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흔들리는 키 큰 버드나무에 노르스름한 빛이 돌기 시작했다. 날마다 조금씩 짙어지는 연녹의 휘청거림을 바라보며 봄의 농도를 가늠한다. 꽃의 시절, 흙의 미각을 잊은 채 웅크리고 숨어들던 겨울이여, 안녕이다. 수북한 낙엽을 밀고, 미세먼지 가득한 대기를 뚫고 꽃이 핀다. 파주의 산과 들에 숨어 피는 작은 꽃을 찾아 길을 나섰다.
보라 노루귀
분홍 노루귀
흰 노루귀
소령원(영조의 친모인 숙빈최씨의 묘소) 숲에 올해도 어김없이 노루귀가 피었다. 노루귀는 숲 속 응달진 곳에서 피는 다년생 꽃이다. 처음 나올 때의 꽃받침이 노루귀를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큰 괭이밥
큰괭이밥은 깊은 산속 계곡 가에 피는 다년생 꽃이다. 식물체는 신맛이 나며 일반 괭이밥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다. 뿌리는 설사, 이질, 황달성간염, 결석증, 신경쇠약, 화상, 종기 등에 치료약으로 쓰인다.
중의 무릇
중의 무릇은 반그늘의 부엽토 사이, 눅눅한 땅에서 자란다. 여기서 무릇은 ‘물웃’이 변한 것으로, 즉 물기가 많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영어 이름은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다. 작고 노란 꽃이 정말 별과 같다.
현호색
현호색은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곳에 피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뿌리는 약용, 어린 순은 식용으로 쓰이며 씨앗이 검어 현호색(玄胡索)이라 불린다.
위의 사진들은 모두 3월 26일 파주시 광탄면 보광사와 소령원 인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어 소개하는 생강나무꽃과 할미꽃은 3월 25일 학령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외 냉이꽃과 꽃다지 등은 들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른 봄꽃으로 생김새가 비슷하여 색깔로 구분한다.
생강나무 꽃
할미꽃
꽃다지
냉이꽃
바람은 아직 차다. 그러나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며 꽃은 피어난다. 여린 들꽃을 찾아 길을 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