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장 "구이민의 하인은 품에 편지를 챙겨 상하이로 가기 위해 성문을 나섰을 때 남루한 옷차림의 북쪽 출신 남자 넷이 낡은 수레를 끌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수레에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392p 그 때 어떤 사람이 수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무슨 병에 걸렸느냐고 물었다. 그 말은 곧장 알아듣고 북쪽 남자들이 대답했다. "죽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수레 속 시신을 가리키며 자신들 큰형인데 오는 길에 죽었다고 말했다. " 393p
위 장면은 톈다 형제가 린상푸의 편지를 받고 그를 데리러 시진에 도착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읽는 데 주루룩 눈물이 흘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책에서 수 많은 죽음을 목도했었는데 말이지요. 톈다처럼 이름으로 기억되는 죽음도 있지만 그저 마을 사람 수 십명으로 지칭된 죽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을까 생각해 봅니다. 허약한 몸에 여행을 하는 건 무리인 줄 알면서도 린샹푸를 모시러 길을 나선 톈다의 충정때문이었을까요?
<원청>을 읽고 눈물 흘린 사람이 나만은 아닐꺼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마다 눈물이 나는 지점은 달랐으리라 생각해보며 당신이 눈물 흘린 장면이 궁금합니다.
587페이지의 조금 긴 책이지만 가독성이 뛰어난 책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많아 보이지만 그리 헷갈리지도 않습니다. 혹 읽다가 헷갈릴 듯 싶으면 종이 한 장을 준비하고 이름을 적어보세요. 간단하게 관계도를 그려보면 금방 정리가 될 것입니다. 사건의 전개가 빠른 것도 가독성이 좋은 이유가 되겠네요. 이 책을 토론했던 사람들은 샤오메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한 "또 하나의 이야기" 때문에 이 책의 별점을 좀 더 높여준다고 합니다. 그녀가 왜 린바이자를 버리고 떠나야 했는지 그녀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400페이지 정도를 읽어주세요. 궁금하다고 뒷부분부터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린샹푸 같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善)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의 침묵과 외로움 그리고 인내심을 생각해 봅니다. 의리남 린샹푸가 그렇게 죽음을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복수를 해 주는 천융량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의 형제애를 넘어서는 의리가 가슴에 남습니다.
톈다 형제가 린샹푸를 데리러 먼 길을 온 장면과 천융량이 구이민을 살리기 위해 그가 살던 마을 완무당을 포기하는 장면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텐다 형제와 천융량은 각각 린샹푸와 구이민에게 은혜를 입었지요. 그들이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키는 것을 보면서 의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들의 의리 지킴에는 또다른 희생자가 생깁니다. 여기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지만 은혜를 갚기 위해 그 사람을 지키려다 보면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분하게 보이는 데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딜레마 말입니다.
책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나요?" 오래 전 방영됐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그래, 결심했어!"라며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길을 가는 예능방송이었지요.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우리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삶의 끝없는 질문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어떤 선택의 순간 조금이라도 더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첫댓글 완죤 두꺼움 ㅎ
근데 재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