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 여행 / 김석수
요즈음 베트남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이 푸꾸옥이다. 이국풍의 색다른 풍경을 보며 토속 음식을 먹어 보고 싶어서 지난주 그곳에 갔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따뜻한 공기와 함께 식욕을 돋우는 계피 향 냄새가 풍긴다. 황금빛 바다와 출렁이는 파도가 인상적이다. 길거리에 베트남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반미’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그사이에 곱게 갈아 익힌 닭이나 돼지고기를 버터처럼 펴 바른 다음 토마토와 향이 강한 여러 종류의 채소를 넣은 뒤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이다. 프랑스 빵인 바게트가 음식의 기본재료로 사용되는 건 제국주의가 남긴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베트남 서남부에 있는 섬으로 어두운 역사가 있다. 1946년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전쟁 동안 베트남 군인이나 정치범를 잡아서 가두려고 감옥을 만들었다. 그 뒤로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과 미군이 수용소로 만들어서 베트콩 포로를 잡아 가뒀다. 규모는 400헥타르이며 32,000여 명의 정치범과 포로를 구금했던 곳이다. 1953년부터 1975년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4천여 명이 이곳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죽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천국의 섬이 한때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1993년 베트남 정부는 이곳을 암울했던 섬의 역사를 기념하려고 사적지로 지정했다.
감옥에서 내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타이거 케이지(Tiger Cage)’다. 야외에 철조망으로 닭장이나 돼지우리처럼 만들어진 시설물이다. 이곳에 갇힌 죄수는 반바지만 입어야 한다. 밤낮으로 모기와 초파리에 쏘이면서 강렬한 햇볕 아래서 견디어야 한다. 더운 날이면 죄수에게 새를 태워 만든 액체를 뿌리거나 우리 옆에서 불을 지폈다. 추운 밤에는 우리를 씻는다며 물을 뿌렸다. 밥과 소금만으로 끼니를 때우도록 했으며 대소변도 우리 안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이곳은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태국 북부에서 가까운 곳이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1975년 5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군이 이 섬을 점령했고 베트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되잖았지만, 1979년 베트남과 캄보디아 전쟁으로 긴장이 계속되었다. 이 섬의 주권을 두고 20여 년 동안 두 나라가 다투었다. 1999년에야 캄보디아는 이 섬의 영유권을 포기했다. 지금도 주민 중에 캄보디아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넓고 한적한 해변과 울창한 숲, 처녀 열대 우림. 그리고 나른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2021년 ‘타임지(Time Magazine)는 그해에 가봐야 할 100대 여행지 중 하나로 푸꾸옥을 선정했다. '월드 트래블 어워즈(World Travel Awards)’에서 2022년 ‘세계 최고 자연 섬 여행지’로 발표했다. 최근 국제공항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올 수 있도록 했다. 정부 당국은 이곳을 최초로 '섬 도시'로 명명했다. 유네스코는 이 지역 주변의 땅과 물, 천연자원을 보호하려고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여행의 백미는 역시 먹거리다. 음식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창이다. 이곳은 신선한 해산물부터 전통 요리까지 다양하다. 베트남 하면 쌀국수인데 그 종류가 많다. 여기 토속 음식으로 ‘후띠유’와 ‘분꽈이’가 있다. 둘 다 쌀국수인데 재료와 맛이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두꺼운 면발의 소고기 쌀국수는 북부 하노이식이다. 이곳은 남부 지역이라 캄보디아 영향을 받아서 국수 가락이 가늘고 쫄깃하며 고명으로 돼지고기나 해산물이 올라온다. ‘분꽈이’는 주문 즉시 면발을 뽑아서 요리하고 새우나 생선 어묵과 오징어를 토핑으로 올린다. 주문한 뒤 손님이 직접 양념을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추 양념을 넣어 나만의 요리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거리의 가게나 시장에 후추와 해산물이 많다. 전통 야시장에 가면 오징어, 가리비, 성게, 랍스터 등을 싸게 사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양념한 성게 요리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남쪽 ‘선월드역’에서 20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혼똔섬’에 도착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라고 한다. 케이블카 위에서 보면 바다에 줄줄이 떠 있는 고깃배와 ‘호핑투어’를 하는 구조물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물놀이 시설이 있는 ‘워터파크’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잠깐 동심으로 돌아가 한두 개 놀이 시설을 이용해 봤더니 다리가 아프다. 해질녘에 ‘선월드’로 돌아와 일몰을 구경했다. 구름이 끼어서 선명하지 않았지만 아름다웠다.
시내 중심지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쯤 북쪽으로 가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동물원이라고 하는 ‘빈펄 사파리’가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야생 동물을 구경하는 곳이다. 마치 아프리카 ‘세렝게티’에 와 있는 느낌이다. 얼룩빼기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목덜미가 두툼한 사자가 졸음에 겨워 땅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려가는 곳으로 갔더니 '새쇼'를 하는 야외 공연장이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여자 조련사가 나와서 새를 큰 소리로 불렀다. 꼬리가 긴 새가 날아와서 그녀의 손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베트남어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녀는 새와 소통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여러 마리 새를 한꺼번에 날려 보냈다 불러들이면서 자유자재로 조정한다. 새를 다루는 그녀의 솜씨가 대단하다. ‘어쩌면 저런 재주가 있을까!’라고 감탄했다.
첫댓글 푸꾸옥을 다녀 온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푸꾸옥 가자고 계획해 두었는데 미리 다녀온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네, 한 번 다녀오세요. 고맙습니다.
어느새 또 여행을 다녀 오셨어요? 저도 푸꾸옥 꼭 가보고 싶네요.
나만 모르는 멋진 여행지가 베트남에 있네요. 푸꾸옥을 잘 알았습니다.
베트남 현지인처럼 느껴집니다. 글 여행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여행에는 늘 역사와 문화가 함께라 배우는 게 많습니다. 푸꾸옥, 꼭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