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승 선생 1918년 회갑날 계명의숙 학생들의 선물을 받고 울다.
2019년 7월 21일
余嘗於丙午歲(1906),建私立啟明義塾。卒業十二人,以銀盃及匙箸遙為弧辰之壽。其意可感,以詩謝之。
나는 1906년 강화도 사기리에 사립 계명의숙을 세웠다. 졸업생 12명이 은 쟁반과 은수저를 마련하여 멀리 있는 나에게 보내 생일을 축하하였다. 뜻이 고마워 시를 지어 감사한다.
可憐精衛眇然身,填海無成枉苦辛。
豈意當年初發願?如今只得十家銀。
염제(炎帝)의 막내딸이 동해물에 빠져죽어 새(精衛)가 되었다니 불쌍합니다.
새가 되어 동해 바다를 메꾸겠다고 의지가 강하였는데 쓸데없이 고생인가 봅니다.
1906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희망을 다시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여러분 10명이 은제 선물을 보내주니 잘 받았습니다.
瓮算紛紜瓮破悲,英才落落盡相離。
眼看滄海誰無戀?惟有君心似舊時。
우리들이 계명의숙에 걸었던 꿈은 옹기장수 계산처럼 허무하게 지나갔고,
계명의숙의 똑똑한 영재들은 모두 흩어졌습니다.
사기리 바닷가를 바라보면 누구인들 미련을 갖지 않겠습니까?
오직 여러분 마음은 여전히 옛날과 같습니다.
刻鏤啟明字畫新,銀光燁燁動弧辰。
如何萬念俱灰日?復使衰翁淚濺巾。
“계명” 두 글자를 새겼는데 새롭게 보이며,
은빛이 생일날에 반짝입니다.
많은 생각들이 모두 식어버린 지금은 어떻게 할까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늙은이는 울면서 두건을 적십니다.
* 甕算:옹기장수가 나무 아래에 쉬면서 앞으로 벌 돈을 계산하였는데, 나중에는 큰돈을 벌은 것처럼 생각되자, 지게 작대기로 항아리를 부셔버린 뒤에야 잘못 생각한 것을 후회하고 슬퍼하였답니다.
* 精衛填海:
『山海經、北山經』:“炎帝之少女,名曰女娃。女娃遊於東海,溺而不返,故爲精衛,常銜西山之木石,以堙於東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