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USB를 분실한다.
어디다 꽂아놓고는 몸과 함께 나와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몸만 나온다.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말이다.
USB에는 내가 아끼는 자료들(글, 사진 등)과 나의 개인정보도 담겨있는데 잃어버리면 참 난감하다.
다들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깜빡이는 내 머리를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꽂아놓은 USB를 잊어버리지 않고 자리를 떠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정해진 시간이(예를 들면 30분이나 60분) 지나도록 USB를 꽂아놓으면, 경고음이 울리게 하는 기능을 USB 자체에 넣으면 어떨까?
보통 USB는 정보를 저장하고 옮기는 기능을 하기에 컴퓨터 본체에 정보를 옮긴 후 작업을 한다.
옮긴 후 USB를 바로 뽑으면 되는데 여기서 다들 잊어버리는 것이다.
굳이 작업 중에는 USB를 꽂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컴퓨터 본체 작업 후 그 결과만 다시 USB에 담으면 되니깐 말이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은 없기에 인터넷에 접속하여 여러 USB 제조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반응은 다 별로였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전화를 받고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개중에 어떤 분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시고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시장성은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어 감사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특히 오늘 비가 와서 더 그런 반응인 걸까?
그래도 난 실망을 뒤로한 채 이 아이디어가 사라지기 전에 이렇게 대신 기록으로 남긴다.
왠지 기록으로 남겨두면 나의 아이디어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 같기에 이걸로 나의 마음을 위안한다.
내 생각에는 시간을 카운팅 하는 프로그램과 소리 센서만 넣으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해지지 않을까?
개인정보를 잃어버리지 않고 소중한 자료도 더욱 잘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분실하지 않는 장치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에서부터 모든 제품은 만들어진다.
기술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지금의 편리한 생활에 이르렀지 않은가?
가끔 어떤 좋은 생각이 들면 이렇게 기록으로라도 남겨야겠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이렇게 글 한 편 쓸 수 있으니 이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냥에세이, #U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