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국화이야기
나의 기억에 들국화라는 단어가 처음 새겨진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그해 여름에 6.25사변이 나서 북한 공산군이 부산근처까지 내려왔다가 9월이 되자 북쪽으로 쫓겨갔는데 그때 ‘전우가’라는 군가가 유행이되어 우리는 하교에 오갈 때마다 즐겨불렀는데 ‘전우의 시체를 너고넘어 앞으로 앞으로 나동강아 흐르거라 우리는 전징한다.....’는 노래가 4절까지 있었는데 그 3절에 ‘들국화도 송이송이 피어나 반겨주는 노들강변 언덕위에 잠드는 전우야.’하고였는데 그 때 노래를 부르면서도 군인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진 노들강변은 어디일까?하면서 들국화꽃이 피어있는 언덕에 쓰러진 국군아저씨들을 생각하고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50년대 말에 순천사범학교를 다니면서 ‘산유화’라는 영화가 시민극장에 들어와서 친구들 몇이 선생님들 모르게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가 끄날 때 ‘불러도 대답없는 님에 모습 찾아서 외로히 가는 길에 낙엽이 날립니다.들 국화 송이송이 어디메 계시온지....’하는 주제가가 흘러나오는데 그 주제가에‘들국회송이송이’라는 말이 나와서 그때도 들국화는 그냥 들에피는 국화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60년대 초에 군대에 입대했을 때 어떤 친구가 편지를 보내왔는데‘흰옷입은채 들길 가다가 / 머어ㄴ먼 훗날 만나자 언약한 꽃이여/기다림이 아타갑고 초조하기로 그곳에 혼자피다니/무덥던 여름지나 서릿발 짙은 이벌판에/ 그리움에 지친꽃/ 나도 이제 마지막 눈물 짓는날/ 들국화! 그대곁에 살련다./하는 서정주시인님의 아우되시는 서정토님이 쓰신’들국화‘라는 시를 보내왔습니다.
이처럼 ‘들국화’는 나의 어린시절 나의 의식속에 몇차레 오고갔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몰랐고 그냥 ‘가을에 산속에 피는 꽃이겠지’하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퇴직을 하고 농원을 하면서 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가을에 피는 쑤부젱이꽃 감국꽃 구절초꽃 등을 모두 들국화라 부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꽃송이는 일반국화처럼 크지는 않지만 감국이나 산국은 향기가 그윽하답니다. 지금은 들국화중에서 구절초를 가장 좋아하는데 퇴임후 농원을 시작하기 전에는 구절초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에 정읍에 있는 ‘현이네 구절초농원’이라는 기사를 읽고 퇴임후에 친구들과 함께 승용차로 전북지방 민정을 시찰하러 다니면서 신문에서 보았던 ‘현이네 구절초농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약 5백여평의 넓은 땅에다 전부 구절초를 심었는데 이른봄이라서 아직 잎도 제대로 피지않아 보잘 것이 없었지만 꽃이 피는 가을이면 장관을 이룰 것 같았습니다. 주인이 없었고 어린소녀 혼자서 농원을 지키고 있었기에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새끼손가락만한 구절초 순을 두 개 얻어서 집에 와 심었는데 약 5년쯤 되고 나니 나의 농원에도 구절초가 가득차서 꽃이 지고난 11월의 쓸쓸한 농원을 구절초가 빛내주고 있습니다.
구절초는 초롱잎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중국 한국 일본이 원산이며 높은 산의 능선부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부인병 ,냉증, 생리불순 등에 효과가 있어 약초로 쓰이며 꽃을 따서 말려 차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꽃말은 순수, 고상, 어머니의 사랑 등입니다.
그리운님들! 게절은 어느새 11월 중순으로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노년은 쓸쓸하고 외로운 시기입니다 꿈도 잃고 직업도 잃고 건강도 잃고 친구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어ㅉ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나이든 어른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며칠전에 독감 에방 접종을 맞으라고 해서 병원에 에약을 하려고 문의를 했더니 에약은 안되고 당일 8시반쯤 좀 빨리오라고 해서 8시반에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서있었습니다. 줄을 서서 차레를 기다리는데 어느 노인이 프론트에 가서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쳤습니다. 무었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차례대로 질서를 지키면서 기다리면 될터인데 고래고래 소리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씁니다. 친구들도 가끔 모이면 식사자리에서 소릴 지르고 종업원을 나무래는 친구도 있습니다. 약간 불편하고 못 마땅 하더라도 참고 넘어가야지 나이많다는 것을 무기삼아 마구 횡포를 부린다면 안될 것입니다. 요즈음은 자기 자식들 앞에서도 큰 소리치고 나무라면 대접 못받는다고 합니다. 노인으로서 권위를 찾기전에 품위부터 먼저 지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늘 즐거운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11월9일 새벽에 석 송 정 절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