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산
버지니아 울프
줄거리
길버트 클랜든은 6주전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 안젤라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모든 것을 정리해 두고, 친구들을 위한 선물들을 보면서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그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 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6주전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건강했었다. 그녀는 피커딜리 광장에서 차도로 내려서다가 차에 치여 죽었다.
클랜든은 그녀의 비서였던 시시 밀러에게 감사의 징표를 전하기 위해 와달라고 했고 시시 밀러는 클랜든의 부름을 받고 응접실로 와 그녀의 브로치를 받아간다. 언제든지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는 그녀의 말과 표정을 보고 크랜든은 혹시 자신을 흠모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크랜든은 그녀가 남편 앞으로 남긴 일기를 읽기 시작한다.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쓰여 있고, B.M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며 안젤라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 등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알게된다. 클랜든은 불안함으로 일기를 모두 읽고 그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음을 알게 된다. 클랜든은 시시 밀러에게 전화를 걸어 B.M이 누구냐고 묻고, 그녀는 자신의 오빠라고 대답한다.
감상
길버트 클랜드의 아내, 안젤라의 남긴 일기를 읽으며 순간순간 느끼는 길버트의 감정과 진실을 알아가는 변화의 과정들이 글속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의 내면의 유동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의 흐름이 자아도취에서 아내의 바람으로 인한 분노와 질투로 막을 내린다.
아내가 남긴 브로치를 시시밀러에게 건네 주면서 ‘좀 어울리지 않는 선물 같았다. 약간의 돈이나 타자기를 남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동정하면서도 뭔가를 갈망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당황했다’등의 글에서 길버트는 당시 중.하류층 계급을 대하는 상류층 남성의 오만과 편견으로 자기 안의 세계에 갇힌 나르시시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아내가 자신보다 오래 살거라고 단정하고 지적인 면에서도 아내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길버트는 “내 뒷바라지 하고 집안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냐”고 말하면서 정작 아내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오로지 그는 아내가 일하러 나갈 때 입은 형편없는 옷차림을 자신이 싫어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일기를 통해서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길버트는 오로지 ‘나’에 집중한다. 글의 곳곳에서 길버트는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애로 가득 차 있음을 엿볼수 있었다.
그런 길버트를 시시 밀러는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언제든지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부인을 위해서라도 기꺼이...의 말과 표정에서”등의 글에서 길버트를 더 측은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연석에서 차도로 뛰어 들었던 것이다’에서 안젤라 또한 길버트에게서 도망함으로 길버트를 비웃듯이 ‘아내가 죽은‘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안젤라 역시 길버트에게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피커딜리 광장에서 차도로 내려 서는 것을 선택함으로 또 다시 남성에게 속박당하는 꼴이 된 건 아닐까..
이 작품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
첫댓글 처음 쓰신 발제문이라 부담되었을텐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처음 작성하신 발제문이지만 훌륭하십니다. 부부는 어떤 관계로 유지하는게 좋을지...기대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기준선이 애모모호 어렵습니다. 오늘 수업도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당 ~~^^
고생해서 써 주신 발제문 덕분에 버지니아 울프의 <유산>을 풍성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이번 여성세미나 5기 커리큘럼에서 '자기 자신을 문제 삼는 힘으로 자신을 주어진 대로 살도록 길들이는 세상에 복종하기보다는 절망하기를 택한 여자들의 이야기, 그런 현실에 종속되기보다는 규정된 칸막이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이 꿈꾸는 방식대로 다른 현실을 만들어낸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었는데요. 버지니아의 울프의 <유산> 속 안젤라가 그런 여자가 아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이 글을 두고, 내 삶을 침탈해오는 진리의 사건이자 사랑의 사건이라고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공부야말로 그런 사건으로 인도하는 미끼라는 말씀도요.
이 공부의 시간을 어떻게 나의 사건으로 만들 것이냐, 하는 숙제가 참 무겁습니다만 말입니다.ㅠㅠ
자신이 꿈꾸는대로 앞으로 나아가시는 열정은혜님을 본 받아서 저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