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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치유 두번째 이야기는 "준동의 치유터가 된 요르단" 입니다.
중동의 알프스라 불리우는 요르단 병원에 관한 이야기 인데,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로 중동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곳의 병원을 찾아 온답니다. 페트라 사해등 관광자원과 의료산업이 어울려 국가의 중요 산업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데---.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무슬림 국가로, 우리에게는 국민들이 힘을 모아 독재자 카다피(Gaddafi) 정권을 축출해낸 ‘아랍의 봄’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다. 수많은 국민이 피와 땀을 흘려 쟁취하고자 하는 것을 얻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 신음하고 있다. 내전으로 병원을 포함한 상당수의 기간시설이 파괴된 터라 이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사회적인 과제로 남았다.
이와 관련, 리비아 정부는 요르단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병원비를 지급하고 자국민을 요르단 병원에서 치료받게 한 것이다. 2011년부터 2013년 말까지 아랍의 봄 사태로 부상당한 리비아인 6만 5,000명이 요르단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뿐만 아니라 예멘, 팔레스타인 등 비슷한 문제를 겪은 지역에서도 많은 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의료 관광차 요르단을 찾고 있다.
리비아 정부가 많은 국가 중 굳이 요르단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요르단은 세계적인 의료 관광지로 유명하다. 2011년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요르단은 아랍권 대표 지역인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1위, 세계적으로는 5위의 의료 관광 주요 거점으로 선정될 정도로 중동에서는 손꼽히는 의료 강국이다. 따라서 전쟁을 겪은 국가들뿐만 아니라 걸프만, 레반트,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많은 이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요르단을 찾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 자유로운 의사소통, 저렴한 가격
요르단은 중동에서는 드물게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자원 빈국으로, 한국처럼 ‘인력이 곧 국력’인 나라다. 그래서인지 주변 국가들에 비해 전공적인 지식을 갖춘 의료진이 많고 의료기술 또한 발달해, 의사를 포함한 의료기술자들이 걸프 지역에 대거 진출함으로써 상당한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심장 관련 수술, 신장 이식, 안과 분야, 신경외과 수술, 성형수술, 암센터, 치과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1 킹 후세인 암센터에서 진행하는 소아 암환자를 위한 여름캠프에서 한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 킹 후세인 암센터 건물 <출처: King Hussein Cancer Foundation> |
요르단의 의료진은 의료기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강점이 많다. 이들은 아랍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영어 실력도 능숙하므로 아랍권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까지도 관리할 수 있다. 병의 치료 경과에 대해 의료진과 통역 없이 대화 가능하다는 점이 대단한 장점이다.
요르단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후세인 전 국왕 시절부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및 교육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상당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다. 2013년 기준 요르단에는 전국적으로 총 106개의 중대형 병원과 1,322개의 보건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10개 병원이 JT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의 승인을 받은 병원으로 질적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인구 1만 명당 외과의는 26명으로 아랍권 최고 수준으로 미국에 버금갈 정도다. 인구 1만 명당 간호사는 32명으로 태국(34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구 1만 명당 약국 수는 14개로 일본(19개), 핀란드(16개)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처럼 요르단에는 의학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넘쳐나는 인력들은 주변국에 진출해 요르단 의료서비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질적으로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료비가 저렴한 것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40%, 주변 중동 국가들보다 약 10% 저렴한 의료비는 치료비 부담으로 고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요르단은 2012년 한 해 동안 의료 관광으로 15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 84개국에서 약 25만 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했다.
의료 관광지로 요르단이 각광받는 이유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안정, 저렴한 치료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온화한 기후, 풍부한 관광지 그리고 아랍 문화권의 유대감 등이 중동의 의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요르단의 힘이다.
주변국인 시리아,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으로 시작해서 그 주위의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예멘, 레바논 등이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요르단은 중립지대의 섬처럼 소요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위치적으로도 중간지대에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친아랍과 친서방(미국 포함) 성향을 가지고 있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국민의 대다수가 종교적으로 수니파 계열에 속해 있지만 타 종교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에게도 친절하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영어 구사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듯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을 이룬 덕분에 MENA 지역 환자들도 안심하고 요르단을 찾는 것이다.
한낮의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 안에 있거나 저녁이 되면 온몸 가득히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요르단의 날씨와 페트라(Petra), 사해(Dead Sea), 제라시(Jerash), 와디럼(Wadi Rum) 등 세계적인 관광지들도 중동 지역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데 한몫한다. 몸을 치료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온화한 기후를 누리고 관광지를 보고 즐기며 마음까지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르단이 아랍 문화권이라는 점은 중동의 의료 허브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중동에서 북아프리카에 길게 걸쳐져 있는 아랍 문화권(통상적으로 이 지역을 아랍 월드(Arab World)라고 부른다)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 지역을 벗어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언어 장벽은 물론이요, 다른 문화권으로 여행하면서 이슬람교의 까다로운 규율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요르단이 아랍 문화권인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요르단은 다른 아랍 국가에 비해 개방적이기 때문에 아랍 문화권이면서도 비교적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의료서비스는 물론, 피부 관리까지
많은 사람이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요르단을 찾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피부에 좋기로 유명한 사해와 마인온천(Hammamat Ma’in)이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 서부에 나란히 있는 사해와 마인온천은 둘 다 바다 밑에 위치해 있다. 사해는 해저 약 400m, 마인온천은 해저 약 200m 정도에 있다. 다른 기체보다 무거운 산소의 특성 때문에 이 두 지역에는 공기 중 산소가 매우 풍부하다.
사해는 몸이 뜨는 바다로 잘 알려져 있다. 소금의 농도가 일반 해수에 비해 수 배나 높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앞에서 대부분의 관광객이 탑을 손으로 받치는 포즈로 사진을 찍듯,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저마다 물 위에 떠서 책을 읽는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실 의료 관광객들을 위한 매력 포인트는 다른 데 있다.
사해 해수에는 삼십여 가지의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그중 열두 가지가량은 사해에서만 발견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 머드는 피부 노화 방지, 피부 노폐물 제거, 아토피 등 피부 치료에 효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 활성화와 관절통 등에도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사해는 고대부터 왕족들의 목욕터로 유명했으며, 세계 최초의 스파가 존재했던 곳이라고도 한다. 해수에 몸이 뜨기도 하지만, 이곳에 몸을 담그면 실제로도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인온천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세계 유일의 폭포수 온천 형태인 마인온천은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려 즐기는 일반 온천과 달리 위에서 떨어지는 온천수를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형태가 가능한 이유는 마인온천이 지하와 같은 높이에 있기 때문이다. 마인온천은 해저 200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온천수는 40~65도가량의 온도를 유지한다. 현무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곳의 온천수에는 다량의 황염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병 치료 및 피부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폭포수의 압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폭포수 아래 있으면 뜨거운 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고, 폭포수 뒤쪽으로는 천연 동굴이 있어 천연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그 자체로 자연이 내린 목욕탕인 것이다. 이 같은 효능 덕분에 마인온천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피부미용에 관심 있는 현지인도 많이 찾는다.
의료 관광의 파급 효과와 미래
의료 관광만으로도 요르단은 큰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관련 산업은 물론 의료 목적으로 요르단을 찾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숙박업, 요식업, 운송업 그리고 관광 산업 등이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요르단이 의료 관광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 인프라 및 병원 구축은 주로 정부, 대학 등에서 주도하지만 사립병원들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요르단 정부에 따르면, 2012년 병원 수의 57%를 사립병원이 차지했으며, 이들은 요르단 의료 산업의 31%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립병원에 대한 국내 및 해외 자본가들의 투자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병원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금으로 설립된 아랍 메디컬 센터(Arab Medical Center)가 있다.
사립병원들은 대부분 요르단 사립병원협회(Private Hospital Association, PHA)에 속해 있다. 요르단 사립병원협회는 투자 활성화, 첨단 의료장비 도입, 선진 의료시스템 도입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OTRA 암만 무역관에서는 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11월 요르단 사립병원협회 대표 및 중동 지역 7개국 의료 관련 바이어들을 초청해 세미나, 상담회, MOU 등을 종합한 ‘u-헬스 플라자(u-Health Plaza) 2013’을 개최했다.
요르단 정부도 의료 산업 부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 89%만 혜택받고 있는 의료보험을 100%까지 확대하고, 의료시설 개선, 병원 인가 프로세스 개선,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에 힘쓰는 등 의료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자국민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 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남다른 의지 덕분에 의료 관광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르단이 중동의 의료 관광 허브로 부상한 데는 여타 유리한 조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 산업 자체의 발전이 지지대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이다. 의료 산업의 발달로 의료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그 관광객들이 다시 의료 산업 및 요르단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자체 요인과 외부 요인에 의해 요르단 의료 산업은 매년 10% 정도 성장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는 한국의 의료 산업이 거대 중동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요르단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