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이전에 없던 대남 강경노선 천명
: 대내 언급 사라지고 대남 강경발언 쏟아내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으며 북한이 대남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정책과 맞물려 새해 한반도 정세는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이 글은 지난 12월 26일부터 6일간 진행된 북한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대한 북한의 결과 보고를 중심으로 북한의 국내 상황과 대남정책을 분석하고 새해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 보려 한다. 북한의 ‘전원회의’는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당의 중·단기 정책을 결정하고 당의 핵심 인사들을 선거하는 기구이다. 최근 북한은 신년사를 전원회의 결과로 대체해 보도하고 있다.
사전에 언급할 부분은 과거 북한이 발표하던 신년사와 달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보고는 ‘당 전원회의’라는 형식적 특징뿐만 아니라 텍스트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명확히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전원회의 보고의 특징을 감안해 텍스트와 그에 따른 해석을 최대한 분리해 서술하도록 하겠다.
2022년은 ‘국가존망’의 위기였다
새해 아침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언론들이 전날까지 진행된 전원회의의 결과 보고를 공동 보도했다. 전원회의 결과 보고는 1)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총화와 2023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 2) 조직문제, 3) 2022년도 국가예산집행정형과 2023년도 국가예산안에 대하여, 4) 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할데 대하여, 5) 새시대 당건설의 5대노선에 대하여를 의안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1번 의안인 2022년 당 및 국가정책 평가와 2023년 사업계획만을 담고 있다. 2번~5번 의안에 대한 논의는 그 중요도와는 별개로 공개되지 않았다.
전원회의는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을 성공적으로 버텨냈다고 자평했다. 김정은은 지난 2021년 1월에 개최된 “당 제8차대회 이후 우리 당이 10년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을 인내”했다고 말하며 2022년이 위기의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2022년을 국가존망을 판가름하는 시기였다고 지적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고립된 상황에서 작년 5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극대화된 상황을 의미한 것이다. 북한 정권 스스로 체제 위기를 느꼈을 정도로 위기였음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가장 중대한 시기에 핵무력 정책을 공식법화하여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하고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세계에 명백히 각인시키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한 것은 … 그 어떤 정치적 사변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국내외적 위기를 대외협력이 아닌 핵무력 강화를 통해 이겨냈다는 것으로, 이러한 평가를 볼 때 올해도 북한의 대외 강경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에서 ‘12개 중요 고지’ 제시했지만 ‘경제건설 총력집중’은 난망
전원회의는 북한 내부의 경제 및 사회분야 평가와 2023년 전망과 관련해 2023년이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관건적 의미를 갖는 세 번째 해”임을 강조하고 “인민경제의 각 부문들에서 달성하여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 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정하고 그 점령방도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전원회의를 보도한 내용에는 2023년의 구체적인 경제지표와 ‘12개 중요 고지’가 무엇인지, 그 ‘점령방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2021년 12월 말 같은 시기에 진행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내용에서 경제문제에 집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보도 내용이다.
다만, “살림집 건설을 1차적인 중요정책과제로 내세우고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건설의 세 번째 해에 수도건설을 보다 통이 크게 별려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건설과 3,700세대 거리를 하나 더 형성하며 … 농촌건설에 더 큰 힘”을 넣자는 내용이 그나마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기대했던 북중국경의 추가 개방도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결국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해에도 작년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이후, 2018년 4월 전원회의를 통해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통제의 위기가 중첩되면서 경제건설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2023년에도 핵무력을 중심으로 대외, 대남 강경정책을 지속하며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침묵을 깬 북한의 대남 강경정책 천명
최근 몇 년간 북한의 신년 메시지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올해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는 그간의 침묵을 깬 날 선 비난과 대남 강경정책이 가득 담겨 있다.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며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던 북한이 공개적으로 대남 강경정책을 천명한 것이다.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한국이 “무분별하고 위험천만한 군비증강책동에 광분하는 한편 적대적 군사활동들을 활빌히 하며 대결적 자세로 도전”하고 있다며,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 선언했다.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 관한 보도 내용에만 국한한다면, 북한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더 많이 언급한 것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유례가 없었던 강력한 도발이다. 이와는 별도로 김정은은 지난 12월 31일 초대형 방사포(KN-25) 증정식에 참석해 “남조선(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며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어떤 식으로건 북한의 반응을 불러온 것은 분명하다.
평화를 잊은 남북 정권의 전쟁놀음을 우려한다
미중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변 정세는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새해를 맞으며 북한이 전에 없는 강경한 대남정책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전쟁준비’를 언급하며 강 대 강의 무력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일본도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반격’을 선언했다. 말 그대로 안전장치 없는 치킨게임이 다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지난 1월 1일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에 묻고 싶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그 이후가 무슨 소용인가?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을 볼모로 핵치킨게임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성을 잃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경악할 수밖에 없다.
남북 당국의 비이성적인 전쟁놀음에 남북주민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된 책임과 권한을 다해야 한다. 시민사회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연대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과거에 없던 '이 대목'이 우려스럽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