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삼림연구자이자 환경학자인 알도 레오폴드 저자가 1948년에 발간한 책 <모래군의 열두 달>은 환경 분야의 고전 같은 책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을 희망하는 이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아 직접 번역하고 한국에 소개한 송명규 교수님과 이 책을 두 달에 걸쳐 같이 읽기로 했는데요. 그 첫 모임을 교수님 댁에서 가졌습니다.
수요 북클럽 회원들과, 특별히 신청하신 분들이 함께했던 자리. 교수님은 책의 첫 부분을 한줄 한줄 읽어가며 문장 속에 숨은 자연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주셨는데요, 말씀해주시는 내용 하나하나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자연 생태의 생생한 이야기속에 우리는 모두 빠져들었습니다.
책을 번역하기 위해 수 백 번도 넘게 읽었고, 번역한 글도 오랜 시간 걸쳐 다듬었기에 아직도 이 책의 내용을 줄줄 외고 계신다는 교수님 말씀처럼, 마치 본인이 직접 저술한 듯 생동감있게 저자의 메시지를 전해주셨어요.
책은 서문부터 참 좋습니다.
"야생 세계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어떤 사람의 환희와 딜레마를 담은" 책이라는 문장부터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죠.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고 저자는 쓰고 있지만 이게 70년 전의 글이고 보면, 지금은 그런 의문을 넘어서서 자연의 파괴와 희생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저항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불편함과 죄의식이 우리들을 도시가 아닌 시골로 오게 했을테고,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는 게 더 절실하게 닿아오는 듯합니다.
책의 1부는 열두 달의 첫 시작인 일월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여기서 '들쥐' 이야기가 참 감명깊었는데요.
"들쥐는, 풀이 자라는 까닭은 자신이 그것을 건초가리로서 지하에 저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눈이 내리는 까닭은 이 가리에서 저 가리로 터널을 뚫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는 착실한 시민이다."
들쥐는 야생 세계의 착실한 시민으로서 그저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도 이런 들쥐처럼 때가 되면 먹고 일하고 잠자며, 주어진 삶을 착실하게 살아낼 뿐...무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보통의 생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광활한 우주에 들쥐같은 존재인 인간들이 이 우주의 주인인 양, 지구의 주인인 양, 거들먹거리며 다른 생명체들을 조롱하고 파괴하고 약탈하며 사납게 살아가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질 뿐입니다.
한 시간 동안 불과 책의 네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저는 벌써 이 광대한 생명체들의 세상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저자가 한 문장, 한 줄에 압축해놓은 자연의 비밀을 다시 해제해서 풀어주신 송명규 교수님 덕분입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달이 벌써부터 기다려지고, 불과 두 달만 함께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다음 모임은 11월20일(수) 오전 10:00 책방에서 있습니다.
시간되는 분들 오셔서 함께하셔도 좋겠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책은 절판 처리가 되었고, 괴산 정한책방에서 곧 개정판으로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숲속작은책방에 구판이 조금 남아있어서 구매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