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리던 미국으로 여행을 갈 시간이 되었다. 학생으로서 학업을 잠깐 내려놓는 휴식의 의미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는 의미를 가지는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아이비리그 대학 탐방과 여러 유명장소를 가는 것, 그리고 많은 문화체험을 하고 BTA때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는 목적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우리의 미국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이비리그 대학 탐방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명한 대학들을 많이 견학했다. 그중에서 내 기억에 남는 대학은 하버드, MIT,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이다.
기억에 남는 대학 중에서 하버드를 꼽은 이유는 미국여행의 첫 번째 일정이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문과의 최고봉이기도 하며 어릴 때부터 항상 동경했던 대학이기 때문이다. 하버드에 갔을 때 첫 느낌이 세계최고의 대학 치고는 건물이나 시설이 너무 낡아보였다. 하지만 이 낡고 오래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고 이것을 전통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느꼈다. 아마 미국이라는 나라가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릴 때 얼핏 들어보았던 말인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간다’는 하버드경의 동상에서 발을 만지고, 사진을 찍고 하버드 대학 안을 천천히 구경했다. 사실 하버드를 견학할 때는 시차적응이 안 되서 많이 눈에 담지는 못했다. 여행 내내 다시 하버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 꼭 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가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였다.
다음 대학은 아이비리그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우리가 잘 아는 MIT,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이다. 하버드가 문과의 최고봉이라고 하면 MIT는 이과의 천재들만 다니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극과 극의 과를 다루는 학교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점이 흥미롭고 아이러니 했다. 흔히 공대하면 칙칙하고 남자들만 우글대는 모습을 상상할 것 같은데 MIT는 정말 학교가 아름다웠다. MIT에서 친구 두 명이 길을 잃어서 긴 시간동안 대기하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머리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저 학생들이 대부분 과학의 발전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다른 대학을 견학할 때도 봤지만 MIT에서 참 멋진 것을 보았다. 각종 전쟁에 참전에 전사한 학생들의 이름이 벽에 다 새겨져 있었다. 저렇게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누구라도 국가를 위하여 충성을 할 수 있고 이것이 미국을 지금 세계 최대강국으로 만들어 주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을 꼽은 이유는 그 대학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전혀 괴로워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 학생들은 원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몇 분 동안 천천히 바라보니, 나는 어떤 공부를 했는지 또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을 하나도 모르겠다. 시험 범위니까 공부를 했지 내가 좋아서 스스로 한 공부는 없는것 같다. 얼른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공부를 찾고 빨리 대학생이 되어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기억에 남는 곳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타임스퀘어를 고를 것이다. 뉴스에서 항상 보던, 영화에서 항상 나오던 그 곳을 내가 걷고 있다는 게 너무 황홀했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계속 타임스퀘어에 있다 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눈을 아프게 하는 전광판에 불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밝은 광고들이 너무 정신없게 흘러가서 광고의 의미라기보다는 관광명소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밤중에 그렇게 밝게 전광판을 켜놓으면 자원 낭비도 엄청 날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너무 정신이 없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적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정말 눈이 호강하는 멋진 장소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화려한 전광판이 인간 문명의 발전을 보여주었다. 너무 빛이 밝아서 일반 카메라나 휴대폰으로는 담아 낼 수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타임스퀘어의 광경을 카메라와 나의 눈에 담아오고 싶다.
우리들은 뮤지컬 배우라면 꼭 서보고 싶다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했다. 사실 오페라의 유령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내용은 알고 있는 맘마미아를 보고 싶었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좀 더 스케일이 크다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했다. 타임스퀘어에서 길을 잃어서 극장을 못 찾아 입장에 늦을 수도 있었지만 부랴부랴 가이드님을 만나서 어렵게 본 뮤지컬이었다. 아마 내 기억에는 첫 번째로 본 뮤지컬인 거 같다. 한 90달러 쯤 되는 티켓을 샀지만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배정을 받았다. 극장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뮤지컬이 시작하자말자 나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마 우리 일행의 대부분은 나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가 웃긴 대사를 했는지 외국인, 아니 현지인들이 웃을 때 우리들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라서 당황했었다. 이러다가 결국 최악에 상황으로 졸게 되어 버렸다. 중간 쉬는 시간에 깨어 쉬고 난후부터는 눈에라도 담아야겠다 싶어 계속 봤더니 정말 재미있었다. 내용도 초등학생 때 얼핏 동화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서 뮤지컬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다. 뮤지컬에 몰입하고 나니 너무 시간이 빨리 가버려서 반쯤 졸았던 내가 왜 그랬는지 정말 후회되었다. 뮤지컬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할 때 기립박수를 치려고 했는데 우리 일행들 상태가 영 박수를 칠 상태가 아니라서 관두었다. 다시 꼭 한번 더 똑 같은 것을 보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영어를 다 알아 들어서 현지인들과 함께 웃으며 뮤지컬을 꼭 보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