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등나무 군락은 부산 금정산 중턱에 있는 범어사梵魚寺 앞 계곡에 있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 때 의상대사가 절을 세운 이후 여러 고승들이 깊은 깨우침을 받았던 곳이다. 계곡의 큰 바위 틈에서 자란 약 500여 그루의 등나무가 소나무, 팽나무 등의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 뒤덮여 있다. 등나무가 무리지어 사는 계곡은 ‘등운곡藤雲谷’이라고도 불리며 금정산 절경의 하나로 꼽힌다. 천연기념물 제176호, 면적은 55,934㎡다.
범어사 등나무 군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것은 등나무가 무리지어 사는 것이 매우 드물어서 생물학적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등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 덩굴성 식물로 봄에 보랏빛 꽃을 피운다. 줄기는 오른쪽으로 꼬여 감으며 10m 이상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남쪽에서 자라는 애기등과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등나무 등 2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정원수, 환경미화용 등 조경의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등나무는 ‘갈등葛藤’이란 말에도 나온다. 갈葛은 칡을,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는다(그림). 따라서 갈등은 칠과 등나무가 좌우로 얽히듯, 이해관계가 뒤엉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