리고 도리 없이 광주리를 메고 밖으로 나가면서 왕파를 돌아보며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 뚜쟁이 할망구야, 늙어가면서 더럽게 놀지 말라구”
“뭣이 어쩌구 어째? 저 빌어 처먹을 놈의 자식이...
에라이 호로새끼야!”
왕파는 화가 치솟아 마구 달려들어 물어 뜯기라도 할 기세로 쫓아나간다. 운가는 광주리를 멘 채 냅다 도망친다.
운가는 분했다. 아무래도 그냥 물러설 수가 없었다. 이놈의 할망구 혼 좀 나봐라, 싶으며 운가는 과일 광주리를 근처에 있는 집에 가서 맡겼다.
그리고 왕파네 집 뒷문 쪽으로 돌아갔다.
뒷문은 닫혀 있기는 했으나, 안으로 걸려 있지는 않았다. 살그머니 밀고 들어섰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가만가만 집안으로 들어가 안방 쪽으로 다가갔다.
방 앞에 두 개의 신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남자의 신이었고, 하나는 여자의 신이었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