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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매체 잡지에 기고하려고 미루다가 그만두고 뒤늦게 여기 동창홈피에 올립니다.
이창성
"6학년 부부의 배낭 여행기"
집사람과 노인대학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6학년 6반이고 집사람은 6학년 3반이다. 말 그대로 배낭을 두 개 메고 우리 부부 단둘이 5월초부터 6월에 걸쳐 36일간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까지는 여행이라면 으레 PACKAGE 여행을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 1월에 스리랑카에 지사장으로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가려고 계획을 잡다보니, 비행기 값이 아까워 인도와 네팔까지 가기로 했고, 인도⦁네팔 여행을 마치고 스리랑카로 가려고 하니 PACKAGE 여행사에서는 이탈이 가능하지가 않아 인도, 네팔, 스리랑카를 묶어 한 달짜리 자유 여행을 하게 된 것이 배낭 여행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인도, 네팔은 도로 여건이나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아 배낭을 메고 가는 것이 좋은데, 유럽은 도로가 좋아 배낭 하나에 바퀴달린 캐리어 하나를 가져 가는 것이 편한 것을, 인도 생각을 하고 배낭 두 개를 가져가다보니, 허리 아픈 처 대신에 등에 하나를 메고 앞에 하나를 안고 배낭 두 개를 모두 내가 짊어 지고 다니는 판국이 되어 버렸다.
거기다 여행 계획 짜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어가 잘 되지 않는 처 대신, 모든 COMMUNICATION 및 상황판단, 먹거리 찾기 등 소위 GUIDE, PORTER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챙기고, 볼거리를 찾아다니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런던으로 들어가서 파리에서 귀국할 때까지 13개국 30여개 도시를 다녀왔다. PACKAGE 여행에서는 주로 관광 버스로 다니지만, 우리는 한달짜리 EURAIL PASS를 끊어 다녔고, 시내 관광은 지하철, 버스, 트램도 이용했지만 주로 걸어 다니면서 관광을 했다. 참고로 국가와 도시를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괄호 안은 숙박 일수)
영국 / 런던(3) 윈저, 옥스퍼드, 코츠월드(오래된 토속 마을)
벨지움 / 브뤼셀(1)
네덜란드 / 암스텔담, 잔세스칸스(풍차마을)
독일 / 뮌헨(1) 프랑크푸르트(1) 휘센, 하이델베르그, 쾰른
체코 / 프라하(2) 체스키 크룸루프
오스트리아 / 비엔나(2) 짤츠부르크
헝가리 / 부다베스트(2)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2) 프리트 비치(국립공원) 리예카
슬로베니아 / 류블리아나(2)
이태리 / 로마(3) 베니스(1) 피렌체(1) 밀라노(1)
스위스 / 인터라켄(2) 루체른, 취리히, 베른
스페인 / 바르세로나(1) 마드리드(1)
프랑스 / 파리(3) 베르사유 (기타 / 야간열차 4박, 기내 1박)
우리는 잠 잘 곳으로 주로 한인 민박집을 택했다. 이것 저것 정보를 얻기도 편하고, 아침에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브뤼셀(1박) 부다페스트, 자그레브, 류블리아나 각 2박, 총 7일을 호텔에서 잔 것 외에는 전부 민박집에서 잤다. 일정은 비교적 잘 짰는데, 다시 짠다면 부다페스트 2박은 1박으로 족할 것 같고, 대신에 크로아티아에서 자그레브 2박을, 스플리트 2박 / 자그레브 1박으로 늘려 스플리트와 듀블로브니크를 보고 오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교통 사정이 안 좋아 갔다 오는 것을 포기했다. 슬로베니아의 류블리아나도 1박으로 족할 것 같고, 로마는 4박으로 늘려 하루를 나폴리와 폼페이 갔다 오는데 활용했으면 좋았을 것 같고, 파리도 3박에서 4박으로 늘려 하루를 근교의 몽쌩미쉘에 다녀 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럭저럭 36일이면 훌륭한 일정을 짤 수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야간 열차를 네 번 타는 것으로 하였다.
또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몇 개 나라를 오래 머물며 보는 패턴이 있는 가 하면, 여러 나라를 좀 바삐 다니며 보는 패턴이 있는데, 우리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이며, 전에 온 가족이 갔던 괌이나 사이판 같이 전형적인 휴양지인 경우에는 물론 전자의 패턴으로 즐길 수 밖에 없었다.
여행 중 먹거리로 우리는 햇반 30개와 라면 10개, 그리고 작은 전기냄비를 가지고 다니면서 끓여 먹는데 요긴하게 썼다. 시내 관광 중 낮에는 주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햄버거나 케밥 등을 사먹고, 과일은 아주 풍성해서, 항시 작은 배낭에 넣고 다니면서 먹었다. 특히 슈퍼마켙이 크고 좋은 곳이 많아서, 먹거리를 고르기가 쉬웠고, 조리된 음식 코너에서 소시지나 통닭 등을 많이 사 먹었다. 그것이 유럽 배낭 여행자의 전형적인 점심 식사 요령으로 굳이 큰 식당에 들어가서 인건비, 자리값 얹어 주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길거리나 공원의 벤치 등 아무데나 앉으면 훌륭한 자리가 되니 아주 자유롭고 편하다.
볼거리를 찾는 요령은, 여행 한두달 전부터 공부해 온 유럽 안내 책자에 많이 의존했는데, 자세하게 사진, 설명, 보는 요령 및 순서 등이 잘 기술되어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영국에서는 메인 CITY인 런던을 숙소 근처부터, 지하철이나 버스도 곁들이지만 주로 걸어 다니며 본 후에, 2일째나 3일째는 근교의 이름난 관광지를 하루에 다녀오는 방법으로 옥스퍼드, 윈저 등지를 다녀왔고, 다른 나라도 같은 요령으로 보고 다녔다. 근교는 투어 버스나 민박집에서 여러 명이 승용차로 다녀오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유로스타를 타고 브뤼셀로 넘어와서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고 난 후에는 이를 마음껏 이용할 수가 있어 교통비는 추가로 많이 들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마도 평생 탈 기차를 이번 한달 남짓 여행 기간에 실컷 타 본 것 같고, 최고 13시간까지 연착된 인도의 기차와 달리 거의 정시에 운행하는 덕분에 전체 일정에 차질이 없었으며, 미술관, 박물관 구경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다녔다. 지난 1월 인도에서도 박물관 등은 빼 놓지 않고 다녔는데, 이번에도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눈이 아플 정도로 많이 보고 즐겼음), 바티칸 투어시 여러 작품과 미켈란 젤로의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천장화(프레스코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작품들, 마드리드에서 본 피카소의 '게르니카', 프라도 미술관의 그 많은 작품들, 밀라노에서 바로 눈 앞에서 본 미켈란 젤로의 '미완성 피에타'와 스케치 작품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밀로의 '비너스'상과 끝으로 대미를 장식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등등……. 예술과 문화의 이방인인 우리로써는 정말 분에 넘치고 눈이 아플 정도로 많이 보고 다녔다.
중세가 종교와 정치가 혼재되어 있고, 오랫동안 유럽을 지배한 신성 로마 제국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 등이 이룩한 수많은 건축물이 유적과 왕궁, 성당으로 남아 있어, 셀 수도 없이 많은 문화 유산을 경탄을 금치 못하고 보러 다녔으며, 한편으로는 문화 생활에 궁핍한 우리에게 일시에 너무 많은 양식을 얻고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왔다. 나는 젊었을 때 출장을 여러번 다녔고 런던에는 얼마동안 머무른 일도 있어 덜 하지만, 처에게는 정말 대단한 경험을 하는 여행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이렇게 배낭여행의 후기를 남기고자 하는 것은, 우리 연배에서는 젊었을 때 이렇게 즐길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고, 요즘 젊은 이들은 세계 각지 어디에도 자유롭게 나가서 견문을 넓히고 다니니, 우리 연배나 혹은 조금 연하인 5학년, 4학년 학생들도 짬을 내서 나서 본다면 훌륭한 여가 선용의 기회가 되리라 싶어 이를 소개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내가 두 번의 여행에서 겪은 요령이랄까 하는 것을 적어 보고자 한다.
첫째, 여행일정은 보통 한달 기간을 전후해서 짜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조금 여유있게 많은 것을 볼 수가 있고, 여행 경비 면에서도 비싼 여행비 주고 가급적 넉넉히 보고 오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갈 지역과 국가를 정하면, 각 지역별로 여행을 도와주는 여행사를 찾게 된다. PACKAGE 여행사와 별도로, 개인이나 단체가 자유여행을 하고자 하면 상담할 수 있는 여행사가 있다. 물론 비행기표 구입, 숙소 선택 등 일체를 본인들이 찾아 나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I-PAD를 가지고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고, 나이가 좀 든 연령층은 그렇게 하기에는 순발력이나 요령이 떨어진다. 또 한 두달전에 예약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어, 항공원 구입, 숙소선택 및 예약, 유레일 패스 구입 및 예약 등은 마치고 출발하는 것이 편하며, 개인이 별도로 하는 것보다 예산 면에서 크게 불리하지도 않다.
여행사와 기간 및 여행지역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한 다음 구체적인 일정을 짜게 되는데, 유럽의 경우, 유레일 패스가 15일 / 21일 / 한달짜리가 있으니까 거기에 상응해서 20~21일 / 28~29일 / 35~36일 세가지 정도로 여행기간의 선택폭이 주어진다.
잠자리는 호텔, 유스호스텔, 한인 민박이 있는데, 유스호스텔은 나이 든 사람에게는 여러 모로 맞지 않으며, 부부가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타입으로 경비도 절감하려면 한인 민박을, 그렇지 않으면 호텔을 선택하면 되겠다.
그런데 이상의 자세한 사항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유 여행을 하려면 대략적인 조건이, 시간과 경비 조달이 가능하고, 영어 등 외국어 구사가 용이해서 현지에서 COMMUNICATION이 되거나, 가능한 사람을 대동하고 가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먼저 자신과 여행 PARTNER의 체력과 건강이 갖추어져 있나를 우선 체크해 보아야 한다. 우리 부부도 한달 이상을 여행하면서 특히 이십일이 경과한 다음부터는 처가 오랫동안 걷는 것을 힘들어 해서, 도보 관광을 하는데 다소 힘이 들었다. 매일 평균 10km이상을, 오래 걸을 때는 그 이상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걷는다는 것은 힘은 좀 들어도 매끼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객지에서의 배변과 숙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상당수의 도시가 중세 때 적으로부터의 방어 문제 때문에 높은 곳에 성을 갖춘 곳이 많은데, OPNE BUS TOUR는 너무 밋밋해서 한번도 안했고, 가급적 푸니쿨라(케이블이나 톱니바퀴를 이용한 산악열차)도 안타고 걸어서 올라가곤 했다. 그래서인지 인도 여행 때는 환경이 열악하고 음식도 맞지 않아 배탈, 설사,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그 때는 1월이라 여행자가 침낭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 속에서 잠을 자야 하니까) 이번 여행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다녀도 배앓이, 감기 등의 어려움은 거의 없었다. 또 많이 걸으면 부수적으로 부부 금슬도 여러모로 좋아지는 것 같다.
이제 대충 자유 여행의 소개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며, 은퇴한 사람들에게 무엇이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세계 일주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해 보지도 않았고 힘든 줄은 알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PACKAGE가 아닌 자유여행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 사실 우리 부부도 1월 인도 여행 이후 5월달 유럽 여행을 생각하며, 처음에는 일반 여행을 생각했으나, 한번 갔다 온 자유 여행의 매력이 무엇인지, 왠지 PACKAGE는 너무 꽉 짜여 있고 날짜도 보통 열흘 남짓 밖에 되지 않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금 둘만의 길을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친구 두세 부부와 같이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계획대로 둘이 다녀온 것이다. 나이들면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고, 할까 말까 망설여 질 때는 무조건 하고 보라는 얘기대로인 셈이다.
자 그럼 다음 단계로, 여행일정과 여행사를 결정하고, 비행기표 구입, 숙박지 결정, 유레일 패스 구입 및 야간 열차 예약 등이 끝났으면, 대충 한달 남짓 시간이 남게 되는데, 이때부터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책자와 유레일 시간표등 제반 정보를 대게 여행사에서 얻게 되는데,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상기 필요한 예약 등은 최소한 출발 한 달 이전에 마쳐야 하며 특히 여름철 등 성수기에는 가고자 하는 곳의 유레일 열차 예약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두 달 이상 전에 미리 준비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실제로 여행에 나서면 현지의 숙소나 기차 안에서 다음 행선지에 대한 복습과 세부 일정 준비를 미리 하게 된다.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고, 보는 것만큼 얻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지만, 사전 공부를 시작해도 벌써 여행을 나선 것 같은 흥미를 느끼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유레일 주간 열차시간 등도 내가 정해야 하고, MAIN CITY 내의 일정은 물론 근교의 여행 일정도 열차 시간 안배와 더불어 모두 정해야 하니까 벌써 반은 실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책을 보다 보면 또한 현지에서의 도난 및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사항이 수없이 나오는데, 실제로 여행하다 보면 주위에 여권이나 돈을 몽땅 잃어버린 경우에서부터, 4~5명으로 움직이는 소매치기에게 당한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고, 우리 부부도 여행 기간 중 2~3번은 소매치기나 네다바이 일당이 가까이 다가온 흔적을 몸으로 느끼며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럴 때마다 여권, 돈이 든 벨트백이나 귀중품이 든 작은 배낭을 앞으로 메고 다니는 등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얼떨결에 당한 실화를 한 가지만 소개하면, 미리 책에서 읽었고,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체코의 프라하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곳에서는 환전할 때 환전소 안에서 해야지 길거리에서는 하지 말라고 강조한 이유를 몸소 체험했다. 한 두군데 환전소 앞을 환율을 들여다 보면서 지나 가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나타나서 환전 권유를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넘어가 버린 케이스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출국 전에 미리 환전을 해 갔고, 첫 여행국인 영국의 파운드와 융프라우 오를 때 쓸 스위스 프랑도 미리 환전을 해 갔지만, 체코와 헝가리는 한국의 일반 은행에서는 환전이 어려워 별 수 없이 현지에 도착해서 환전을 하게 마련인데, 재미있는 것이 두 나라의 환율이 9:1 정도 차이가 나고 처음 방문한 우리로서는 처음 보는 돈을 어느 나라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 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체코 프라하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거리에 나서 이틀 쓸 돈을 환전을 하려하는데 우선 당장 사먹고 교통비로 쓰려고 20유로만 바꾸려 했더니, 환전소에서는 소액이라고 20:1 전후로 계산을 해 주려 하는데, 예의 그 길거리 친구가 느닷없이 나타나 25:1로 계산을 해 준다며 500코룬(체코 화폐단위) 1장을 넘겨 주더니 금방 사라지는 것이다. 점심때가 되어 핫도그 가게에서 줄을 서서 맛있게 사먹으려는 와중에 우리도 돈을 내니 체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차 싶어 돈을 자세히 보니 헝가리 돈으로 500포린트(헝가리 화폐단위) 짜리를 받은 것이다. 현지의 네다바이 전문꾼에게 멋지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날따라 환전 금액이 적어서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친구는 8배 장사를 하고 쾌재를 부른 것이다. 그나마 크게 소매치기나 도난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자위하며 웃음으로 해프닝을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수없이 많은 얘깃거리를 지면으로 일일이 남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이제 글을 정리하려 한다. 주위의 친구와 후배 여러분 중 그래 여행 한번 나서 보자하는 분은 이 글을 읽고 주저없이 자기 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시기를 권하며, 처음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내가 가졌던 마음을 소개해 본다. 그것은 "여행을 안 가고 한 달을 한국에 있어도 한국의 시간은 흘러가고, 여행을 나서도 유럽의 시간도 그래도 흘러간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나는 이런 자유 여행을 다른 지역으로 계속해 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처의 체력이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앞으로 더 지속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이 이런 자유여행을 하면서, 점차로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 공부가 조금씩 되어 가고 있으며, 긍정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도 느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웃어가며 해 낼 수 있는 자세로 바뀌어 가는 것이 너무 고맙다. 그러면서 매사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츰 변해가고 있고, 음식을 대하면 자연스럽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어느 교회에 다니냐는 편견어린 얘기로 웃음을 나누기도 하지만, 또 젊었을 때의 모든 것을 이겨 보려는 생각에서 이제는 지는 것이 편하고 좋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터득해 가고 있고, 마음은 아주 무거운 것이라 몸에서 떼어내서 내려 놓을수록 편하고 가볍다는 것도 배워 가고 있다.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애들한테는 잔소리 같지만, 우리는 젊었을 때 엄청 일을 많이 한 세대라 이제는 좀 즐기고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너희도 지금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을 하건 관계가 없고, 고생이 되더라도 땀 흘리고 열심히 살도록 하며, 인생의 승패는 노후에 결정되는 터에다, 특히 너희 때는 노후 기간이 우리보다 훨씬 길어지니까 미리 대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살라고 얘기를 해 주고 있다.
종합해 보면, 그 동안 유럽 각지를 다니면서 선대 조상들이 이룩한 수많은 역사적 유물과, 건축물, 문화 유산을 자랑하고, 일년내내 음악을 즐기며, 미술 작품과 문화에 묻혀 사는 그 곳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나한테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었냐고 물으면 단연 스위스를 꼽을 것 같다. 그들은 인간이 이룬 그 무엇보다 중요한 천혜의 자연을 누리고, 지키고 사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처와 여행한 밴쿠버와 록키를 안고 있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주가 굴뚝있는 공장을 받아 들이지 않고, 자연을 지킨다고 하듯이 스위스도 거룩한 자연을 최고의 유산이자 벗으로 지키며 사는 것이 부러웠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말 한구절, 원래 있는 말에 내가 운을 맞추어 전체 말을 만들어서, 즐겨 새겨보는 말 한구절로 끝을 맺고자 한다.
人間本是 一部自然(이니)
人間亦是 無爲自然(이라)
P.S. 돌아온 후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 여행경비에 관심이 많던데, 우리는 여행사에 960만원 (항공권, 한 달 유레일 패스, 숙박 요금 등 790만원과 항공 택스 및 야간 열차 예약비 170만원, 항공권은 직항 국적기보다 저렴한 항공권으로 여행사에서 추천한 것임)에 보통 1일 1인 현지 비용으로 5만원 정도를 권하나, 우리는 잘 먹고 잘 보고 다녔어도 준비해 간 돈이 남아 36일 여행에 둘이서 1,200만원 남짓 들었다. 참고로 이태리와 스페인은 주간 열차도 의무적으로 예약을 하게 되어 있고 예약비가 들어간다.
개인 소견으로 여행의 적기는, 인도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중 또는 2월이 좋을 것 같고, 학생이나 교사들 방학철을 피한다면 11월이 나은 것 같다. 유럽은 4월중순 ~ 5월이 날씨도 좋고 해도 길어서 제일 좋은 것 같고, 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다.
생각해 보니, 인도에서는 소나 가축이 대접을 받듯이 유럽에선 개와 자전거의 천국이라는 걸 새삼 확인했는데,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과 시내 자전거 TOUR가 급증할 것도 점쳐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구미 각국이나 일본은 황혼 여행객들이 단체나 부부 자유 여행 등으로 엄청나게 많이 몰려 다니고, 여행지도 유럽의 경우, 크로아티아나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등 발칸지역과 스페인, 포르투갈로 많이 가는 것으로 보아 10년쯤 후에는 우리도 비슷한 추세로 흘러갈 것임을 예견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동안 만나고 지나치며 웃음과 대화를 나눈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정말 좋은 인연을 많이 쌓고 와서 무척 행복하다. 그리고, 나로써는 어려운 여행을 잘 견디어 준 처에게 더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인도․네팔 여행 때는 처와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 3,210m까지 걸어 올라 갔는데, 이번 여행에서 3,454m 융프라우로 고도를 조금 높였고, 또 하산할 때는 일부러 중간 산악열차 역에서 내려 알프스 설산을 보면서 한시간 이상 트레킹을 하는 자유를 만끽해 보기로 했다. 이제 앞으로 어디로 가고 얼마나 더 올라가 볼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유여행이라는 병에 살짝 감염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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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알 읽었수다.
이런 큰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존경스럽고 부럽네.
보람있는 여행, 축하합니다. 나도 집사람과 다시 강화훈련캠프를 차려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