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포해변에서의 오붓한 프라이빗 캠핑을 마치고 난데없이 이른 새벽에 철수한다.
새벽에는 빗방울이 한두방울 툭툭 거리더니 금새 굵은 장대비로 바뀐다.
어느정도 철수를 하고 나니 이내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물방울이 땅을 향해 쉴새없이 떨어진다.
장대비를 피해 의항해변을 떠나 신두리로 향한다. 올핸 하느님이 노했나 하늘이 구멍났나
뭔 비가 이리도 많이 오는지. 신두리로 가는길, 와이퍼가 바삐 손을 움직이며 허우적거리지만
거친 빗물은 이내 시야를 가려버린다. 조심조심 신두리 해변으로 간다.
신두리 해수욕장 펜션단지가 있는 하늘과바다사이 리조트에 가까워 올 무렵에야 무섭게 내리던
빗방울이 조금 가늘어졌다. 서산, 태안 지역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렸다 한다.
두시간만에 130mm 가량 내렸다니. 만약 텐트를 걷지 않고 그냥 잠을 잤다면 비 쫄딱맞은
병아리 신세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온몸은 푹절은 오이처럼 무겁고 비 맞은 옷은 다 젖었지만
신두리 해변이 주는 광활한 해변 풍경에 마음은 이내 평화를 되찾고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신두리는 두응습지와 신두리 해안사구로 유명하다. 올초에 방문한 돗토리해안사구보다는 못해도
신두리사구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래언덕.
하지만 해안가에 일렬로 들어찬 펜션과 리조트로 인해 바람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놓은 사구가
점점 바다쪽으로 쓸려간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연의 흐름을 거역한 인간의 피조물이 다시
그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말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인공물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깃든 개발이 필요할 때이다.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준 길이 4km에 600여m의 대자연의 걸작품인 바닷가 모래언덕.
신두리는 신곶리의 신(薪-섶나무 신)과 두응리의 두(斗 말 두)가 합쳐져 만든 이름이다.
예전 한 방송에서 리조트 건물들을 해변 가까이가 아닌 50여m만 뒷쪽에 지었어도 바닷모래가
쌓여 더 아름다운 사구를 만들고 지켜갈 수 있다고 한적이 있다. 지금도 리조트 앞 인공적인
시멘트계단 아래로는 파도와 바람이 모래를 쓸고가 점점 모래가 유실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웠다.
오전 6시 30분이 좀 지난 이른 새벽이라 어디 비를 잠깐 피할곳도 마땅치 않았다.
둘러보다 들어간 곳이 신두리의 대형 해안리조트인 하늘과바다사이리조트의 북쪽 끝.
최근에 지어진 유럽풍 통나무집 샬레같은 분위기의 4단지 앞으로 간다.
하늘과 바다사이 리조트는 2001년 1단지를 시작으로 단체룸만 있는 2007년에 완공된 4단지가 있는
대규모 해변복합리조트. 물이 푹푹 빠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단지 앞 해변 몽골텐트 안으로
비를 피해 자리를 잡는다.
비가 잠잠해진 해변 고운모래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해변과 리조트와
펜션이 길게 이어진 여름 아침의 신두리 해수욕장.
파도가 쓸고간 해변은 갯벌이 아닌 모래로 돼있어 산책하기에 좋고 입자 고운 모래의 뽀드득한 느낌.
단지 보고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깨끗해지고 시상이 떠오른다. 모든것을 정화해줄것 같이 상쾌하고 청량하다.
4단지는 유럽풍 알프스의 언덕에 있는 별장같은 분위기로 지었는데,
10 ~35명정도를 수용하는 단체룸만 있다고 한다.
왠지 벽난로가 있고 고풍스런 가구와 엔틱한 비품들로 꾸며져있을법한 느낌이다.
바다와는 바로 접해있지 않지만 걸어서 3분이면 땡.
바다가 바로 앞에 넓게 펼쳐진 4단지 시사이드리조트의 모습.
창문을 열면 망망대해의 시원스런 바다풍경과 갈매기의 울음소리, 파도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짭짜름한 바닷바람은 서비스.
신두리 리조트단지의 맨끝쪽에 있어 더할나위없이 호젓하다.
입구에는 공룡들이 투숙객들을 굳건히 지켜주고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신두리해변의 고운모래를 밟을 수 있다.
언제부터 이 공룡들은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까.
바닷가 건너 어딘가가 살던곳인지 모든 공룡들이 넓게 펼쳐진 서해를 바라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한다.
공룡의 몸에는 못이 박혀있어 타거나 만지면 다칠수도 있단다.
그냥 구경하거나 옆에서 사진찍는 정도로만.
신두리의 북쪽 모래사장은 더 길게 이어진다.
리조트단지 위쪽의 신두리사구에는 사람의 발자취가 별로 없다.
넓은 모래해변을 산책해도 좋고 보트가 있다면 청정한 바다를 탐사해볼 수 있다.
신두리 해변은 모래사구와 빨갛게 핀 해당화가 유명하다.
밀가루같은 모래와 몇백미터를 가도 온몸을 담그지 못하는 서해의 수심이 얕은 바다,
해변 뒤 송림은 마음놓고 해수욕 하기에 좋다. 흡사 몽산포해수욕장의 그것과 닮아 있다.
몽산포도 인근 청포대해수욕장과 연결돼 10여km가 넘는 광활한 해변을 자랑한다.
모래가 물렁하지 않고 다소 단단해 빠질 염려도 없다. 이곳에선 맨발 벗고 거닐것을 권해본다.
모래걷기가 무좀이나 발건강에 좋단다.
모래해변 뒷편으로는 길게 펜션이 이어진다.
펜션마다 바베큐테이블과 파라솔, 몽골텐트가 있어 조개구이나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다.
8시가 좀 넘어가자 물빠진 신두리 해수욕장을 맨발로 느껴보려는 여행객들이 하나 둘 바닷가를 거닌다.
아버지와 아들이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간만에 부자간의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여유있게 여름바다를 걷고 있다.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도 나눠보고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오고가며 오해도 풀고 더욱 진한 부정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근데 해변의 여인은 하나도 안보인다. 비키니는 뭐 찾기 어렵고.
역시 바다의 주인은 갈매기. 맨살을 드러낸 백사장에 있는 먹이들을 먹느라 바쁘다.
조식타임인가. 건너편 의항 개목항이 뿌연 안개를 뚫고 간신히 보인다.
그 여름 바다가 만들어준 추억도 곱씹어 본다.
하늘과바다사이 리조트의 3단지 모습. 1층은 원룸이고 2층은 복층식인가 보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공놀이 하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등등. 원래 리조트 이용객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뭐 어쩔껴. 몽골텐트에 앉아서 바람쐬고 있으니 하나 둘 씩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고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밥짓는 소리도 들리고 아침부터 술 한잔 하는지 시끌벅적한 소음도 나고.
해변의 아침은 언제나 어제의 모든 기억을 쓸려가는 파도처럼 오늘을 새로운 분위기로 바꾸어 놓는다.
해변의 마술은 어제 먹던 술의 기억도 아침의 상쾌한 바다내음으로 깨어나게 하고 사소한 다툼으로
어색해진 연인의 분위기도 테라스에 있는 태닝베드에 누워 따끈한 모닝커피 한잔에
사르륵 녹아들며 서로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4단지 오션뷰단지는 독립적으로 떨어져 한적하고 조용하다.
그 위쪽으로는 길게 이어진 신두리의 해변만이 펼쳐진다.
만약 체력에 자신이 있고 멀리 산책을 하길 원하면 저 위쪽 해변까지 한번 걸어보시길.
몽골텐트 안에서 먹은 고추장고기찌개.
코펠에 한 약간은 설익은 밥, 그렇지만 꿀맛같았던 밥과 최상의 궁합을 보여준 찌개다.
비록 아침 나절이라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새벽 일직 일어나서인지 해변을 바라보며
먹는 아침은 너무 맛있었다. 밥을 두공기 반이나 비웠다. 국도 거의 다 먹어버리고.
그런데 두시간 정도 있으니 또 배가 고파진다. 여행자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점심엔 원북면에서 바람에 잘 말린 짜디짠 우럭젓국을 먹었다. 태안의 별미.
삼겹살 200g 정도와 호박, 감자, 마늘, 양파, 고추장, 파, 고추가 들어간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가져간 재료들을 넉넉히 넣고 끓여서인지 식당에서 끓여내온 김치찌개나 동태찌개보다도 맛있는것 같다.
물론 배도 고프고 풍경좋은 아침바람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먹는 밥이라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야외에서 먹으면 뭐든 다 맛있으니까. 아침을 먹고 대충 정리를 한 후에 학암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신두리해수욕장에서 20여분정도 걸린것 같다. 솔직히 학암포해수욕장보다
신두리해수욕장이 해변도 넓고 경치도 앞이 뻥 뚤려있어 더 좋은것 같다.
학암포는 오토캠핑장과 선착장이 있어 좋고. 신두리에는 펜션뿐이어서 음식점과 휴게시설이 거의없다.
신두리 앞바다에서는 짙은 해무때문인지 커다란 기적소리가 수시로 들려온다. 부우웅~
신두리 해안 모래언덕에 아름답게 피어난 선붉은 해당화들.
사막같은 운치를 주는 신두리의 모래사구. 바람불어 날리는 모래사장이 더없이 멋진 풍경을 제공한다.
<자료제공 : 뉴시스>
예전에는 바로 마주보고 있는 소원면 의항리에서 이곳 원북면 신두리로 오려면 한바퀴 빙 둘러서
와야했는데, 의항리에 방조제를 만들면서 이제는 10분도 안걸려서 올수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물론 신두리와 만리포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졌다. 신두리에 가려면 태안에서 원북면을 지나
학암포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가 신두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
태안시내에서 신두리까지는 대략 30분정도 걸린다. 활처럼 길게 이어진 신두리의 해수욕장과
모래사구로 난 길이 분명한 대비를 보인다. 하지만 근래에는 모래언덕에 야생화와 잡풀들이
많이 자라 본래의 모래사구의 모습을 보기에는 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