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6 영월 동강 레프팅 후기
물경 500억 몸값의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자신만만 하게 120mm의 폭우를 예보할 때도 설마? 하는 마음 이었습니다. 지난 한 주 예보 적중률이 한자리 숫자라는 비웃음을 받는 기상청 주장은 미덥지 않았고, 지금까지 1년 6개월의 산행 여정에서 일기 예보로 행사 진행을 고민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 입니다. 더구나 이상 고온으로 한낮의 수은주가 치솟던 며칠간은 시원한 래프팅 행사를 한껏 기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준비한 레프팅을 앞두고, 한반도로 속속 집결하는 먹구름, 비구름, 장마전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하늘과 구름 사진을 연신 주시하며 한 주를 보내다가 결국, 래프팅 주말 당일 절대 반갑지 않은 장맛비 녀석도 우리를 따라 다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빗속의 레프팅.... 평균연령 중년층의 회원님들이 절대 꺼려하실 일이라는 짐작으로, 불참을 하셔도 이해할 수 있었고 정말 원하시는 소수의 회원님들만 모시는 행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폭우가 예보된 출발 전날까지도 회원님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이십니다. 간혹 몇분만 비 예보에 대한 궁금증만 질문하십니다. 장맛비 속에서 래프팅을 한다는데 말입니다. 역시 우리 회원님들의 내공은 대단 하시다는 생각에 날씨에 대한 시름은 접어 두기로 하였습니다. 오히려 비가 오면 뜨거운 태양도 피할 수 있고 수량이 풍부해져 빠른 유속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좋은 해석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주말 새벽.. 하늘에서는 그야말로 물세례 입니다. 그러나 우리 회원님들은 한 분, 한 분 약속 시간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들로 등장 하셨습니다. 믿고 뵙는 우리 회원님들은 언제나 대단하신 분들이시지요.
거두절미,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갑시다!
우리들은 호우주의보를 아랑곳하지 않고 빗속을 가르며 질주하였습니다.
영월 동강!
비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물안개가 자욱하고 강물은 무심한 듯 도도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안전요원들의 안전교육과 장비운용을 간단히 받고
드디어 우리들은 거침없이 고무보트에 올라 서슴지 않고 노를 움켜 잡습니다.
영월 동강은 총 56km 그중 어라연 코스는 문산나루터에서섭세강변까지 12km...래프팅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는 동강 수위가 15m 오늘은
17m 위험수위가 25m로 보았을때 래프팅 하기에는
다행히 좋은조건 이었습니다.
아무도 겁을 먹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진지하지 않으신분도 없었습니다. 빗속 물길을 야심차게 출발을 합니다. 멀리 보이는 깊고 넓고 짙푸른 물길이 간절합니다. 노를 젓는 요령이 없어 어수룩한 헛손질에 웃습니다.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급류 구간에 들어서면 안간힘을 써보아도 고무보트가 뒤집힐 듯 많이 너울 거립니다.
온 몸은 이미 차가운 강물로 젖었지만 유쾌하기만 합니다. 물살에 갖혀 제자리를 돌기도하고 갑자기 나타난 바윗돌에 놀라 가까스로 피하고 안도합니다.
빠른 유속에 기우뚱거림에 아슬하여 비명도 지릅니다. 힘차게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패들링을 하면서 강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동안 옆사람은 정겨운 동지입니다. 보트끼리 경쟁도 하고 노를 가지고 물보라도 만들며 장난도 합니다.
신이 나기도 하고 겁을 내시기도 하고, 잘 왔구나 즐겁고 재미있어 함성도 터졌다가.....
자연경관이 좋아 감탄이 나왔다가..... 강물의 기개가 대단해 웃음기가 사라졌다가.....
동강 12km가 순식간에 흘러, 흘러 드디어 잔잔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푸른 강물을 온몸으로 견뎌낸 중년은 그동안의 인생길을 반추합니다.
중년의 인생여정이 동강 삼십리 물길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래프팅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더니.. 저는 언젠가 또 한 번 훌쩍 떠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다가 문득,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질 때, 이 곳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 끝나고 강물에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은 다음, 5분거리의 '어라연송어장횟집' 식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강원도 청정수에서 자란 송어로 회와 매운탕에 달콤한 반주 한잔을 더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한 낮의 산골에서 자욱한 물안개가 번지는 먼 산 정취를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귀경길에 들어서 아담하게 잘 꾸며진 데크를 걸어 영월 '선돌' 경승지까지 돌아보고 행복한 기념 사진도 남겼습니다. 무리가 아닐까 했던 일정은 회원님들의 멋진 협조와 도움으로 무사히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모든 회원님들께 두 손 모아 엄지 척, 올려드립니다.
비 내리는 새벽에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며, 약속을 지키러 나오셨다는 회원님들의 말씀은 저에게 큰 감동과 감사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알차고 멋진 산악회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회원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단언컨대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