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필]125호에 실린 글을 옮겨 왔습니다. 수필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운영자 -
제22회 한국수필가협회 국내 심포지엄 <인터넷시대의 수필문학> 발제논문
IT시대의 한국수필
송명희
1. 들어가는 말
「IT시대의 한국수필」이란 주제에서 느낀 소감을 피력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IT란 소프트웨어와 전자통신산업을 합쳐서 부르는 말로서 Information Technology, 번역하자면 정보화 기술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다. 이의 관련분야는 소프트웨어, 인터넷, 반도체, 통신 등의 첨단 테크놀로지이다. 따라서 「IT시대의 한국수필」이란 본 심포지엄의 주제는 첨단 정보화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수필에 받아들여 수필이란 장르의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 ‘IT시대’란 첨단 테크놀로지와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현대 또는 당대’를 지칭하는 개념 정도로 소박하게 이해되기도 한다. 즉, 오늘날 수필문학계가 안고 있는 고민을 드러내며, 어떻게 수필문학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인가라는 전망을 한번 모색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시장르나 소설장르와도 달리 유독 수필가들 사이에만 돌려읽는 수필이란 장르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수필가들의 고민을 ‘IT시대의 한국수필’이란 주제에서 동시에 읽게 된다. 어떤 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진짜 의도인가를 고민하다가 이 둘은 서로 상관이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본고는 이 둘을 아우르는 양 측면을 모두 수용하면서 논의를 전개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참고로 필자는 문학평론이 본업으로서 대학에서는 한국현대소설을 강의하며 소설분야의 논문을 주로 쓰고 있지만 이미 두 권의 에세이집을 발간했으며, 그동안 수필 이론 및 평론에 관한 글을 다수 발표해 왔다. 따라서 이 글은 아웃사이더로서의 객관적 시선과 함께 인사이더로서의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2. IT시대를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
먼저 IT란 첨단 정보화 테크놀로지를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에 대해서 먼저 말해보고자 한다. 정보화 사회는 무엇보다도 매체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문학이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에 대해 위기감을 표출하기보다는 정보화 사회가 갖는 매체의 혁신을 적극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실 우리가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에 찬성하든 않든 정보화 사회는 이미 도래했으며, 그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글쓰기의 환경이 펜과 원고지에서 키보드와 컴퓨터로 전환된 지는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 활자매체를 넘어서서 전자적 글쓰기, 멀티미디어와 디지털이라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함으로써 정보화 시대에 문학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문학이 타 장르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활자매체의 문학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표현매체를 활용한 문학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과제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정보화사회로의 혁명적 변화 속에서 문학이 주변화되지 않고, 멀티미디어 또는 IT와 배타적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학 내부에서 그러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수필가협회의 이번 주제는 수필가들이 시대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실로 정보화사회에서 느끼는 문학계의 위기감은 소설과 시 등 문학일반에 널리 퍼져 있다. 기존 문학계의 위기감의 하나는 전자적 글쓰기나 새로운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는 데서 오는 생경함과 불편함이며, 소외감이다. 다른 하나는 다른 멀티미디어와의 경쟁에서 활자매체인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위기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전자적 글쓰기와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매체의 혁신이라는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활자매체와 종이책이 주변화되지 않고, 멀티미디어와 경쟁적 배타적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학계에서 매체의 혁신을 주체적 적극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
테크놀로지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상력을 고도로 발휘하는 것이다. 예술은 상징적인 용어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경험을 미적으로 배열하는 것이며, 새로운 인식틀과 물질적 형태로 자연을―시공의 속성들을―재배열하는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즉 그 가치가 내재적인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논리 안에서 인간의 경험을 도구적으로 질서화하고, 자연을 통어하여 실질적 이익을 얻기 위해 그 힘을 사용한다. 그러나 예술과 테크놀로지는 장벽으로 서로 분리된 영역은 아니다. 예술은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테크네1)2)
다니엘 벨(Daniel Bell)이 말했듯이 테크놀로지도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상력을 고도로 발휘하며, 특히 예술과 테크놀로지는 장벽으로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며, 예술이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테크네를 이용한다는 메시지는 정보화 사회로 급속하게 사회가 재편되는 시점에서 예술가들이 경청할 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문학은 테크놀로지의 변화라는 주변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문학 이외의 매체들과 진정한 공존을 생각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것은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요구할 만큼의 혁명적 변화이다.
3. IT의 테크놀로지의 활용방안
IT시대의 기술은 이미 출판형태와 도서관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의 삶의 패러다임마저 바꾸고 있다. 이미 전자책이 다양하게 나와 있고, 전자전문도서관도 개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도서관도 전자도서관 기능을 동시에 갖추어 나가고 있다.
20세기를 아날로그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이다. 세계는 경이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날로그 신호체계에서 디지털 신호체계로의 전환, 바로 이것이 컴퓨터의 등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이다. 컴퓨터를 통한 정보의 디지털화는 음성, 문자, 동영상, 그림의 완전한 멀티미디어적 통합을 가능하게 만든다.3)
그 가능성을 몇 방향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종이책으로 출판하던 것에서 벗어나 e-book으로 전자출판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 오디오 북, MP3를 통해서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수필의 시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3)지금까지 문학은 활자매체였지만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멀티수필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4)하이퍼텍스트로서의 수필은 인터넷상에 수필을 올림으로써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N세대를 수필의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 이상의 4가지 방향에서 IT시대의 한국수필의 가능성을 말해보고자 한다.
1)e-book으로 출판된 수필집
이미 전자출판의 시대는 열렸다. 기존 출판사에서 전자출판기능을 겸하고 있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출판사 「현대시」나 「다층」은 전자시집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 있다. 전자출판은 간편한 한 장의 CD 롬 속에 많은 양을 수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이 음악, 사진 등과 만남으로써 그야말로 멀티미디어의 세계를 구현하기도 한다. 전자출판은 멀티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컴퓨터를 통해서 세계와 접촉하기를 원하며, 단조로운 종이책을 기피하고 다양한 감각적 만족을 충족하길 원하는 N세대들에게 즐겁게 문학과의 접촉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새롭게 독자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전자책이 널리 퍼진다고 하더라도 종이책은 특별한 환경(interface)이 없이도 언제든지 어디서든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존하게 될 것이다. 과도기적 형태로 종이책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전자책과 종이책은 공존할 것이다. 따라서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문학에 더 유리하며 우월하다는 평가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현재 종이시집에 CD 롬이 부록으로 첨가된 형태의 출판을 시중에서 볼 수 있다.
2)오디오book, MP3로 듣는 수필
현재 시장르에서는 시낭송 테이프, 시에다가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든 ‘Book-CD’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현대문학북스, 2000), 낭송 CD와 종이시집이 동시에 발간된 경우 등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문학이 오로지 읽는 시각적 장르에서 동시에 귀로 들을 수도 있는 청각적 장르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한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MP3로 다운받아서 듣는 음악이 있듯이 앞으로는 인터넷의 수필사이트에서 취향대로 다운받아 휴대하고 걸어다니며 또는 운전중에 듣는 수필의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수필은 길이면에서 짧고, 내용면에서도 간단히 들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시와 함께 오디오 북의 가능성은 매우 밝다고 하겠다. 이때 음악과 결합된 방식의 편집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3)멀티수필
멀티미디어 시대, 정보화 사회의 도도한 물결은 문학의 표현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비디오와 텔레비전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매체환경에서 탄생되었듯이 멀티포엠은 그 구체적인 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포엠 아티스트인 장경기 시인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자연발생적인 탄생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시의 형태, 곧 영상, 소리, 문자 등 모든 가능한 표현매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시, 멀티매체 환경 속에서, 일찍이 시가 있어온 이래 지속되어온 시의 본질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멀티적인 표현형태”4)5)
이와 마찬가지로 수필도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멀티수필(multi-essay)을 제작할 수 있다. 즉 동영상, 소리, 문자 등 모든 가능한 표현매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멀티수필을 상상하는 일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매체환경의 변화를 기존의 장르에 혼합시킨 멀티수필은 활자매체만을 사용한 단조로운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문학으로부터 멀어지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멀티수필의 제작을 위해서는 시각과 청각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하이퍼수필
최근 여고생 귀여니가 쓴 인터넷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가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12만 부가 팔리고, 인터넷소설이 영화로 성공한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각각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의 미니시리즈 「옥탑방고양이」도 인터넷에 올렸던 이야기의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로서 성공을 거둔 사례에 속한다. 이처럼 소설 장르가 인터넷이란 사이버공간을 매개체로 하여 독특한 영역을 여는데 성공했듯이 수필이란 장르도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자매체로만 표현된 수필은 다만 인터넷상의 웹지나 문학사이트, 홈페이지에 올리는 단순한 방식과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의 소통을 할 수 있는 하이퍼수필(hyper essay)의 가능성을 두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
하이퍼텍스트로서의 문학은 그동안 주로 소설장르에서, 즉 하이퍼픽션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시나 수필에서도 하이퍼텍스트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하이퍼포엠, 하이퍼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이퍼에세이는 문자, 그래픽, 동영상, 소리 등의 멀티미디어가 결합되어 있는 멀티수필일 뿐만 아니라 비직선성과 상호작용성을 특징으로 한다. 하이퍼픽션처럼 여러 개의 텍스트, 즉 여러 개의 서사구조와 스토리라인을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비직선성이 수필장르에서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전혀 불가능하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진정한 하이퍼에세이는 작가와 독자가 네트워크상에서 상호소통할 수 있는, 즉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필이다. 하이퍼에세이는 네트워크상에서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과 공동창작을 통해 확산될 수 있으며, 여기서 종이책이나 멀티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단선적 선형성은 무너진다. 하이퍼에세이는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무너진 쌍방향(interactive)의 에세이이며, 상호작용의 에세이이다.
따라서 앨빈 토플러가 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며, 생산소비자(prosumer)의 개념이 적용된 에세이이다. 즉 독자는 작가가 제공해주는 에세이를 읽기만 하는 일방적 수용자(소비자) 아니라 작품의 창조자(생산자)로 참여가 가능하다. 하이퍼에세이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독자가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형식으로서의 에세이이며. 이미 만들어진 구조, 즉 닫혀지고 쓰여진 텍스트를 단지 ‘읽는’ 행위가 아니라 ‘다시 쓰는’ 행위가 첨가됨으로써 읽기와 쓰기의 경계는 해체된다. 즉 하이퍼텍스트로서의 에세이는 복수의 텍스트이며, 상호작용적인 텍스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상에서 작가와 독자가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길(상호작용성, 쌍방향)이 열린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요즘의 N세대는 이런 쌍방향의 소통을 좋아한다. 요즘 젊은 층은 종이신문은 읽지 않고 인터넷신문만 보고 읽은 소감을 그 즉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N세대는 일방적으로 수신하는 정보보다는 쌍방향으로 소통하기를 더 원하는 것이다. 독자가 단순히 읽기 행위를 넘어서서 다시 쓰기 등의 참여행위, 첨가행위를 좋아하는 민주주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하이퍼에세이는 바로 이것이 가능한 에세이이다.
네트워크상에서 모든 독서행위가 이루어지는 하이퍼텍스트는 문학의 공급과 유통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저자―편집자―출판인―인쇄인―공급인―소매인―독자라는 순서가 저자(발신자)―쌍방향적 참여자(수신자)로 축소되는 것이다.
4. 독자와의 상호소통 및 대화를 지향하는 대화적 수필
오늘날 작가들이 자칫 잊기 쉬운 문학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문학이 자기표현을 넘어서서 독자와의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 소통을 위하여 바흐찐이 제안했던 대화성, 다성성이라는 개념을 수필계에서 수용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대화라는 개념을 매우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흐찐(M.M.Bakhtin)에 의하면 대화는 ‘차이 있는 것들의 동시적 현존’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대화적 관계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상호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포용적 관계이다. 독백적인 단성적 소설은 여러 목소리나 의식들이 작가의 목적이나 의도에 엄격히 통제되어 작가가 의도하는 하나의 신념체계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하지만 다성적 소설은 대화적이며, 그 대화는 늘 현재적인 것이어서 최종적인 결론을 유보하는 열린 속성을 갖는다.6)
수필이 사적인 자기고백적인 독백적 문학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필에서 나타내고 있는 가치마저 바흐찐적 의미에서 독백적인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작가의 독백의 표출이 아니라 독자와의 대화이며, 상호소통을 지향한다. 즉 글쓰기는 자기표현을 넘어서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수필의 사적이고 자기고백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독백적인 단성적 성격의 문학으로 빠지기 쉽다는 점을 수필가들은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수필이 편협한 자기고백의 문학, 사적 체험을 기술하는 문학에 머물러서는 문학성 높은 장르로 발전해 나갈 수 없다.
무릇 모든 문학이 독자와의 소통을 지향하고, 특히 수필이 삶의 여유에서 우러나오는 문학이라고 한다면 한 작품 속에서 표방하는 가치도 단성적인 가치에서 벗어나서 나와 다른 타자성을 포용하는 대화성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IT시대의 독자들이 쌍방향의 소통방식의 하이퍼텍스트를 선호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바로 문학적 의사소통으로서의 대화성이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의 독자들은 작가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작가와 소통하고 대화하고자 원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독자도 문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욕망이 결국 하이퍼텍스트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즉 그것은 문학적 의사소통으로서의 대화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는 두 사람의 대화자만 있다고 해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한 쪽의 타자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의사가 있을 때에 성립한다. 즉 우리 자신의 기대감이 남의 경험에 의해서 수정되고 확장될 때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성립한다. 타자성은 생산자(작가)와 수용자(독자) 간에, 또 과거의 텍스트와 현재의 수용자 간에서,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 간에서 여러 모로 발생한다.7)
따라서 대화성이라는 것은 열린 개방성과 통한다. 오늘날 수필가는 자신의 일방적인 신념체계나 가치를 독자에게 주입하기보다는 독자와 대화하고 소통할 실마리를 던져놓는 수준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즉 타인이나 다른 문화에 대하여 배타적인 태도를 벗어나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직접적인 주장보다는 객관적인 보여주기 방식 등을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하여 자신의 가치를 감추면서 드러내고, 독자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문학적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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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소장,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여성연구회 회장
* 저서: [여성해방과 문학]․ [문학과 성의 이데올로기]․ [이광수의 민족주의와 페미니즘]․ [탈중심의 시학]․ [섹슈얼리티․젠더․페미니즘](평론집)[여자의 가슴에 부는 바람]․ [나는 이런 남자가 좋다](수필집) [우리는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시집)[페미니즘 정전 읽기 Ⅰ]․ [페미니즘 정전읽기 Ⅱ](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