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가 금(金)을 이기는 삼복더위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연일 섭씨 30도를 넘는 더위를 만나야 하는 여름은 지치고 힘든 계절이다. 무더위의 절정은 바로 초복,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 30일 동안의 기간으로, 이 시기가 사계절 중에 가장 습기가 많고 가장 더위가 심하다. 이 시기를 ‘복중(伏中)’ 또는 ‘삼복(三伏)’이라고 부르며, 이때의 더위를 ‘삼복더위’ 라고 표현한다. 여름은 계절의 특성상 만물이 번성하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는 때라 하여 ‘번수(番秀)’라 표현하기도 하며, 오행의 분류로는 ‘화(火)’의 시기에 속한다. 이때에는 오행의 상극(相克)법칙 가운데 ‘화극금(火克金)’의 법칙이 작용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금(金)이 약해지는 때이다. 달력을 보면 각 날짜마다 육십갑자가 있는데, 이 중 ‘경일(庚日)’이 금(金)에 해당되는 날이다. 24절기 중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금년 7월 16일)이 초복이 되며, 네 번째 경일(庚日, 7월 26일)이 중복이 되고,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庚日, 8월 15일)이 말복이 된다. 따라서, 삼복은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면서 화(火)가 매우 성(盛)하고 금(金)이 가장 쇠약한 때가 된다. 아울러, 이때는 몸이 가장 무기력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또한 금(金)이 화(火)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고 하여 복날을 흉한 날로 보고 씨앗을 뿌리거나, 여행을 가거나, 혼인을 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행위 등을 삼가기도 하였다. 양기를 보해주는 삼계탕 옛부터 명절은 아니지만 삼복을 잘 지내면 청량한 가을을 맞는다고 하여, 더위를 이기는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 등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열상기’(熱傷氣)라고 하여 천지(天地)에 가득 찬 열기(熱氣)가 기(氣)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보기(補氣)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유에서 민간에서는 복날 더위를 막고 더위에 상한 몸을 보하기 위해 삼계탕(蔘鷄湯)과 보신탕(補身湯) 등을 먹었다. 복중에 먹는 음식은 더위를 이기는 힘을 길러주는 원천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열량이 높은 음식들을 먹어주는 것이 좋으며, 이를 대표하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여름철에는 더위로 인하여 양기가 밖으로 몰리면서 내부는 허한 상태를 이루게 되므로 따뜻한 음식을 통해 양기를 보하는 것이 좋다. 선인들의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은 따뜻한 음식으로 허해진 양기를 보해주는 방법이다. 여름철에 허해진 양기를 보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삼계탕이다. 영계백숙에 인삼 등을 넣은 것을 삼계탕이라고 하는데, 삼계탕은 닭고기와 인삼이 조화를 이룬 한국 전통의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이다. 더위라는 환경이 사람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체내의 단백질 요구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으며, 소화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방이 적고 조직이 부드러운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이에 가장 적합한 것이 닭고기이다. 닭과 인삼의 궁합 닭고기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비위를 강장하여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작용이 있다. 또한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기운을 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기(氣)를 보(補)하여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삼았다. 닭고기는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적색육(소고기, 돼지고기 등)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식품에 필요하다고 알려진 필수아미노산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며, 결체조직이 적고 지방의 함량이 낮아서, 소화흡수가 용이하므로 더위에 약해진 소화기에 더욱 적합하다. 또한, 닭고기는 나이아신(niacin)이 풍부하며, 리보플라빈(riboflavin), 티아민(thiamin), 아스코빅산(ascorbic-acid) 등의 비타민류를 함유하고 있다. 부위별로, 날개에는 세포를 윤택하게 하며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이 많아서 정력을 보강시키는 효능이 있다. 닭날개를 많이 먹으면 바람이 난다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닭의 간과 쓸개에는 비타민 A가 많아 야맹증이 있거나, 산후조리를 하거나 시력을 회복시키는 데, 그리고 피부에 종기가 있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또한, 힘줄과 뼈는 어린아이가 야위어서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닭의 효능과 인삼의 약효가 어울리면서 삼계탕의 효과는 배가된다. 인삼은 ‘파낙스 진생’이라는 학명으로 불리는데, ‘파낙스’라는 말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이다. 인삼은 과학적으로도 스트레스, 피로, 우울증, 심부전, 고혈압, 동맥경화, 빈혈, 당뇨병, 궤양 등에 유효한 작용이 있다고 입증되었다. 이러한 인삼은 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기도록 도와주고, 쓴맛(苦味)은 식욕을 북돋아주는 작용이 있으며,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피로회복을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무더위에 체력이 소모되어 지치고 입맛을 잃었을 때, 삼계탕은 여름을 이겨내는 훌륭한 보신(補身)음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계탕은 양성(陽性)식품으로 볼 수 있어 양성 체질의 사람이나 피부에 염증이 있거나, 발열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글쓴이 황배연 씨는 우석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 동대학원 경혈학교실 BK21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내인당한의원 부원장, 서울 광제국한의원 부원장을 거쳐 현재 인천 홍제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여름에 보양식은 뭐니해도 삼계탕이 제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