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제 꾀에 녹는다
당나귀 한 마리가 소금짐을 지고 길을 가고 있었다.
당나귀는 제 그림자를 보니 소금짐 그림자가 작아 보였다.
그는 짐이 가벼운 짐이라고 기뻐하면서 몇 걸음 발짝을 떼 옮겨보니, 보기와는 딴판으로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하루종일 걷다보니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다.
강가에 이른 당나귀는 주인의 손에서 고삐를 나꾸어 채가지고 허리를 차는 강에 들어가 한참이나 목욕을 하였다.
그런데 물 건너기 전에 비하여 짐이 엄청나게 가벼워 진 것이었다.
당나귀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라, 짐이란 것은 물에 적시면 가벼워지는구나."
며칠 후에 당나귀는 또 짐을 지고 길을 걷게 되었다.
이번에는 커다란 솜짐을 지고 길을 떠나게 되었다.
당나귀는 버릇대로 짐 그림자를 넘겨다 보았다.
그런데 잔등의 짐은 먼저번 소금짐보다 몇 배나 큰 것이었다.
"어이쿠, 이를 어쩌나? 이 큰 짐을 어떻게 내 혼자 힘으로 지고 간담?..."
당나귀는 자기 주인을 부릅뜬 눈길로 원망스레 흘겨 보면서 길을 떠났다.
그리곤 얼마인가를 터덜터덜 힘겹게 걸어 가는데, 조그만 시냇가에 이르게 되었다.
당나귀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흥, 내가 이 무거운 짐을 그대로 짊어지고 갈 것 같으냐, 짐이란 물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가벼워 지더라,..ㅋ"
당나귀는 이번에도 주인의 손아귀에서 고삐를 확 나꾸어 채가지고 물 속으로 첨벙 나뒹그는 것이었다.
그러자 부풀은 솜 이 물을 잔뜩 빨아들여서 금방내 짐은 천 근, 만 근도 넘는 것 같이 무거워졌다.
당나귀가 간신히 일어나 숨이 차 헐떡거리자, 주인이 가죽채찍으로 당나귀를 사정없이 때리면서 말했다.
"흥, 망할 놈의 당나귀야, 제 꾀에 녹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