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엔 정말 작은 학교가 많습니다. 도시에서라면 한 학급도 안될 적은 인원 15명이 전교생인 청안중학교. 그래서인지 학년이 서로 달라도 격의없이 서로 친근해보이네요.
청소년을 만나면 반갑지만 한편 어렵기도 합니다. 특히 중학생들은 대개 무표정하고 책을 읽어줘도 드러나는 반응이 조용해서..ㅎ...그렇다고 해서 싫은 건 아니고 정서적인 감응은 있는데 드러나게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저만 혼자 유별나 보이는 걸 꺼리는, 독특한 반응을 보이면 비웃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집단적 자의식 같은 게 있지않나 싶기도 하고요. 이런 복잡한 마음들이 무표정의 가면 아래 숨겨있을지도 모른다...뭐, 저만의 생각입니다.
요즘 특히 중학생들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어서요.
어쨌든 이런 중학생들은 몸과 손을 쓰는 체험학습이 좋은 거 같아요. 이날도 "내 인생의 책꽂이"를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고른 책 한 권씩 담아갑니다.
시집도 골라가고, 한 친구는 그림책을 고른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평소에도 그림책을 좋아하는 친구라고 합니다.
한 친구는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약초도감"을 고르면서 몸이 아프신 할머니께 갖다드리고 도움되는 약초를 알아보시라 해야겠다 말하네요. 일기처럼 추억을 기록하고 한 장 한 장 접어서 하트가 되는, 만드는 책을 고른 친구도 있었고요.
들어설 땐 무표정하고 뚝뚝하던 친구들이 한아름 들고 책방 문을 나설 때는 장난기 가득한 천진한 얼굴이 되어 인사하고 갑니다.
오늘 함께 못한 친구들 것까지 책방 공책을 챙겨주었습니다.
어두운 시절이 아니라, 즐거운 중학생 시절을 보내기를 바래봅니다.
첫댓글 이런 삶이...마냥 부럽다....그림책을 좋아하는 친구랑, 할머니를 생각하는 친구랑 참 이쁘고 멋지네요...그런 친구들속에 내 딸도 섞여있음 좋겠는데....공부에 미쳐있는 것보다 맨발로 흙에 뛰어다니는 머리엔 넝클이 있어도, 뭐 그렇다고 공부에 학원에 숨막혀 살고 있지 않지만....^^;;; 요즘은 자꾸 내 어릴쩍 친구들과 해가 넘어가도록 뒷산이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놀던 그때가 자꾸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