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242호-5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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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문화 불씨 찾기 28년
- 이동륜 파주문인협회 고문
문화란 생각과 표현의 집합체다. 한 사회의 정신적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문화라고 볼 때 누구 한 사람이 만든다기보다는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그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도 하다. 파주에서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을 꼽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동륜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생께서 파주에 남기신 업적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복 받은 파주’다. 파주가 문향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퍼드덕 살아 숨 쉬게 했다. 까마득한 문단 후배 입장에서는 그런 분이 가까이 계심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 없이 공평하고, 그동안 살아 온 세월로 제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귀감龜鑑이 되어준 분이다.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처럼, ‘저 분처럼 살고 싶다’ 생각하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된다.
선생님은 1935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그 혼란한 시기에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등교사 생활을 하였다. 남편 사업 때문에 파주에 온 것이 1990년이다. 옛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땅에도 기운이 있다는데, 파주 땅이 선생님을 끌어당겼나 보다. 자리를 잡자마자 1992년 파주문인협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선생님은 파주에 오기 전 이미 1981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고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셨지만, 파주라는 낯선 곳에서 문인단체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파주 출신 원희석, 홍승희, 박정엽, 김명석 시인과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어려운 일이었다.”고 선생님은 회상하신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이 제일 어렵다. 지금부터 거의 30년 전의 파주는 문화나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남과 북이 대치하는 군사도시에 불과했다. 인구도 겨우 18만 정도의 고장에서 ‘파주는 문향의 도시’라는 그 긍지 하나만 믿고 문협을 창립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불과 몇 사람뿐이던 회원이 이제는 100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정신적 완성을 추구하며 우리 삶을 미적(美的)으로 형상화 하는 작업이기에 시대를 초월하여 감동을 주며 힘이 있다. 그러나 책 속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현재에도 살아있게 하고,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동륜 선생님이 하신 그런 일들은 파주에 문학의 불씨를 살린 것과 함께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동륜 선생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아주 큰 상을 타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어떤 상이고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이 주시는 공로상입니다. 그동안 파주문협 활동과 병행하여 1995년 문화원에 입회하여 이사와 회원으로 활동하며, 파주의 문화유산을 열심히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데 수고했다고 주신 상인가 봅니다. 고향을 떠나 파주에 자리 잡은 지 30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문학이 있었기에 파주를 더 사랑했고 빛나는 문화유산이 있었기에 찾아다니고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조사하고 연구할 보물들이 아주 많습니다.
- 그동안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연구한 것들을 소개해주세요.
2003년 향토사 창립 이후 지금까지 꼭 한번 2015년도에 개인사정으로 연구문을 못 냈습니다. 금년 연구 주제는 「조선시대 파주 여성문학」입니다.
2003년 파주지역 시비詩碑 조사
2004년 고시조와 파주문학의 정체성
2005년 파주지역 관련 한시 조사 연구
2006년 송익필의 삶과 시에 대한 고찰
2007년 김덕함의 삶과 《성옹유고》 소고
2008년 화석정 현판문 한시 조사
2009년 《가림세고》와 파주의 연관성 조사
2010년 신민일 선생의 삶과 시문 돌아보기
2011년 풍계사의 역사적 의의와 복원에 대한 제언
2012년 황정욱선생의 파주 관련 한시에 대하여
2013년 화석정 터는 길재의 유지가 아니었다
파주 임진강 누정문화 공동 연구2014년 장단 임강서원에 대한 고찰
2016년 《용재총화》 속의 파주서교
2017년 「조영과 군산이우도」
이렇게 정리 해놓고 보니 뿌듯하네요.
- 올 해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요.
얼마 전까지 ‘임진강 장암 적벽 석각문’을 연구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파주 관련 고전문학을 찾아 지면에 소개하거나 책으로 냈었는데, ‘박태보가 임진강 석벽에 시를 새겨 놓았다.’는 현장이 어딘지 몰라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3월 13일자에 그 암각문이 발견되었다는 경기일보 기사를 보고 문화원에 현장조사를 건의했습니다. 향토문화연구소 회원들이 지난 6월 20일과 10월 31일 두 차례 현장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11월29일 「임진강 적벽 석각조사」라는 주제로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파주향토사연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많아지리라 생각됩니다.
- 파주문인협회를 창립하면서 파주 문화를 개척하신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파주에서 문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시인으로 살아 온 지난날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뜻을 같이 한 문인들과 함께 파주문인협회를 만들고 등 떠밀려 초대회장이 되었지만 8년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문인들을 한데 모으려고 신문 광고를 내고, 무료로 문학교실을 열어 예비 문인을 양성하고, 우여곡절 끝에 [파주문학]을 발간하고 그랬습니다. 수해복구체험수기 공모전도 하고, 시화전도 하고 문학기행을 가고 했는데, 2009년에는 회원들과 임진강 황포돛배 선상에서 시조낭송회를 하면서, 파주의 역사와 문화가 비롯된 임진강을 자긍심 갖고 잘 보존해야 한다는 걸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점점 발전해서 문예대학도 운영하고 참 보기 좋습니다.
1981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선생께서 그동안 출간한 책들을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시조집 [노을이 흐르는 강 / 1986년 / 강나루
자연이나 사물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시인이 느낀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첫 번째 작품집이다
* 시조집 [내 부르면 산이 오고 / 1993년 / 도서출판 임진나루
주로 파주와 관련된 시조를 많이 담은 작품집이다.
* [시와 함께 떠나는 문화유산 답사] / 2001년 / 밀앤밀
그동안 출간된 유적지 답사 관련 책들과는 다르게 시詩와 관련이 있는 유적지를 문학적 감각으로 접근하여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도 흥미 있게 문화유적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 시조선집 [눈꽃열차] / 2001년 / 밀앤밀
우리 전통문학 시조의 고유한 형식을 성실히 지키면서도 쉽게 표현한 시조 168편이 담긴 시조집이다.
* [파주예찬 - 옛길에서 한시를 만나다] / 2012년 / (사)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역사의 한 시대를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 나아가 문향 文鄕 파주의 역사성과 문학성을 검증할 수 있는 162편의 한시 모음집이다.
* [파주예찬 - 옛사람의 한시를 외우며] / 2013년 / (사)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파주예찬 1권이 나온 후 시민들의 뜨거운 찬사와 더불어 탄생한 188편의 한시 모음집이다. 이로써 두 권을 합하면 283명이 쓴 한시 350편이 실려 있다.
* 현대시조·한시 이야기 [파산의 봄날] / 2018년 / 도서출판 자연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를 쉽고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쓴 현대시조와 옛사람이 쓴 한시 60편을 해설과 함께 엮었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파주를 연구해서 논문을 쓰고 책을 내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되고, 시에서 발간된 자료나 기타 다른 곳에서 파주를 소개하는 책자에 있던 오류를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풍계사 같은 경우, 파주의 이세화 선생 묘소에 있었던 것인데 대원군 때 해체된 것입니다. 그런데 경상도 의성에 있다고 나오는 자료뿐입니다. 그곳은 성삼문 하위지 등 사육신과 관련 된 곳에 추향한 것입니다. 중앙학연구회나 고전연구원 등 관련 중앙 기관에 검증을 받아서 고쳐놓아야 합니다. 또한 옥봉 등을 연구하며 새로이 발견된 것들은 파주 안내 책자나 관련 사이트에 올라가 많은 사람이 알게 해야 합니다. 파주를 연구하는 최종 목표는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또 이제껏 찾아놓은 파주 관련 한시가 500여 편인데, 아직 책에 올리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2012.3년 파주예찬 한시집 두 권을 시에서 발간해 주셨는데 여건이 된다면 [파주예찬 3]을 또 내고 싶습니다. 그로 인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고 문학을 공유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80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열정은 문학을 하는데 또 파주연구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컴퓨터가 서툰 데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고 계신 선생님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파주문화원에서 시조 강의를 했고, 파주문인협회 문예대학에서 시조 강의를 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큰 힘을 보태셨다. 선생님은 그러한 공로로 파주문화상(1995), 노산문학상(1995), 경기도여성상(1997 예능부문), 경기문학대상(2001), 한국시조문학상(2002), 파주문협문학상(2012), 한국문화원연합회 공로패(2018) 등을 수상했다.
이동륜 선생님이 파주 지역의 현대와 고전문학 분야에 커다란 축軸으로 든든히 버티고 계시기에 파주 문화가 점점 더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시기를 바랄뿐이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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