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지곤 파야
이 쉐지공 파고다는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매우 뛰어나서 훗날에는 미얀마 파고다의 기본 모델이 되 간지타 우민(Kyanzittha Umin)은 동국사원으로 촛불이나 후래쉬를 들고 들어가야만 한다. 조그만 방들이 연이어 있어서 옛날 스님들의 정진하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사원에도 많은 벽화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특히 몽고가 파간을 점령한 후에 몽고인에 의해서 그려진 벽화가 보존되어 있어서 몽고병에 의한 불교사찰의 피해는 없었다는 일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쿠바우끼(Kubyaukkyi)사원은 인도 스타일의 사원으로 법당 내부에는 부처님의 본생담을 주제로 삼은 뛰어난 벽화가 남아있다. 본래 500점의 각기 다른 내용의 그림이 있었지만 1899년에 독일의 한 수집가가 벽화의 일부분을 벽 채로 뜯어가는 바람에 그 자리가 흉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정말로 발길을 돌리기 어려운 사원이다.
▲구바욱지
우파리 테인(Upali Thein)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십대제자중 한 사람인 우바리존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건물로 바로 수계를 하던 장소이다. 지붕의 한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파고다가 설치되었는데 이런 양식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고식건축의 특징이다. 내부에는 17세기 말이나 18세기 초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마누하(Manuha)사원은 아노예타왕에 의해서 타톤에서 잡혀온 마누하왕이 1059년에 세운 사원이다. 동쪽을 향하여 세 분의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데 모두가 우울한 상호를 하고 있어서 마누하왕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뒤쪽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열반상을 모셨는데 이 부처님만은 살짝 웃으시는 모습이다. 죽음만이 포로로 잡혀온 자기의 아픔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마누하와의 생각이 투영되어 이렇게 미소어린 상호가 되었다고 한다.
아난다(Ananda)사원은 파간에 있는 사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지타왕에 의하여 1091년에 처음 세원진 이 사원은 부처님의 끊임없는 지혜를 나타내려는 목적으로 건축되었다. 내부에는 9.5m 높이의 부처님 네분이 사방을 향하여 서 계시는데 남쪽과 북쪽에 모셔진 불상은 가지타왕에 의해서 조성된 것이며 벽의 감실 속에 모셔진 작은 불상들도 대부분 그 당시의 작품들로서 빠뜨릴 수 없는 유물들이다.
▲아난다
탓빗뉴(Thatbyinnyu)사원은 파간에서 가장 높은 사원으로 12세기 중엽에 세워졌다. 높이가 61m인 이사원은 1975년의 대지진 때 많은 손상을 입었으나 1979년에 말끔히 수리 되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려움이 솟을 정도로 아득한 높이까지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제일 아름답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혼자 탑 위로 올라간다.
▲탓빈뉴 사원
이라와디 강물은 흰빛을 일렁이며 서쪽으로 흘러가고 해는 점차 붉은 색을 띄어가며 서산으로 내려간다. 파고다의 숲은 그 끝이 보이지도 않은 채 저녁 햇살을 받아 밀려오는 어둠속에서 마지막 실루엣을 남기고 있다. 인간사의 허망함과 역사의 유유함이 마음 속에서 교차되며 말할 수 없는 감회가 온몸을 휩싸안는다.
망연자실, 서산의 해는 이미 산등성이를 넘어갔건만 탑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잊은 채 가만히 앉아 있는다. 망상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계단이 겨우 보일 정도의 어둠이 대지위로 내려 앉자 억지로 계단에서 일어나 극락에서 지옥으로 내려가듯 천천히 발길을 내려 딛는다.
한참을 기다리던 가이드 ‘코코린’은 제일 늦게 내려온 나에게 석양 풍경이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아무 할말이 없다’고 간단히 자른다. 그도 역시 내말을 다시 한번 되뇌이더니 아무 말없이 입을 다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