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입니다. 몇칠전 어머니 생신건으로 상록리조트 부근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여러명의 조카들을 인솔하여 놀이기구를 탓습니다. 범퍼카를 타고 서로 부딛길 때마다 함께 환성을 질러대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러운데 나는 좀 쑥쓰럽더군요. 그게 나이의 무게 때문일까요,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어쩌면 점점 더 부자연스러워지는 건지도 모르지요. 소리 질러야할 때 왠지 쑥스럽고,울음이 나올 때 강한척 참아야 하고,작지만 소중한 약속들을 바쁜 하루일과를 핑계삼아 잊어버리는 다소 무감각해지고 일상화되어가는 것이 어른인지도 모르지요.
몇 달 전 조카녀석에게 이메일을 보내주기로 약속했었나 본데 그 녀석은 몹시도 기다렸나 봅니다.
난 까마득히 잊얻는데 그 녀석에겐 중요한 기다림이었나 봅니다. 미안타. 벌써 내게 치매가 오는 거거나 아니면 작은약속을 소중히 생각지 앉는 시건방짐인지도. 그래도 삼춘은 아직은 그 작은것들을 잊지 않고 소중히 할려고 가끔씩 시골집 뒷동산을 거닌단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톡톡 튀는 최화정 누나의 방송,성실한 프로 안성기형님의 막걸리 목소리,정말 노래 잘하는 김경호,양팔이 모두없어도 농구공을 튀기는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그리고 우리집 뒷동산, 그 뒷동산은 아주 작은 능선에 소나무 몇그루가 서있을 뿐이지만 나의 기억속에 각인되 있기에 나의 눈엔 설악산보다 아름답습니다. 아주 어릴적 누나들과 찍은 아주 촌스러운 모습의 사진속 뒷동산이 내 마음에 남아있기때문이죠.
나는 가끔씩 뒷동산에 올라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하고 예일을 회상하기도 하면 굉장히 편안합니다. 이 좋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명절 같은 날 모인 누나들에게 뒷동산을 산책해보라면 모두들 바쁘다며 가보지 않더군요. 모두들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고 그만큼의 어른으로서의 무게가 양 어깨에 있기때문이겠죠.
몇칠전 한 선배님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가야 했습니다. 요즘 선거철이라 참 시끄럽습니다.
왜그리 밀리던지,나중에 보니까 맞은편엔 새로운 아파트 분양사무실이 오픈하기에 그리 밀리고 사람들이 운집했더군요. 어른이 되면 점점 더 권력과 아파트 평수에만 관심이 옮겨 가게 되나 봅니다. 나도 언젠가 뒷동산보다 분양사무실을 쫏아 다니게 될까봐 겁이 납니다.
오늘 퇴근하면 여러분 각자 마음속의 뒷동산에 한번 가보시길 기원합니다. 한 달 잘 보내세요.
2002년 6월에 한규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