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Metaverse 元界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다. 이미 왔다. 메타버스는 컴퓨터 과학을 이용하여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가상 세계다. 기존의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몇 가지가 다르기 때문에 메타버스로 불리게 되었다. 메타버스는 개념이면서 어휘이므로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의 meta는 고대 그리스어 μετά(metá)가 어원이다. 고대 인도유럽어에서 메타는 ‘~의 중간에’, ‘~의 뒤에’, ‘~를/을 넘어서서’,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이다. 이후 메타는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의 뒤에 있는’의 의미가 첨가되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현실은 자연인 피직스(phusikós)다. 여기에 ‘메타’가 결합하여 메타피직스 즉 ‘자연의 뒤에 있는 것’, ‘자연을 넘어서는 세상’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한편 ‘버스(verse)’는 라틴어 ‘바뀌다’, ‘변하다’를 의미하는 vertere가 어원이다. 여기에 하나(uni)가 결합하여 ‘모두가 하나로 바뀌어 함께 하는 세계’인 유니버스(universe)가 되었다.
메타버스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메타버스는 현실의 유니버스(universe)를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현실과 초현실의 두 가지 세계개념이 복합된 혼합현실이다. 메타버스는 독립적 공간이지만 현실세계의 주체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메타버스는 ‘메타 + 버스’ 즉, 메타의 상태로 변화한 세계라는 의미다. 이것은 자연인 피직스(phusikós) 상태가 초자연의 메타(metá)로 변했다는 뜻이다. 이때 메타버스는 ‘메타의 버스’ 즉, 현실이 다른 세계로 바뀐 가상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개념이 조합된 메타버스는 컴퓨터 환경이 만든 3차원(3D)의 초현실 가상공간이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데카르트좌표 [x,y,z]가 성립하는 독립된 절대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아직 시간(t)을 결합한 4차원의 시공간(spacetime, x,y,x,t)은 아니지만, 메타버스의 시간이 축적되면 시공간의 4차원 가상현실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세 번째 메타버스가 생겨난다. 셋째, 메타버스는 인간이 창조한 가상세계다.
종교와 철학에서도 가상세계나 초현실세계에 관한 논의를 해왔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형이상학(Metaphysics)은 ‘자연의 다음, 물리학을 넘어, 존재하는 원리와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이다. 이와 달리 메타버스는 플라톤 형이상학이나 데카르트의 몸과 마음의 이원론과 다른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인간이 몰입하는 가상공간인 동시에 컴퓨터 환경[Infra]인 물리공간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원리와 본질이 아니라, 인간이 구성하고 인간이 주체가 되는 가상공간이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현실을 토대로 하지만 현실과 다르면서 현실과 상동적인 초현실세계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누가 왜 창안했을까? 메타버스는 과학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1992)에 나오는 개념이다. 메타버스의 공간은 이렇다.
그들은 빌딩들을 짓고, 공원을 만들고, 광고판들을 세웠다. 그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들도 만들어 냈다. 가령 공중에 여기저기 흩어져 떠다니는 조명쇼, 삼차원 시공간 법칙들이 무시되는 특수 지역, 서로를 수색해서 쏘아죽이는 자유 전투 지구 등.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들은 물리적으로 지어진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아바타(avatar)다. 현실의 인간은 가상의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없다. 인간이 자기를 대리하는 아바타(化身)를 설정하면, 그 아바타들이 독립적 삶을 산다. 메타버스는 스티븐슨이 처음 사용했지만, 이와 유사한 가상공간은 <매트릭스(Matrix)>, <인셉션(Inception)>을 비롯한 영화에서 구현되었으며 보드리야르(J. Baudrillard, 1929~2007)의 시뮬라시옹에서 그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시뮬라시옹의 세계는 독립적인 하이퍼리얼(hyperreal)의 세계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이지만 현실과 공존하기도 하고 현실을 대치하기도 하는 역동적 공간이다. 메타버스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영화 <매트릭스>는 인공지능(AI)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원래 현실로 귀향하려는 몸부림을 다룬 작품이다. 이와 달리 메타버스의 공간은 수동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메타버스의 주인공으로 사는 능동적 공간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세상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의 가상세계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더 현실적인 일들이 가능하다. 이점 때문에 메타버스로 인하여 인류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픽 기술, 오감을 그대로 느끼는 감각센서를 포함한 기술 장치가 개발되면 무궁하고 무한한 가상공간이 펼쳐질 것이다. 한편 가상화폐나 컴퓨터게임과 마찬가지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 경제활동, 범죄, 갈등, 인간 존재, 윤리, 소유권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김승환)
*참고문헌 Neal Stephenson,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 김장환 역, (새와 물고기, 1996).
*참조 <가능세계>, <공간>, <기호 가치>, <동굴의 비유>, <리얼리즘/실재론[철학]>, <사실>,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 <시간>, <시공간>, <심신이원론>, <양상실재>, <인공지능 AI>, <재현>, <증강현실>,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