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에 대하여
전통적으로 함 들이기는 납폐라 하여 결혼을 허락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혼서지와 예물을 보내는 과정이었다. 혼인과정의 절정을 이루는 신성한 일로 납폐이후에는 파혼이 불가능하고, 만약 이 과정에 신랑이 죽는다 해도 신부는 시집을 가야할 정도로 납폐는 혼인의 완성을 의미했다.
함은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며, 청홍채단과 쌍가락지 한쌍, 혼서지가 전부였다. 혼인을 알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함사려'라는 말을 외치고 따르는 사람들이 꽹과리를 치면서 축제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 함 보내는 시기
옛날에는 결혼식을 올리기 한달 전 쯤이었으나 요즘은 일주일전에서 하루전날로, 그 시기 또한 다양하다. 다만 결혼식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결혼식 하루 전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함 속에 넣어야 할 것
함 속에는 결혼을 허락해 준 것에 감사하여 예를 올린다는 뜻의 혼서지, 음양의 결합을 뜻하는 청홍비단의 혼수, 예물(백금 쌍 가락지. 칠보 쌍가락지 1쌍이 기본)을 넣는다.
요즘에는 혼수로 청, 홍색 비단 대신 한복 치마저고리와 양장을 보내기도 하며 다이야몬드, 순금, 루비,등의 각종 보석 세트와 현금을 넣기도 한다.
함은 오동나무 함이 가장 좋지만 비싸고 귀하므로 은행나무 함이나 지함, 나전칠기 함 등을 이용한다. 최근에는 신혼 여행 가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 함 넣는 방법
1)함 안에 한지를 깐다.
2)고추, 붉은 팥, 노란 콩, 차씨나 목화씨, 향을 각각 담은 황낭 5개를 한지 위에 놓는데, 그 중 고추가 든 황낭은 가운데에 나머지는 네 귀퉁이에 놓는다. 고추를 넣는 주머니에는 고추를 홀수로 넣는데, 이는 득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하고, 붉은 팥은 잡귀를 물리치려는 뜻에서, 또 노란 콩은 며느리성품이 부드럽길 바라는 마음에서 넣는다. 차씨는 원래 차나무가 옮겨 심으면 죽는 나무로 며느리가 일부종사하기를 바라는 시가의 뜻을 나타내고, 향은 모든 예물이 귀한 것이므로 나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넣는다.
3) 채단(采緞)을 넣는데 홍감을 청지로 싸서 홍실로 동심결을 맺고(홍단), 청감을 홍지로 싸서 청실로 동심결을 맺은(청단) 후 함 안에 넣는다. 동심결은 이성지합(二性之合)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듭이 꽉 지어진 것이 아니라 살짝 당기면 풀릴만큼 헐겁게 되어 있다(납폐의식에서는 절대로 매듭을 꽉 묶지 않는다. 이는 부부가 살아가면서 막히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라는 의미이다.).
4) 신랑의 생년월일을 적은 사주를 적은 종이를 넣는다. 근래에는 약혼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함 속에 사주를 적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주는 백지를 5칸으로 접어 중간에는 신랑의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4기둥을 적는다. 사주봉투의 앞쪽에는 '사주(四柱)'라고 쓰고 , 뒤쪽에 '봉함'이나 '근봉(謹封)'이라고 쓴 후, 사주지를 홍겹보로 싸서 '근봉'이나 '봉함'이라고 쓴 띠 세 개를 끼워서 함 속에 넣는데, 이 세 개의 띠는 천지인을 의미한다.
5) 물목표(시가에서 보내는 혼수예물 목록을 적은 표)를 넣는다. 격식에 의하면 함속에 예물을 넣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물목표를 예물 대신 넣는 것으로, 이때 물목표에 적는 예물의 수는 10가지를 넘지 않는 것이 정례.
6) 마지막으로 결혼의 성립을 의미하는 혼서지를 넣는다. 일단 혼서지가 전해지면 혼인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절대로 물릴 수 없다. 혼서지는 가로 70㎝, 세로 60㎝의 규격에 9칸을 나누어 쓴다. 혼서지 봉투 앞쪽에는 '상장', 뒤쪽에는 '혼서지'라고 쓴다. 혼서지는 안쪽이 홍색, 겉쪽이 진한 검정색으로 된 비단 겹보로 싸고 역시 '근봉'이라고 쓴 띠를 끼운다.
혼서는 집안에서 제일 높은 남자 어른이 쓰는 것이 원칙인데 요즘에는 포목집이나 주단집에서 인쇄된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능하면 집안의 어른을 찾아뵈어서 혼서를 부탁하는게 좋다.
7) 내용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싸리나무를 종이에 싸서 넣는다.
▣ 함 싸는 방법
이렇게 다 챙겨 넣은 함은 붉은 겹보로 싸는데 이 때 자물통을 끼우되 잠궈서는 안된다. 이는 사주나 혼서지에 매듭을 짓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보로 싼 함은 성년을 의미하는 수무자 길이의 소창지를 홀수번으로 접은 후 감아서 어깨끈을 만든다. 이 소창지는 아기를 낳게 되면 기저귀로 이용한다.
▣ 봉치떡
시가에서 보내는 봉치떡은 신랑집에서 보이는 예의인데 찹쌀 2켜(이성지합을 뜻함)에 붉은 통팥을 넣고 찐다. 쪄낸 떡을 시루에 담은 후 가운데에는 밤을 박아 뿌리를 잘 내리는 밤나무처럼 새색시가 시댁의 진정한 식구가 될 것을 기원하고,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을 의미하는 대추 9개를 밤 주위를 둘러가며 박아둔다.
▣ 함 보내기
요즘은 함진아비를 신랑의 친구가 많이 하지만 원래는 신랑의 친척 중 결혼하여 아들을 둔 사람으로 부부간 금슬이 좋고 성실한 사람을 골라서 함진아비로 삼는 것이 원칙이다. 함진아비가 함을 지고 신부집으로 떠나기 전 먼저 신랑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잘전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 신랑의 어머니는 함진아비에게 '함진아비는 뒷걸음치지말 것, 함을 절대로 아무데서나 내려놓지 말 것, 함진아비는 절대로 잡담하지 않도록 할 것'을 꼭 당부한다. 함께 가는 청사초롱은 좌우로 앞서가서 새 인생을 길을 밝히고, 다음으로 기럭아비가, 함진아비는 딸을 쓰고 가며 나머지는 그 뒤를 따른다. 이때 기럭아비가 들고가는 기러기(기러기는 일부종사을 의미)는 쌍이 아니라 홍실을 단 한 마리여야 하며 이는 신랑을 상징한다.
▣ 함 받는 예절
함을 보내거나 받을 때에는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 돗자리를 깔고 병풍을 치고 함을 받는데, 상위에 붉은 보를 깔아 함을 놓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함 받는 날의 신부의 복장도 격식을 갖춰 다홍치마에 노랑 삼회장 저고리를 입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은 이것이 어려우므로 깨끗한 한복이나 정장을 준비해 입도록 한다. 함 받는 자리에 신부가 나와서는 안되고 신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만 나와 있는데, 이때 장인과 장모의 위치는 방위에 관계없이 남좌여우로 여자가 남자의 오른쪽에 앉는다. 이는 폐백 때도 마찬가지이다.
함진아비와 신랑 친구들이 함을 가지고 신부집에 도착해서 함을 내려놓을 때는 바닥이 아니라 봉치떡 시루위에 내려놓는다. 그 함위에 기럭아비가 기러기를 내려 놓는다. 함을 내려놓고 나서는 함진아비가 신부 아버지, 어머니께 왼손을 오른손위에 놓고 절 한번과 목례를 한다. 이 절을 받고 나서 신부어머니는 신부가 있는 방안으로 가고 혼주인 신부의 아버지가 혼자 함을 푼다. 함보를 풀고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혼서지를 꺼내 읽는 것. 혼서지를 받는 행위로 결혼은 성립된 것이고 이 결혼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혼서지를 읽고 나면 다시 혼서지를 접어 봉투에 넣고 함을 신부와 어머니가 있는 방으로 들여보낸다. 함을 완전히 열기 전에 신부 어머니가 함 속에 손을 넣어서 채단을 꺼내는데, 이 때 만일 홍감이 나오면 첫 아들을 보게됨을 의미하고 청감이 나오면 첫 딸을 보게되는 것을 의미한다.
떡시루의 떡은 신부가 먹던 밥그릇을 들고 나와 그 주발 뚜껑으로 밤이나 대추가 있는 쪽으로 해서 떡을 떠서 신부에게 먹이다. 봉치떡을 신부에게 먹이는 것은 신부가 시집살이를 하는 10년동안 임을 봉하고 지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봉치떡은 절대로 담밖으로 나가서는 안되는데 이는 부정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칼로 베지 않고 떠야하는 것도 주의점이다. 대추와 밤은 따로 떼 놓다가 혼인 전날 신부가 먹도록 한다.
▣ 함 값
요즘 무리한 요구로 좋아야 할 날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신랑과 신부가 상의하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