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여행은 맛과 멋, 흥. 이 세가지가 골고루 어우러져야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여행을 떠나는 의미가 반감되기 마련입니다. 고향이 제주도지만, 어느순간 제주도는 제 여행지가 되어버렸는데요. 고향을 방문하지만서도 단순 방문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맛과 멋, 흥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물론 이번은 맛테마라는 걸 생각하고 떠납니다.
돼지고기가 돋보이는 고기국수, 먹고 싶죠?
여기는 국수거리입니다! 국수집이 쭉 늘어서 있는 이 국수거리. 여기에는 매월마다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죠. 빼빼로 데이 저리가라 할 만큼 독특한 풍습(?)이 생겨나고 있네요. 국수거리에서 제가 가는 국수집은 딱 두군데입니다. 그 중 한 군데를 찾아갑니다. 다른 한 군데는? 나중에 가야죠~ㅋㅋ
가서 국수를 시키고 국수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솔직히 제주도까지 가서 무슨 국수를 먹겠냐 싶으실거예요. 아무래도 제주도니까 흑돼지불고기, 싱싱한 회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국수만큼은 제주도에서 한번 드셔야 합니다. 다른 지역의 국수와는 좀 많이 다르거든요. 면이라든가 국물도 좀 달라요. 아무래도 섬지역이다보니 그렇지만요^^
사실 제주도 지역에서 고기 국수는 그리 특별한 음식은 아니죠.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어렸을적부터 참 많이 먹었었죠. 고기국수는 동네에서 경조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고 난 후 남은 국물에 면을 말아 먹은 것을 유래로 만들어진 음식으로 간단한 식사 혹은 해장을 하기 위해 제주도 사람들이 흔히 즐겨먹는 서민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양파지
깍두기
배추김치
깍두기, 김치, 양파절임 등 국수와 같이 먹으면 반찬을 한두점 집어먹다보면 국수가 나옵니다. 국수거리의 국수집 몇군데는 24시간 영업을 하기도합니다. 늦게까지 국수집이 문을 여는 이유는... 해장하러 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기 때문이죠~
참 특이하죠.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리에 앉으면 먼저 술을 들고 후에 국수를 먹는다’ 라는 평양고유의 속담이거든요.. 근데 평양하고도 참 거리가 먼 제주도에는 그러한 풍습(?)이 애주가들에게는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죠. 술을 마신 다음에 국수를 먹어야 속이 거뜬하다는 사람들의 식성을 반영하고 있는 말.. 평양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통하니 신기합니다.
해장에도 좋은 이 국수는 무엇이더냐 싶을실텐데.. 뽀오얀 국물이 인상깊은 고기국수입니다. 고기를 사투리고 "괴기"라고 하죠. 이제 먹어도 되죠? 라고 묻지는 마세요. 아직 드시면 아니됩니다.
김을 넣어야지요!!! 김은 취향에 따라 넣습니다만, 저는 듬뿍 넣습니다. 느끼한 걸 싫어하신다면 김 듬뿍, 고추가루도 듬뿍 넣으세요. 어떤 분은 제주도 고기국수가 일본라멘 국물 같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비슷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마 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과 돼지고기를 넣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뼈를 우려내는 부위가 다르고, 제주도 고기국수는 국수 면 중에서도 중면을 이용한다는 것, 그리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되겠군요.
일반 소면 국수에 익숙한 분이라면 도톰한 면발의 제주도 고기국수는 낯설겠죠. 하지만 씹는 맛은 좋은데 말이죠~ 소면이 후루룩 먹기 좋다면, 중면은 씹으면서 국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거~
"아니, 이건 왠 한겨울에 콩국수?" 라 하실 수 있지만... 훗~ 겨울이라고 콩국수 먹지 말란 법 있나요.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구? 저요! 계절에 역행하는 입맛때문에 가끔은 고생합니다. 지난 여름 콩국수를 못 먹어서 지금 겨울에 먹습니다. >.< 그래도 먹는 게 어디예요. 진한 콩국물에 콩가루, 깻가루까지 동동 띄워서 주는 콩국수. 비릿한 콩 맛은 없고 콩의 고소한 맛이 자리를 하고 있네요.
국물이 상당히 질어보이죠? 저는 이런 콩국수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면도 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고소한 콩국수! 겨울에 먹는 콩국수는 더 맛있다는 거~!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인상적인 고기국수. 도톰한 돼지고기 수육과 면발을 동시에 먹으면 그 맛도 참 별미죠. 멸치국수와는 다른 묽직한 맛이랄까요. 아삭아삭 깍두기 한 입 또는 새콤한 양파절임 한 조각 베어물어도 참 좋아요~ㅎ
그리고 제주도 국수거리에만 있는 독특한 행사! 매월 11일은 국수데이~ 500원 할인까지 해준다는 겁니다. 난 국수 먹으러 왔을 뿐인데 500원 할인도 받고...! 옛날엔 이런 것도 없었는데.. 세상 참 좋아졌어요.
빼빼로데이다 무슨 데이다 날들이 참 많은데요. 매월 11일은 국수데이라는 사실은 서울에서도 잊지 못하네요..ㅎㅎ 왠지 11일이면 국수 먹으러 제주도 가야할 것만 같고 그렇습니다. ^^;
제주도 고기국수를 진한 고기 육수의 일본 돈코츠 라멘과 비슷하다고 어떤 분은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기름기가 많고 걸쭉한 국물인 돈코츠 라멘과 달리 고기국수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먹어본 분들만 알 수 있는 맛이랄까요~
어쨌든... 기름 동동 띄워진 고기국수 국물 한 모금 마시고, 돼지고기 수육 하나에 김치 얹어 집어 도톰한 흰 면을 돌돌말아 먹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
국수마당 -주소: 제주시 일도2동 1035-16 -전화 : 064-727-6001 -메뉴 :고기국수 4,500원, 멸치국수 4,000원, 콩국수 5,000원, 돔베고기 15,000원 |
출처: 사고뭉치 꼬양의 탐구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꼬양
첫댓글 훔 ~겨울 콩국수 확 당겨 버리는 되용 ㅎㅎㅎ
그쵸~ㅎㅎ 따뜻한 국수도 좋지만.. 겨울에 먹는 콩국수는 또다른 맛이라능ㅎㅎ
여기 아침에 몇 시부터 할까요? 10시출발 비행기인데 여기서 아침먹고 비행기 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