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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 작업한 영상을 최종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평소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했습니다. 바로 강민지 선생님과 만나 영상을 확인하고 수정했습니다. 시청하시는 분들이 지루하시지 않도록 중복된 장면을 빼고 영화제의 모습들로 채웠습니다.
영상을 모두 완성한 이후, 금일 영화제의 업무분장표를 작성했습니다. 이번엔 혼자서 작성하고 완성된 것을 강민지 선생님께 확인받았습니다. 앞서 몇 번 작성했던 것이 도움이 되어 홀로 작성하는 것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준비물과 담당자의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하고, 강당에 내려가서 미리 장비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옥상영화제를 시작하면서 나타났던 문제와 동일했습니다. 믹서와 메인 스피커를 연결하는 스피콘 라인이 접촉 불량 오류를 일으켰습니다. 음향 장비를 수리하고 제작했던 경험을 살려 연결부를 수리해봤지만, 여전히 기능하지 않았습니다. 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 되어 다소 초조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과 의논했습니다. 새로 라인을 살 것인지, 산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 어디에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 의논했습니다. 영화제 시작까지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사업이었기 때문에, 주변에 부탁드리고 도움을 받는 것으로 일을 진행해보고자 했습니다. 사역하고 있던 청소년 사역 단체의 본부와 학교에 먼저 문의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장비를 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점점 초조해지는 가운데, 강민지 선생님의 연락으로, 실습 초반에 마을 인사 나갔던 조대연 선생님께서 긴 스피콘 라인을 빌려주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동네 이웃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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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설명회를 마친 후에, 강민지 선생님과 함께 관악마을예술창작소에 들러 조대연 선생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미리 라인을 준비해주셨습니다. 라인을 건네받으면서 그간 초조했던 것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음까지 넣어주신 냉수 한 잔도 권해주셨습니다. 벌컥벌컥 마시고 감사하다고 인사드린 뒤에 복지관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신동아공사 사장님께 연락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 스크린 설치를 도와주기로 하셨습니다. 오후 5시부터 스크린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 5시 30분쯤 계단으로 가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청빛 댄스동아리에서도 공연을 진행해주겠다고 확답받았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께서 공연에 사용할 음원을 미리 받아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이철호 선생님께서도 7시 30분까지 장비를 들고 계단으로 와주시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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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이후에는 필요한 영상과 준비물들을 준비했습니다. 매끄럽게 영화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파일을 한데 모았습니다. 업무분장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스크린 설치나 장비를 옮겨야 하는 일처럼 도움이 필요한 업무를 다른 동료 선생님들께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 직전에 홍보하며 들고 다닐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우드록을 잘라 포스터와 약도를 붙였습니다. 극장주들이 들고 돌아다니다가 세게 흔들어도 부러지지 않도록, 나무젓가락으로 뼈대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럴싸한 모습의 피켓 두 개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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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별팀 극장주들이 다 모였습니다. 함께 차에 장비를 싣고 88계단으로 이동했습니다.
가장 먼저 계단 전체를 청소했습니다. 계단 꼭대기에서부터 꼼꼼하게 청소했습니다. 앉았을 때 편하도록 큰 돌들을 걸러내고 흙먼지를 쓸어 담았습니다.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도 놓치지 않고 정리했습니다.
비가 조금 온 후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아이들이 더위라도 먹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얘들아, 이만하면 됐어. 나머지는 선생님이 할게. 저기 그늘 가서 조금 쉬고 있어.”
“선생님, 괜찮아요. 같이 하는 일이잖아요.”
이 말을 듣고 살짝 부끄러웠습니다. 극장주들은 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동료로 생각해주고 있었는데, 저는 극장주들을 어느새 아이들로만 보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힘을 내서 극장주들과 계단 청소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윤시온 선생님과 김승철 선생님, 김 별 선생님, 강민지 선생님께서 스크린의 설치와 장비 배치를 위해 장내를 정리해주셨습니다. 저를 도와주러 현재 선생님도 자리에 함께 해줬습니다. 이때 신동아공사 사장님께서 장내에 도착하셨습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스크린을 설치하고, 사장님께서 바닥에 앵커를 박아 고정했습니다. 스크린이 세팅될 때쯤, 벌써 영화제 하는 것을 아시고 계단에 오신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스크린이 설치되는 동안, 특별팀 극장주들은 계단에 앉을 자리와 걸어 다닐 통로를 구분하는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계단은 원래 통로입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다니실 분들을 위해 통로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편의점에서 각자 먹을 간식을 샀습니다. 성원이가 깜빡하고 용돈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주혁이가 성원이에게 돈을 꿔주었습니다.
“이럴 때 있으라고 친구 하는 거야.” 주혁이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함께 복지관으로 돌아와 맛있게 저녁 식사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께서 김밥까지 준비해주셔서 더욱더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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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극장주 친구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직전 홍보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극장주들은 피켓을 그다지 들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조금 민망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저는 계단 영화제를 성현동 어벤저스가 만들었으니, 직접 동네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말로도 설명해봤지만, 극장주들을 설득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극장주들이 직접 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제가 먼저 본을 보이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영화제를 초대했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선의관악복지관 실습생인데요, 지금 여기 있는 친구들이 영화제를 준비했어요. 저기 있는 88계단에서 진행하는데 어딘지 아시나요?”
“아유, 알지. 드라마도 촬영하는 데잖아. 작년에도 영화 보지 않았어?”
“네, 맞아요. 어르신, 이 친구들이 재밌는 거 많이 준비했으니까 시간 되시면 간식 몇 개 가지고 바람 한번 쐬러 나오세요.”
“그래요. 아이고, 꼬마 친구들이 기특한 일을 했네?”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아이들 칭찬을 잊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의 자신감이 솟아났습니다. 성원이가 피켓을 슬쩍 가져가더니, “선생님, 이번엔 제가 해볼게요.”하고 말했습니다. 주원이도 피켓을 가져가더니 “저도 해볼래요!” 합니다.
선생님이 한 번 본을 보이고, 어르신께서 칭찬해주시는 것을 본 아이들이 반응했습니다. 제가 억지로 시키려고 하지 않고 딴전 한번 피웠을 뿐인데, 아이들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소리치며 동네 주민들을 초대했습니다.
“88계단에서 ‘간 큰 가족’ 봅니다. 모두 모두 와주세요!”
“재밌는 영화 함께 보러 나오세요!”
벽산 드림빌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 밑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성원이가 달려가더니 어르신들을 초대했습니다. 또박또박 잘 설명하는 성원이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주원이는 자기가 먼저 하지 못했던 걸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주원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자에 앉아 계신 어르신과 분리수거하고 계신 어르신께 다가가 인사드렸습니다. 주원이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초대했습니다. 주혁이가 옆에서 도왔습니다.
“할머니, 저희가 준비한 영화제 오늘 하는데, 보러 와주세요.”
“그래? 너희들이 다 준비했니?”
“네.”
“우와 이따가 꼭 보러 가야겠네. 초대해줘서 고마워.”
어르신께서 주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마치 초대하는 일이 극장주들 사이에 게임이 되었습니다. 누가 더 많이 홍보하는지 내기라도 하듯, 갈수록 적극적으로 영화제 홍보에 힘썼습니다. 분식집과 마트에도 들어가서 동네 주민들을 초대했습니다.
지나가시던 분들이 극장주들이 붙잡을 때마다, 한 분도 빠짐없이 걸음을 멈춰주시며 끝까지 들어주셨습니다. 극장주들을 소중히 여겨주시는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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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영화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성원이가 마이크를 잡고 대본을 읽어봅니다. 어색하게 끊어 읽는 부분은 없는지 옆에서 체크해주었습니다. 성원이가 더 유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대사 사이에 넣을 만한 애드리브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주혁이는 강민지 선생님께 영상을 트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영상제 순서에 맞게 영상을 크고 끄는 역할을 맡아 연습했습니다.
이철호 선생님과 청빛 댄스 동아리의 리허설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기타 공연의 경우, 소리는 끝까지 잘 들리는지, 노이즈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잘 점검했습니다.
저와 주원이는 곳곳에 설치해둔 스피커의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지 확인했습니다. 계단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일인데도 주원이가 큰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