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1기 19. 별별 경험 (버스와 기아차)
2012.7.26
모처럼 버스를 타고 마닐라의 공항에 가보기로 했다.
이 곳에서 시내버스로는 주로 지프니를 이용하지만 그래도 좀 떨어진 도시로 나갈 때는 큰 버스를 탄다. 버스는 에어콘이 있는 버스와 에어콘이 없는 버스, 두 종류가 있다. 에어콘 버스는 유리창이 달려 있지만 에어콘 없는 버스는 아예 창문 자체가 뻥 뚫려 있다.
달리게 되면 물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러나 도로가 정체로 밀리거나 서 있을 때는 엄청 덥다. 또 비가 오면 창가에 앉은 사람들의 팔꿈치가 비에 젖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창문없는 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요금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비교적 괜찮은데 화면이 좋지도 않은 TV를 어찌나 크게 틀어 놓는지 시끄러워 견디기 힘들다. 그보다 안 좋은 것은 두 명이 앉기에 맞는 좌석에 세 명이 앉도록 되어 있어서 어찌나 좁은지 옴싹 달싹 하기도 힘든 거다. 어떻든 첫 경험이라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마닐라 가까운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다음 택시를 타야 한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택시는 오래된 모델의 우리나라 기아의 Pride 차였다.
반갑기도 했지만 어찌나 차가 낡았는지 택시 바닥의 철판이 뚫어져서 얼핏얼핏 길바닥이 보일 지경이다.
잔뜩 비틀어 짠 옷처럼 조글조글 구겨진 셔츠를 입은 운전기사도 쭈글쭈글하고 초라한 얼굴의 할아버지다.
아무튼 우리는 택시를 잡은 것 만으로도 고맙고 또 기아차라서 너무 반가웠는데 십 분도 채 달리지 못하고 시동이 꺼지더니 길 위에서 그대로 서 버린다.
운전기사는 갓길에 겨우 차를 옮기고 나서 우리에게 내려달라고 한다. 기름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참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누추한 차림에 쪼글쪼글한 할아버지 기사가 기름이 떨어진 차를 몰고 다니다니 불쌍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더구나 그는 작은 플라스틱 병을 들고 기름을 사러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에게 요금을 주고 잔돈은 받지 않은 채 또 다른 택시를 잡느라 뙤약볕에서 조금 더 고생을 했다. (2008년 9월)
첫댓글 많은 부분에서 톡톡한 경험을 하게 되었군요.
필리핀 생활을 이어 가는데 밑 거름이 되겠지요?
나라가 가난하다 보면
별의 별일이 다 생기지라
한국도 1960,70년대 …필리핀 보다
더 못 살고
박대통령은 마르코스한테 박대도 당했다죠.
재미있게 읽고
필제가 대단 하삽니다 .
저서전이나 소설을 쓰시지 얺으시는 가여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