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백영희
달이 어머니의 기억을 삼켜
물의 길에 앉아 곳곳에 토악질을 했다
무의식은 하얗게 성에가 낀
뇌를 흔들어 새로운 판을 짜며
어제의 이름들 불안한 색깔이 된다
오리의 혓바닥이 꼭꼭 숨은 기호를 찾아
징을 치며 물밑을 훑어
세월에 삭힌 애증을 심는다
몸과 마음을 정지시킨 시간
식욕의 본능을 일깨우려
어머니는 알약을 삼킨다
파란색을 품은 달은
지장경 싹이 턴 비상구를 찾는다
지주의 막내딸인 어머니
진흙에 파묻힌 몸을
날렵한 손으로
딸의 마음을 하염없이 두드린다
물속의 달에게 손가락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람쥐 응답하다
겨울 연가의 빛을 줍느라
기웃기웃 발걸음 느린 사람
길이 비좁다
남이섬을 점령했던
중국어로 줄선 깃발들
마지막 배가 가평으로 몰아냈다
저녁놀이 가져온 정적
밤이 여자를 안았고
남이섬의 강 건너 산책길에서
추억을 끌어내
꽃들의 그리운 소리가 강으로 흐른다
승냥이 새끼를 잃은 어미의 투명한 울음과
타조에 돌멩이를 던지는 아이들
낮 동안 숲이 간직한
탱탱한 이야기들
북한강 정한루 별장의 다람쥐가
새콤한 햇살로 응답하다
카페 게시글
◈ 2024년 사화집 원고방
제 24호
백영희 - 당신은 누구십니까 외 1편
권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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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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