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운동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운동 편식을 하기에 좋아하는 것만 좋아한다.
지금은 자녀들과 수영을 같이 하고 있다.
철길 옆에 진월 탁구장이 있었다.
시험 기간 오후나 주말 오후면 친구들과 탁구장에 모여 탁구를 하곤 했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 친구들인 소현이, 영문이, 홍환이, 대중이 등 여러 친구가 탁구장에 모여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탁구를 한다고 흉내를 내곤 했다.
아마도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탁구장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에(어린 나의 기억에) 여러 대의 탁구대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주머니께 치고 싶은 시간을 말하고 돈을 내면 탁구채와 탁구공을 주셨다.
내 기억에 1시간에 2,000원쯤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우리는 1:1로 혹은 2:2로 1시간 남짓 신나게 열심히 공을 쳐댔다.
스핀도 넣을 줄 몰랐고 그냥 열심히 공을 맞혀 휘두르기만 했다.
그렇게 네 친구는 땀을 함께 흘려가며 탁구장을 나오면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나눠 먹었다.
한 장의 사진처럼 그 웃는 모습들이 눈앞에 훤하다.
함께 운동을 한게 좋았을까? 아니면 아이스크림이 좋았을까?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다.
특히 대중이는 탁구를 잘했다.
유일하게 스핀을 넣을 줄 아는 친구였다.
한번은 대중이와 한팀이 되어 교내 체육대회의 탁구 선수로 나간 적이 있다.
체육대회 전날 밤 늦게까지 탁구장에서 특훈했던 기억이 난다.
대중이는 나에게 스핀이 걸린 서브 받는 법, 스핀 걸려 날아오는 공 받아 쳐내는 법, 스핀 넣는 법 등 그동안 숨겨왔던 기술들을 알려주었다.
비기를 전수받은 것처럼 난 너무 즐거웠다.
운명의 체육대회 날.
우리는 한팀을 이루어 경기에 나갔다.
내가 서브 된 공을 잘 받아넘기면 대중이는 강력하게 공격했다.
어제 배운 대로만 하니 그동안은 어렵던 탁구가 참으로 쉽게 느껴졌다.
역시 배워야 해.
결국 모든 반을 이기고 우리 반이 탁구 1등을 했다.
처음으로 체육대회 나가서 1등 해 봤다.
앞에 나가 상을 받다니.
(비록 상은 상장에 노트였지만.)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우와~ 가문의 영광이다.
이 모든 건 다 옆에서 날 잘 가르쳐 준 대중이 덕분이다.
대중이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아시안게임 신유빈 선수의 탁구 경기를 보았다.
그러다가 진월동에서의 행복했던 그 시절이 기억났다.
체육대회의 탁구 경기와 진월 탁구장 그리고 친구들이.
지금은 철길도 없어지고 탁구장도 없어졌더라.
이젠 친구들도 더는 진월동에 살지 않고.
하지만 내 기억 속에 철길 옆 진월 탁구장은 내 친구들과 함께 남아있다.
그 시절 행복했던 시간을 공유했던 친구들.
다 잘 지내고 있을까?
보고 싶다.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