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6. 일. 울산종하체육관(울산 질고지님의 블로그글을 펌하여 게시합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순회경선 두번째 지역인 울산경선은 파행으로 얼룩졌다.
그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간에 순회경선 흥행을 통해서 당 소속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를 높이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목표는 큰 타격을 받고 말았다.
일차적 책임은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적인 선거관리 능력 부재에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경선승리에 집착하여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각 후보진영도 책임의 일단을 피할 수는 없다.
여하간 이른바 비문(非文) 후보들의 연설회 불참으로 장내에서는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지는 동안 장외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맨 먼저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이 입구 계단에 앉아 '저녁이 있는 삶'과 아침이슬 등 차분한 노래를 부르며 공정경선 진행을 간접 촉구했다.
그리고 왜 손학규 후보가 연설회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지, 손 후보 진영의 요구사항과 상황을 지지자들과 공유하며 기자들에게도 알렸다.
어느 순간 극적인 타협점이 찾아져서 합동연설회가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본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평화적이고 질서를 유지했다.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이 대오를 갖추고 질서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본 김두관 후보측 지지자들도 옆자리에 대오를 형성했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연대감이 형성됐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인 '아침이슬' '아리랑목동' 등을 부르고, 각자 지지하는 후보를 연호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김두관 손학규를 함께 연호하기 시작했다.
연대감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형성되는지 손후보 지지자들이 김두관을 연호하면, 김두관 지지자들이 손학규를 연호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파도타기, 함성, 후보자 연호...
장내는 하릴없이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인데 반해서 장외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취재기자들의 관심도 장외로 이동했다.
왜 이러고 있는지 묻고 이색적인 풍경을 스케치했다.
손학규 - 김두관 지지자들의 연대가 이어지자 정세균후보의 지지자들도 함께 하자고 요청해와서 가운데 자리를 내어주고...
장외는 이제 비문 세후보의 지지자들간에 이른바 손학규 - 김두관 - 정세균 연대가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울산 경선이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민주통합당과 각 후보들은 심각한 타격을 면할 수 없게 되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대감은 작은 소득이었다.
아마도, 아니 거의 확실시 되는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면 적어도 울산은 가장 확실한 비문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상층단위에서 정치적으로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방침을 내리든 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그래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돌발적인 상황이다.
임기응변, 현장에서 즉자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하는 임무가 각 응원단 리더들에게 부여됐다.
즉석에서 머리를 맛대고 구수회의를 한다.
선거관리 지침상 앰프를 사용할 수가 없고, 음악을 틀을 수도 없다.
그저 육성으로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때론 상황공유를 위한 연설도 하면서...
이보다 더 확실한 연대가 또 있을까?
아마도 연설회가 열리면 세 후보의 운동원과 지지자들은 손 - 김 - 정 세 후보의 연설에 함께 환호하고 응원을 보낼 것이다.
졸지에 공동 응원단장이 된 세 사람이 구수회의를 마치고 즉석 공연에 들어갔다.
리더가 랩 리듬에 맞춰서 선창을 하듯 묻는다.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1번 정! 세! 균!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2번 김! 두! 관!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3번 손! 학! 규!
이보다 더 확실한 연대가 또 있을까?
이어서 파도타기~~~~와아~~~~~~~~~~~~~~~~~
오라~ 사진에 보니까 청학동 훈장님도 오셨구만이라~ㅋㅋ
각 진영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오지 않아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하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아주 짜임새있는 연대의 한마당으로 무르익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환호성이 이어지면서 긴장 불안 지루함을 날려버렸다.
물만난 치어보이들~ㅋㅋ
경선파행이란 불명예를 기록한 울산경선의 현장은 그러나 절망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이들이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즉흥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무르익은 분위기에 다시 한번 리더가 랩 리듬에 맞춰서 선창을 하듯 묻는다.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3번 손! 학! 규! (리더 : 더 크게~ / 좌중 손 학 규!!)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2번 김! 두! 관! (리더 : 더 크게~ / 좌중 김 두 관!!)
리더 : 우리가 누구~~?
세 후보 지지자들 동시에 합창으로 : 1번 정! 세! 균! (리더 : 더 크게~ / 좌중 정 세 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정세균 - 손학규 - 김두관 운동원의 어깨동무
공교롭게도 이후 언론보도를 보니까 이즈음 세 후보들도 모처에서 만나 공정경선 요구사항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심전심, 세 후보진영이 연대하여 힘을 합친다면 초반 2연승으로 기세가 올랐던 문재인 후보 진영이 더 긴장되고 불안할 것 같다.
'때린*은 웅크리고 자고, 맞은*은 두발 쭉 뻗고 잔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이후 당 지도부와 당 선관위에서는 후보자들 연설을 생략하고 투표강행 방침을 발표했다.
고성과 야유와 몸싸움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국대의원 투표가 일방적으로 진행 되었지만 불참하거나 빠져나간 대의원이 많았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세 후보진영 대의원 상당수가 일방적인 투표진행에 반발하여 투표를 거부하는 바람에 전국대의원의 현장투표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개표 역시 세 후보 진영의 참관인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단독으로 진행함으로써 울산 경선은 시작도 끝도 파행이었다.
이 바람에 불참한 세 후보진영은 표와 명분에서 손해를 봤고, 문재인 후보는 1등을 하고도 빛이 바랜 '지지자들만의 환호'로 그쳤다.
첫댓글 그날 그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