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손 원
지구촌의 대축제인 하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펼치고, 8월 11일 막을 내렸다. 세계인이 함께한 축제의 한 마당을 실시간으로 보고 즐길 수 있었다. 올림픽 중계방송은 열대야를 이기는 특효약이었다. 개최지 파리와는 8시간 시차로 주로 한밤중에 TV 시청을 하여 잠을 설치기도 하였지만, 우리 선수가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고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게임이 엎치락뒤치락하여 가슴졸이는 순간도 있었다. 때로는 환호로 때로는 탄식으로 굴곡이 점철되었다. 상대를 이기는 통쾌한 장면을 보면 엔돌핀이 솟았다. 국민이 하나 되는 것이 스포츠의 마력이다. 국민적 성원이 열대야의 열기를 무색하게 했다. 보답이라도 하듯 우리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금메달을 딸 때마다 환호했고, 국가 순위도 상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양정모의 금메달 이후, 대한민국 역대 100번째 금메달도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도 관심사였다. 대회 4일째 사격에서 고등학생인 반효진 선수가 주인공이 되었다. 왜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그것은 개인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긍심과 국격상승에도 크게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만큼 힘들다고 할까. 그만큼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허락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수십 년간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메달 하나 따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국가가 70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개막식 선수단 입장 국가의 3분의 1은 역대 메달 기록이 없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만 해도 206개 국가에서 10,5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이 참가하여, 32개(금 13, 은 9, 동 10)의 메달로 종합 순위 8위를 달성하였다. 최근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U.S.From News & World Report)의 2024년 국가별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국력에서 6위이며, 산업 경쟁력과 문화적 영향력에서는 각각 7위를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 국가별 성적도 이에 걸맞은 걸 보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갖춘셈이다.
하계올림픽은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제전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로서는 최고의 영광이다. 뛰어난 기량으로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꿈의 무대에서 국가의 명예를 짊어졌기에 이들은 최선을 다한다.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이기에 선수로서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4년간 혹독한 훈련으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여야 한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을 위하여 그들은 피땀을 흘린다. 제한된 시간 내에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여야 한다. 기록, 겨루기 등 종목에 따라 성적을 내야 한다. 토너먼트일 경우 수회에 걸쳐 이겨야 결승에 진출한다. 우리는 결승에 오르기까지의 고군분투하는 대부분 과정을 생략한 체 하이라이트만 본다. 온몸을 불사르는 투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금메달감이지만 혹독한 경쟁과 냉철한 판정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갈린다.
세계적 기량을 갖춘 선수끼리의 맞대결은 하나같이 명승부다. 그 장면은 실시간으로 세계 전역에서 시청할 수 있다. 지구촌 80억이 만여 명의 경기를 보고 환호하는 것이다. 선수의 목표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매달 총수는 금메달 329개를 비롯하여 천여 개 남짓하다. 물론 올림픽 영웅은 금메달을 목에 건 자에게 주어진다. 그중에서도 금메달을 여러 개 딴 선수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소위 스타플레이어들이다. 그들의 화려함 이면에는 참가자 만여 명의 서포트가 있었고, 자국내 나아가 전 세계로 확대하면 그들을 떠받친 음지의 선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올림픽은 메달을 목에 건 소수의 잔치가 된 듯하다. 물론 그들의 기량을 보고 즐긴 대중도 있긴 하다. 문제는 알게 모르게 성공적인 올림픽에 기여한 저변의 선수들에게는 땀 흘린 댓가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데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다. 올림픽 개최로 한 몫 보는 부류도 있다. 올림픽의 상업화 때문이다. 올림픽의 흥행을 위해서 상업화는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 열매가 몽땅 그들 몫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올림픽으로 거둔 과실의 일부라도 스포츠 발전의 저변을 위해 쓰일 수 있어야 한다. 올림픽에 참가하여 빈손으로 돌아가는 선수가 없도록 적정한 보상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최빈국 위주로 배려하여 지구촌 모두가 스포츠로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 2024. 8. 14. 영남경제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