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말을 담아주면 꽃은 바람과 함께 노래하며 추억을 담아 우리에게 들려준다. 꽃물이 가슴에 짙게 물들수록 울림은 더 하다.
백합은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가곡인 「동무 생각」을 부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시작한다.
박태준이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가사 속의 동무인 여학생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긴 생머리에 계란형 얼굴, 눈과 얼굴이 함께 웃는 함박웃음, 흰 치마 또는 바지에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여자였으리라. 현재 대구 청라언덕에 노래비가 있다.
장미는 배트 미들러(Bette Midler)가 영화 더 로즈에서 부른 「The Rose」를 노래한다. 3절은 희망을 노래하고 끝을 맺는다.
‘밤이 너무 외롭고 길은 멀 때, 그리고 사랑이란 운이 좋고 강한 사람들이나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는 기억하세요. 겨울날 쓰라린 눈 아래 깊은 곳에는 봄이 되어 태양의 사랑을 받으면 장미를 피우는 씨앗이 있다는 것을요’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이 생각난다. 애절한 눈동자와 짧은 머리의 마리아는 스페인 내전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장미 같다.
오월이 되면 장미가 만발하고 붉은 덩굴장미가 담장을 휘감으며 유혹한다. 작은 체구에 장미의 향기와 열정을 담은 고혹적인 미는 아름다움을 넘어 슬프기도 하다.
나팔꽃은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다.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 없는 사랑아’로 시작한다. 나팔꽃처럼 눈이 크고 둥글며 풋풋한 사랑과 더불어 사랑의 덧없음을 품고 있다.
라일락꽃은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을 부른다.
‘라일락꽃 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로 시작하여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라고 끝을 맺는다.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라는 시와 라일락 향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가슴 떨리는 사랑을 마다하지 않았다.
튤립은 바비킴의 「사랑 그 놈」을 부른다.
'늘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늘 혼자 추억하고 혼자 무너지고, 사랑이란 놈 그 놈 앞에서 언제나 난 늘 빈털털일뿐’로 시작해서 ‘그래 아직 내 가슴은 믿는다. 사랑 사랑은 다시 또 온다.’라고 말한다.
우아하고 단아한 튤립은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 그리고 사랑의 기쁨과 함께 절제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달맞이꽃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른다.
‘천 번이고 다시 태어난 데도 그런 사람 또 없을 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줄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나의 심장쯤이야 얼마든 아파도 좋은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라고 말 없는 사랑과 소원을 말한다. 참으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지금까지 결과만 바라보다 꽃을 보지 못하고 살았다. 모든 생물은 태어나는 이유가 있고 자라는 과정이 있으며 열매를 맺고 사라지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도착을 목적으로 가는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고, 잘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나그네는 길에서 뛰지 않는다고 한다.
꽃 한 다발을 만들고 싶다. 사랑을 기본으로 배려, 친절, 건강과 행복을 꽃말로 하는 꽃 한 다발을 만들고 싶다.
2024.6.15. 김주희
첫댓글 꽃 이야기 길게 썼셔군요. 좋아하는 꽃 하나를 좀 더 부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 수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