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2026. 8. 15 (토)
2. 장소: 북악하늘길과 북악산
3. 행로와 시간
[길상사(08:07~30)~호경암(09:17) ~ (북한산전망대) ~ 팔각정(09:57) ~ 곡장전망대(10:25) ~ 북악산(11:07) ~ 창의문(11:38) / 6.70km]
도팔산 정기 산행을 가는 날이다.
잔뜩 흐린 그러나 대기가 청명해 멀리가 조망되는 날, 길상사를 들머리로 호경암을 거쳐 북악하늘길을 따라 북악산에 올랐다.
길상사는 이 큰 도시 한 켠, 북악산 자락 비탈에 위치한 고즈넉한 품격을 갖춘 보물같은 공간이다. 옛스러움과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한때의 속된 공간이 안식의 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품은 사찰이다. 길상사 경내를 거닐다보면 자연스레 목소리가 낮아지는 경험을 한다. 오늘도 4인방은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공간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스님이 앉았던 낡은 나무 의자에서 그분의 성품과 세월을 읽는다.
능소화와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핀 길을 따라 걷는다. 독일대사관 지나 정법사를 좌측에 두고 돌로된 유물둘이 산재해 있는 박물관 돌담을 따라 걷다 호경암으로 오른다.
맹호부대가 정상석을 세운 호경암에서 바라본 풍경에는 서울의 전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은 남산과 한강의 도시임을 새삼 확인한다.
북한산전망대에서 북한산 주능선의 봉우리들을 헤아리고, 도로 옆 데크를 따라 걸어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 당도한다. 바라보는 눈에 북한산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북한산의 풍광은 근사했다.
북악산 곡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걸어 한양도성과 만난다. 숙정문이 나타나리라 기대했는데 낯선 곳이다. 곡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에도 북한산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악마루를 거쳐 창의문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에 바라본 성가퀴가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모습은 한양도성의 또 다른 풍광보물이었다.
성곽 지붕인 성가퀴가 일정한 높이로 경사면을 따라 오르내리며 연이어 달리는 모습은 아름답고 장대한 설치미술이다. 성곽의 구조는 돌축대를 높이 쌓고 지붕을 얻은 형태인데, 성곽 바깥쪽은 높고 안쪽은 사람 키 높이 정도다. 성곽의 윗부분 담장을 여장이라고 하는데 순 우리말로 성가퀴라고 부른다.
창의문을 지나 윤동주 문학관에서 걸음을 멈춘다. 습한 여름 낮 기운이 온몸에 번진다.
도란도란 이야기 너누며 걷는 도성길, 꽤 근사했습니다.
< 에필로그 >
대학 동문들과 함께한 여름 북악산 산행은 즐겁고 유쾌한 소풍이었다. 산길도 좋았고 막걸리 뒤풀이에 커피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옛 메모를 살핀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을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모은 메모들을 불러냈다.
"한양도성은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길이 18.6km의 돌담으로 평지는 토성, 산지는 석성으로 축조되었다.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은 다르다. 한양도성은 전란을 대비해 쌓은 성곽이 아니라, 수도 한양의 권위와 품위를 위해 두른 울타리이다. 이는 전쟁에 대비한 방어체제인 산성과 다르다.
북악산은 2006년 2월 일부구간을 시범 개방했고, 이어 2007년 4월 5일 마침내 전면개방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준 선물은 3가지이다. 백악의 한양도성 구간 개방,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 개방, 백악자락의 백석동천 개방이 그것이다."
소중한 글로 한양도성의 가치를 알려준 교수님과 북악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대통령의 결단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