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초 아직 겨울이라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책내느라 피폐해진 심신을 끌고 나는 '옥정호'반으로(집 마당 건거가 호수였다.)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 가자마자 '솟대'를 만들기 시작했다.(아래)
무엇보다도 도회지 생활이 싫었고, 그저 1 년 정도를 시골(산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위) '호수'. A4. 수채. 2003
위) '별이 빛나는 밤'. A4. 수채. 2003
아래) '서까래가 보이는 방'. A4. 수채. 2003
위) '진종일 비'. A4. 펜. 2003
아래) '하모니카 부는 사람'. A4. 펜. 2003
매화가 피는 집이었고(난생 처음 매화를 알게 되었다.), 개도 키워보았다.
그 뿐 아니라, 집에 '현판'도 달아보았다. (부근에 사는 지인들을 초대해 '현판식'도 했다.)
아래)내가 '현판'을 붙이는 행위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여태까지 해 보지 못했던 삶의 멋을 부리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남에게 해코지를 한 건 없기 때문에(그 안에서) 최대한 나 개인적으로 재미만 느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랬다.
그저,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남들은,
한창 젊은 나이에 무슨 짓인가? 뭘 먹고 살려고? 인생을 포기했나? 하는 식의 말들을 해왔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현판을 '몽상(夢想)(?)'으로 지었던 것도,
사실은, 내가 몽상가라고? 그게 어때서? 하는 심정을 담고 있었다.
그래, 꿈이라면 어때? 꿈 속처럼 사는 거야!
위) '매실 따기'. B4. 수채. 2003
개를 배에 태우고 호수로 나가 하모니카도 부는(신선 시늉?) 행위도 일상이었고,
위) '호숫가에 사는 사람'. A4. 연필. 2003
아래) '호수 한 가운데'. A4. 수채. 2003
위) '빈 배'. A4. 수채. 2003
위) '호수 나라'. A4. 수채. 2003
아래) '호수 이야기'. 120호 유화. 2003 (나중에 '외출금지' 전에 출품)
아래) '몽상 별곡'. 테라코타. 2008
한국에서는 처음 '그물 침대'도 즐기고,
내가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외국인 친구들도 두어 팀 날 방문했고, (그 산골 마을에 외국인은 처음이라고들 했다.)
위) '그물 침대'. A4. 수채. 2003
아래) '해먹위의 남자'. 테라코타. 2007
위) '그물 침대'. A4. 수채. 2003
위) '이 세상'. B4. 연필. 2003
아래) '풀벌레 소리'. A4. 펜, 수채. 2003
감이 많이 나는 산골이어서,
가을엔 곶감도 깎아 말리는 재미도 느껴보았다.
(그 이래, 나는 해마다 가을이면 곶감을 깎는다.)
위) '시월의 오후'. A4. 수채. 2003
아래) '11 월'. A4. 수채. 2003
이 글을 쓰면서 보니,
이 '몽상' 시절에는 의외로 '자화상'이 많지가 않다.
물론, 거의 모든 그림들이 다 내 얘기이긴 하지만......
위) '거울 밖'. A4. 수채. 2003
아래) '자화상'. A4. 수채. 2003
위) '자화상'. A3. 수채. 2003
아래) '자화상'. 판넬 위의 유화(8호 정도). 2003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림 아랫부분이 잘려 있다.)
아래) '자화상'. A4. 수채. 2003
계절은 잘만 갔고,
겨울이 되었고, 호수에도 눈이 내렸고,
1 년을(4 계절)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채우긴 했는데, 정말 잘 놀았던 것 같다.
위) '눈내리는 호수'. B4. 수채. 2003
아래) '눈 세상'. A4. 수채. 2003
1 년 동안 잘 놀았던 '몽상' 현판을 떼고,
2004년 초,
나는 '겨울 까미노'를 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이것으로 '몽상(夢想)'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