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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장소 : 2014. 11.23(일) / 4호선 당고개역4번출구(10시)
▣ 참석자 : 13명 (용우, 정남, 진오, 경식, 재웅, 삼환, 동준, 정한, 문형, 영훈, 근호, 양기, 천옥)
▣ 산행코스 : 당고개역-학림사-도솔봉-철모바위-수락골유원지-수락산역-뒤풀이(식당)
▣ 동반시 : "구름집" / 천상병
▣ 뒤풀이 : 빈대떡, 해물파전, 과메기에 막걸리 / "빈대떡집"
금번 등산 코스는 수락산으로 생도시절 자주 등반했고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휴일에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신세지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 가끔은 취사장에 부탁하여 주식과 부식을 수령해 정상에 올라 가까운 생도와 함께 반합에 끓여 먹고 덕릉고개를 거쳐 불암산 쪽으로 하산한 기억이 생생한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옛 추억을 생각하며 산행을 한다 하니 평소보다 일찍 잠을 깼다. 근간 산행에 여러 사정이 있었긴 하나, 불참이 잦아 산우들에게 미안한 점도 있고 앞으로도 년말이라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여 산행기자를 자청하고 즐거운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산행은 4호선 당고개역 4번 출구에 집결하여 산행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 시간에 맞춰 당고개역에 도착하니 반가운 산우들이 약속시간 전에 대부분 도착하여 있었고 몇 산우는 오고 있는 중인데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전갈이 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먼저 도착한 산우들은 1진으로 예정된 코스 학림사 쪽으로 출발하고 약간 늦은 산우는 총장님이 남아 산우가 올 때까지 기다려 2진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에서부터 총장님의 산우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에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우리 총장님!! 멋쟁이!!
10시 30분 경 당고개역을 출발하여 학림사 쪽으로 등산을 시작하였는데 조금 가파르기는 하나 포장도로이고 등산이라기보다 산보하는 기분으로 학림사 입구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면서 총장님이 인솔하는 2진과 연락하니 상당한 거리가 있어 제2집결지 도솔봉에서 조우하기로 하고 산행을 계속했다. 단풍철은 이미 지났고 낙엽만 우수수 떨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서 계절의 변화를 물신 느끼면서 산행에 분위기 메이커 산우들의 유쾌한 농담을 들으며 피로를 잊고 한참을 올라가니 체육시설이 나왔다.
산우들이 준비한 떡과 과일을 먹으면서 한참 휴식하고 2진을 고려하여 서서히 오르기로 했다. 1진 팀은 서서히 편안하고 부담 없이 산행을 하고 있으나, 2진으로 오는 산우들은 늦은 출발로 서둘러 오기에 체력이 버겁고 지치지 않았나 생각하니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
도솔봉에 도착하여 휴식을 한참 취하고 있으니 2진 팀이 도착하였다. 박수로 산우들을 맞이하며 격려의 말을 한 마디씩 건넸다. 철모바위를 거쳐 수락산 정상 가까이 도착했으나 산행시간이 길어져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고 주변의 넓은 장소를 택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만찬이며 먹산회의 특징 아닌가! 조 회장의 홍어무침, 김 회장 생굴과 문어, 등 다른 산우들도 색다른 음식을 준비해 와 펼치니 웬만한 뷔페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준비해온 시를 기자인 내가 낭독하고 막걸리 한잔에 맛있는 음식을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먹으니 산행 중에 최고의 맛이 아닌가! 한다. 이젠 시산회 산우들이 육십 줄을 넘어 칠십 줄로 달리고 있으나,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이고 곱게 늙어가는 모습이 고와 보인다.
바다가 가장 낮은 곳에 있기에 모든 물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모이듯이, 우리도 자기를 낮추고 모든 것 내려놓는 다면 만사형통하지 않을까? 노자 사상의 최고봉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다시 생각해 본다.
법륜 스님은 “중생은 길가에 핀 풀 한포기와 같다”고 했다. 자신이 별개 아니라고 여기면 상처 받을 일이 없는데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니 고통이 따르고, 언제나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괴로움, 슬픔,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했다. 자아라는 관념은 우선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서투른 사고들을 낳고, 이기적인 갈망을 자극한다. 나아가 자기중심주의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자아에 대한 과도한 애착은 삐뚤어진 자존심이 되어 경쟁자에 대한 질투나 증오, 자만, 과대망상, 우월감, 잔혹성을 낳을 수 있으며, 자아가 위협을 느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승의 얘기니 한번 마음속에 새겨 볼 만하다.
거나한 정찬을 마치고 뒷정리를 끝낸 후 하산 길에 들어섰다. 내려오는 길은 암반길이기에 밧줄에 의지하며 군대시절 유격훈련 받는 기분으로 내려오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나이 탓인지 체력에 한계가 오는 것 같다. 하산을 끝낼 무렵 꽤 큰 공터가 나왔는데 흥에 겨운 등산객이 혼자서 가무를 즐기고 있었는데 모양새가 좋아 보였으며, 나도 저런 용기가 낼 수 있으까! 하고 미소를 머금어 보았다.
뒤풀이는 이재웅 산우가 추천한 빈대떡집 앞마당에서 한바탕 먹자판을 벌였다. 큰 길의 인도에서 막걸리에 허심탄회한 농담과 호쾌한 웃음, 빈대떡, 해물파전, 과메기 등을 안주로 걸치니 또 다른 시산회의 유쾌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날머리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묵묵히 따라오는 산우들을 보며 존경심과 함께 흐뭇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다.
산우들!
바닷가에 철없이 뛰노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 내려놓고, 비록 몸은 늙었지만 낡지 말고 어린애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곱게 늙어 가세.
2014. 11. 26일. 최근호 씀.
< 동반시 >
"구름집" / 천상병
십오 번, 십팔 번 버스 종점
여기 변두리, 나 사는 동내(洞內)
단골 술집이 있는데
아직도 간판이 없는 집이다.
나 혼자 구름집이라 부르는데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꼭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서다.
아주머니, 아주 상냥하고 다닐만한 집
한 잔만 하는 내게도
너무나 친절하고 고맙고,
딴 손님들도 만족하는 이 술집
끊을 사이 거의 없는 손님투성이다.
수락산 밑이라 공기 맑고,
변두리라 인심 순박하고
도봉산이 보이는 좋은 경치.
이 집 잘되기를 나는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