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몸치의 댄스일기(41) - 힘들어도 재미있는 솔로연습
2006.4.15
2여 년 간(햇수는 3년) 중단했던 댄스를 다시 시작한 지가 이제 열흘 정도 지났다.
모처에 나의 연습 공간을 확보하고서 댄스 연습에 들어갔다.
올 한 해는 모던댄스의 전반을 다시 한 번 훑으면서 기초부터 다지기로 계획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한 종목씩 시간 날 때마다 연습에 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나 단순 반복 동작의 연습은 힘들고 지루한 감도 들었다. 동작과 스텝 그리고 루틴을 다 까먹은 상태라서 모든 종목의 댄스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다른 종목은 감을 잡기가 더 어려웠지만 왈츠는 사부님이 진행하는 단체반에서 두어 시간 참여한 결과 예전에 배웠던 것들을 금방 기억해낼 수 있었다. 왈츠는 워낙 심도 있게 파고 든 것이어서 이해가 쉬웠다.
모던 종목의 이것저것 섞어서 연습하다가 왈츠 한 가지만 가지고 며칠간 했다. 그랬더니 그 감이 와 닿았다. 왈츠는 생각보다 더 쉽게 감이 와서 연습이 힘들어도 그 짜릿한 맛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간이지만 전념을 다해서 연습했더니 왼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계단을 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운이 잘 되지 않고 머뭇거려졌지만 그냥 밀어붙였다. 예전에 처음 시작할 때도 얼마간 무릎이 심하게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계속 하니까 통증이 가셨기에 이번에도 그냥 자연치유가 되리라 믿으면서 연습에만 매달렸다.
왈츠의 묘미는 변함이 없었다. 그저께부터 필이 와 닿기 시작했다.
다운할 때의 그 짜릿한 스릴감도 느껴졌다. 천천히 끌어당기면서 라이징 할 때의 야릇하고 황홀한 쾌감은 호흡을 일시동안 “컥” 하고 멈추게 했다.
그 맛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맛 볼 수 있어서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세상일의 근심과 걱정에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베이직 위주로 연습하는데도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씻어야 했다. 그렇지만 각 동작에서 예전에는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멋스러움과 쾌감을 맛보는 데 빠져서 힘든 줄 몰랐다.
몇 년간 내 의지와 관계없는 환경조건으로 인해 전혀 댄스를 하지 못해서 그 욕구를 감당할 수 없었는데 이제 마음껏 풀고 싶어서 끊임없이 연습을 반복했다.
중단했던 시기만큼 댄스가 퇴보했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깊은 맛을 예전보다 더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음악을 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각 동작에도 여유가 묻어나서 마음이 흡족했다.
아마 댄스를 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도 관념 속에서 무의식적인 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그 결과 비록 스텝과 루틴은 잊어 버렸어도 내 몸의 댄스는 숙성이 되었고 잠재의식에 메모리 되었던 것 같다.
이제 각 동작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지도 음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체어]에서 [오픈 텔레마크]로 연결되는 동작이 그렇게 짜릿한 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PP 록샤세] 때 바디의 CBM을 걸었다가 일순간 잠시 멈춰 섰다 “쓰리” 카운터에서 다시 CBM을 풀고 전진으로 진행하는 그 동작이 그렇게 멋있고 짜릿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순간적이지만 호흡이 일시 중단되는 듯한 짜릿한 전율감을 맛 볼 수 있는 동작이었다. [스위블]에서 [윙]으로 연결되는 동작도 내 자신이 도취가 될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멋있는 동작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동작에서 새롭게 음미되어지는 것들이 나를 또다시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왜 예전엔 이런 걸 몰랐을까, 그리고 왜 그런 걸 몰라서 사부님들 속을 썩였을까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는 [앤(&)] 동작이 들어가는 빠른 움직임에도 충분히 음악을 음미하면서 탈 수 있었다. 서둘지 않고 여유 있게 끌어갈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하니까 몸은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풋워킹은 훨씬 부드럽고 매끄럽고 여유가 있어서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그런 걸 느끼니까 내 자신이 그런 각 동작에 도취되어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한 번 잘 되기 시작한 동작들은 더욱 더 잘 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져서 그 동작만 자꾸 반복하고 싶어져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를 연습에 미치게 만들었다.
솔로 연습이 이렇게 깊은 묘미를 맛 볼 수 있었다. 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어서 또다시 댄스에 중독되어가는 걸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