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B문화공간

☞ 청춘포기천금개(靑春抱妓千金芥) : 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가련의 방에서 술에 취하여 쓰러진 김삿갓은정신없이 자다가 목이 타올라 깨어나서원앙금침 속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저으기 놀랐다.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모르지만한편 구석으로 밀어 놓은 술상 위에서는 아직도 등잔불이 방안을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는데바로 옆에는 가련이 짐짓 잠들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친다(飢鷹抱雉)는 말과 같이김삿갓인들 오랫동안 금욕생활을 해 온 터에 맹렬히 용솟음쳐 오르는 욕망이 없을 수 있을까마는그래도 선비의 체통은 지켜야겠기에 잠시 욕망을 누르고 조용히 가련을 품어 안으며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한 수 읊었다. 靑春抱妓千金芥今夜當樽萬事雲청춘포기천금개 금야당준만사운鴻飛遠天易隨水蝶過靑山難避花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이 밤에 술까지 나누니 만사가 구름 같네. 날아가는 기러기 물을 따라 내려앉듯산속을 지나는 나비 꽃을 피하기 어렵구려. ☆☆☆짐짓 잠에서 깬 듯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던 가련은시를 듣고 나서 퍽이나 감격스러운 듯 '노류장화의 몸을 위해 그토록 귀한 시를 읊어 주시니영광스럽기 그지없다' 고 아뢴다. "내가 시를 읊었으니자네는 화답이 있어야할게 아니냐." 라고  채근하는 그에게 가련은'저는 시를 좋아는 하지만 지을 줄은 모르니옛날 기생 소홍(小紅)의 시를 한 수 읊어 올리겠다.' 고 했다. 北風吹雪打簾波永夜無眠正若何북풍취설타렴파 영야무면정야하塚上他年人不到可憐今世一枝花총상타년인불도 가련금세일지화 찬바람 눈보라가 주렴에 몰아쳐서기나긴 밤 잠 못 이루니 안타깝구나. 이 몸이 무덤 되면 누가 찾아 줄는고가엽고도 외로운 한 송이 꽃이라오. ☆☆☆김삿갓은 그 시를 듣자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꼈다. 기녀들은 겉으로는 퍽 화려해 보이지만속으로는 무척 고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련은 '어제까지는 저도 외로운 여인이었지만이제는 누구보다도 행복하옵니다.'라고 하면서 다시 세차게 파고든다. "허어--- 자네가 누구의 간장을 녹이려고 이러는가." 하고너털웃음을 웃으면서 김삿갓은가련의 가는 허리를 힘차게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