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똑똑 낙숫물 소리 정겹다. 어디서 저토록 맑은 음향이 날까? 열린 창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기그릇 하나 업혀 있다. 그 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청량한 소리가 난다. 어찌 들으면 목탁 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새 소리 같기도 하다. 골짝 물소리와 합쳐져서 묘한 음색을 낸다.
좀 전에 닭 한 마리를 숲에 던졌다.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울 만치 묵직한 암탉이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시장 한 바퀴 돌고, 개 사료를 사서 집에 왔더니 오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수탉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울었다.
그래, 어제도 알을 안 냈지? 싶어 닭 모이를 주고, 알을 내려갔다가 컥컥 숨이 넘어가는 암탉을 알자리에서 꺼냈다. 이걸 어쩌나. 입에서 피가 뚝뚝 흐른다. 털 속을 헤집어도 보고, 모가지 아래를 더듬어 봐도 알 수가 없다. 분명 뭔가가 물긴 한 것 같은 데. 외적으로 상처가 없다.
조막 개 두 마리가 침을 흘리며 구경을 한다. 저 녀석들 짓인가? 아님 족제비인가? 어젯밤 개들이 성가시게 짖어 대는 바람에 잠을 설쳤더니 그 때 그랬던가? 아직 숨이 다 끊어지지는 않았다. 닭을 들어다 높은 통 위에 올렸다. 온 몸이 푸르죽죽하다. 짐승의 독이 몸으로 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벌써 지네가 기어갔을 지도 몰라. 지네 독이 퍼진 건 아닐까?
버려야 하나, 잡아서 먹어야 하나.
시장에서 사 온 닭은 삼계탕을 끓여도 맛이 없다는 아이들 생각을 하면 이 닭을 깨끗하게 장만해 놓았다가 끓여 주고 싶긴 하건만 왠지 께름칙했다. 산 닭이라면 잡을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아까운 걸 어쩌지? 남편이 있다면 알아서 해 줄 텐데. 그 놈의 남편 타령은 죽지도 않는다. 정말 난 남편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란 말인가.
하지만 저걸 어쩌지?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자꾸만 눈앞에 어룽거리는 아이들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내게도 해당되는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시작해 보자. 집에 들어와 큰 솥에 물을 부어 가스 렌지 위에 오려 놓고, 고무장갑을 끼고 칼 대신 부엌 가위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비는 지긋지긋하게도 오는 중이다.
남편이 닭을 잡던 광경을 수도 없이 구경 했으니 거의 죽은 닭 한 마리 못 잡으려고. 피 먼저 빼야지. 개들이 닿지 못하게 높이 올려 두었던 닭의 목에 가위를 대고 눈 찔끔 감고 쿡 잘랐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리곤 집에 들어와 끓고 있는 물을 큰 다래기에 부어 밖으로 내 갔다. 닭을 뜨거운 물 속에 넣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털을 뽑다가 구역질이 났다. 도저히 안 되겠다. 결국 반쯤 익힌 닭을 숲으로 던졌다. 개 두 마리 신나게 달려갔다.
그 즈음 아이들이 학원에서 걸어왔다. 닭과 실랑이하는 바람에 아이들 마중 가는 시간을 놓친 탓이다. 십리를 걸어 온 아이들의 입이 뿌루퉁하게 튀어나왔다.
결국 내 입에선 '야들아, 짜장면 먹으러 가자.'소리가 나왔고 아이들 입에선 '엄마, 통닭 사 줘!' 소리가 나왔다.
"우엑!"
나는 헛구역질을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짜장면! 오늘은 짜장면으로……."
첫댓글어릴 때 어머니가 닭 잡으실 때 옆에 앉아서 털뽑던 생각이 나네요. 암탉은 몸 안에 노란 씨앗 알을 조랑조랑 매달고 있던 일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그 노랑이 얼마나 선정적인지 지금도 샛노랑을 보면 그 알들이 생각납니다. 왠지 한동안 닭고기 멀리하게 될 것 같네요.^^__
혜영 님은 늘 유별하다니까요. 남들은 집에서 내 손으로 하는 음식은 조리하면서부터 냄새 다 맡고 해서 맛없다고 투덜대는데...물론 옆의 사람은 그렇게 직접 해 주는 것이 좋다지만 말이에요. 얼마나 맛 있게 요리하는지 먹어 봤어야 알지요. 모두 뻥 아닌지 몰라...아하, 이건 농담. 약을 올려야 국물이라두 있지 않을까 해설라무니...
ㅋㅋ 푸름살이 읽으면 더 잼 있다는데.ㅎㅎ 농담이구요. 거북샘, 닭이요 털을 발갛게 벗고 달리기 하는 것 보면 기가 막혀요.ㅋㅋ 남자들 둘이서 달 잡는다고 달리는 광경 상상만으로도 끝내줘요. ㅎㅎ 저 음식 못해요. 원래 글쟁이들은 뻥이 세잖아요. 내 남자 마누라 기 죽이는 주 특기가 '아무데서나 소설 쓰지 마라.'ㅋㅋ
첫댓글 어릴 때 어머니가 닭 잡으실 때 옆에 앉아서 털뽑던 생각이 나네요. 암탉은 몸 안에 노란 씨앗 알을 조랑조랑 매달고 있던 일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그 노랑이 얼마나 선정적인지 지금도 샛노랑을 보면 그 알들이 생각납니다. 왠지 한동안 닭고기 멀리하게 될 것 같네요.^^__
어제가 초복이잖아요. 삼계탕 타령 했더니 먹으러 가자네요. 맛있게 먹긴 했는데. 어째 속이 찝찝해요. 맛 없어. 나가 먹는 음식, 내 손이 내 딸이라고. 내 손으로 해 먹어야 맛있는데. 하기 싫으니 이것도 병이야. 엉가 반가워요. 근데 어디 숨었던 거우?
혜영 님은 늘 유별하다니까요. 남들은 집에서 내 손으로 하는 음식은 조리하면서부터 냄새 다 맡고 해서 맛없다고 투덜대는데...물론 옆의 사람은 그렇게 직접 해 주는 것이 좋다지만 말이에요. 얼마나 맛 있게 요리하는지 먹어 봤어야 알지요. 모두 뻥 아닌지 몰라...아하, 이건 농담. 약을 올려야 국물이라두 있지 않을까 해설라무니...
ㅋㅋ 푸름살이 읽으면 더 잼 있다는데.ㅎㅎ 농담이구요. 거북샘, 닭이요 털을 발갛게 벗고 달리기 하는 것 보면 기가 막혀요.ㅋㅋ 남자들 둘이서 달 잡는다고 달리는 광경 상상만으로도 끝내줘요. ㅎㅎ 저 음식 못해요. 원래 글쟁이들은 뻥이 세잖아요. 내 남자 마누라 기 죽이는 주 특기가 '아무데서나 소설 쓰지 마라.'ㅋㅋ
그 속에 잠겼드랬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