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놀자] 이번 시간에는 전통 놀이인 자치기를 해봤습니다.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 찾아보며 나무위키 '한국의 민속놀이' 항목을 세독하였고, 자치기를 발견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교사도 아직 30세인지라 어린 시절 놀이는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플레이한 '슈퍼 마리오 월드'가 익숙하지 자치기는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출근길에 주워온 나뭇가지를 톱질해 일단 도구를 만들긴 했는데 막상 시험삼아 혼자 해보니 꽤 어렵습니다. 새끼자는 튀어오르지도 않고, 막상 튀어올라도 어미자는 허공을 가를 뿐입니다.
더 굵은 나뭇가지를 찾았다면 좋았을텐데. 유튜브에서 이것보다 훨씬 길고 가는 막대로 공중에서 두 번 튕겨 치시는 고수 아저씨의 슈퍼 플레이를 봤었고, 이 정도 준비하면 되겠지 했지만 어림없었습니다. 연구와 연습을 거듭하여 어미자의 길이를 훨씬 줄이고 언 땅을 파며 구멍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성공률은 높지 않습니다. 어른도 이렇게 어려운데 참 옛날 어린이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으려면 어떤 방법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팀을 나누고 플레이어 당 한 차례에 세 번의 시도를 주었습니다. 새끼자를 구멍에 가로로 얹어놓고 어미자로 밑에서 들어올리며 던지거나, 새끼자를 구멍에 기대놓고 어미자로 때려 튀어올라온 새끼자를 쳐서 멀리 보내는 방법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접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후자는 어려운 만큼 거리 계산 시 1점을 더 주었습니다. 즉, 후자로 시도하다가 안 되면 마지막 시도에 전자의 방법을 선택해 최소한의 점수라도 얻어 성취감을 느끼게 하도록 했고, 교사가 유도하지 않아도 어린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사이좋게 1:1로 게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자부하던 중, 당일에 자료조사를 더 해보니 이와 유사한 방식이 이미 있었다고 합니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놀이는 정립된 공식 룰이 없고 지역 룰과 하우스 룰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가지 놀이에 수 백가지 룰이 있으므로 이런 방식도 당연히 이미 있었을겁니다. 선조들의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지혜에 감탄했고, 하루만에 그 지혜를 쫓아간 스스로의 순발력에도 다시 감탄했습니다.
[다 함께 놀자]라는 이름 안에서 '놀자'보다는 '다 함께'에 더 중심을 두고 가보고자 합니다. 어떤 신선하고 재밌는 놀이를 준비해오는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슨 놀이를 하든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언뜻 보면 다른 수업에 비해 가벼워보이는 코너지만, 그 어떤 수업보다 교사의 역량에 좌우되는, 교사의 입장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운 [다 함께 놀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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