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삼원테크
중장비 기름 유출 막는 부품… 일(日) 기술 눈으로 훔쳐 배우다
이젠 매출 90%를 수출해우수한 기술력 세계가 인정
1982년, 한국인 청년 한 명이 일본 도쿄에서 현지의 코트라 직원 안내로 일본 최대의 부품업체를 찾아갔다. 사장과 마주 앉은 청년은 직접 만든 부품을 꺼내놨다. "내 물건이 이렇게 좋으니 팔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장이 내보인 일제 부품을 본 순간 청년은 자신의 부품을 슬그머니 가방에 집어넣었다. 품질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작년 여름, 전차(戰車)의 무한궤도로 유명한 건설중장비 세계 1위 기업 캐터필러의 간부들이 경남 창원을 방문했다. 삼원테크가 만드는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삼원테크는 27년 전의 바로 그 청년이 일군 회사이다.
- ▲ 유압기용 관이음쇠를 만드는 삼원테크의 이택우 대표(오른쪽 앞)와 직원들이 완제품을 들여다보며 점검하고 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지난 7일 낮 경남 창원시 성주동 삼원테크 제2공장.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와 기름 냄새가 뒤범벅된 1만여㎡(약 3200평) 실내에서 150대의 기계들이 새끼손가락만한 'T자(字)'나 'L자', 'X'자 모양의 금속 부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완성된 부품들은 납품될 회사에 따라 분류됐다. 납품 회사명단에는 볼보, JCB, 미쓰비시, 히타치 등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가 즐비했다.
삼원테크의 특징은 자체 개발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주문받은 모양 그대로의 제품을 즉시 양산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공장에 기술연구소를 세워놓고 매년 매출액의 2.5~3%를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 이 과정에서 얻은 특허만 8건이다.
생산되는 관이음쇠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된다. 이택우 사장은 "30년 전 '이까짓 것 하나 못 만들어 일본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나'하는 객기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선진 외국기업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창원공단에서 관이음쇠 수입상을 하던 이 사장은 대우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의 요청으로 1977년 삼원테크의 전신인 왕성정밀공업을 세워 관이음쇠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수출 판로를 찾기 위해 일본 업체를 방문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기술을 가르쳐 주면 일본에서 만드는 가격의 반값에 납품해 주겠다"고 제안해 기초 기술을 이전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최종 가공은 여전히 일본 몫이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기초 기술을 완벽히 익힌 그는 일부러 미세하게 불량품을 만들어 공급했다. 항의가 들어오자 이 사장은 "내 제품이 불량일 리 없다. 왜 불량인지 최종 공정을 보여달라"고 떼를 썼고, 현지 공장에서 마지막 공정을 모두 눈으로 훔쳐 '기술 독립'을 이뤄냈다.
1998년 영국의 JCB를 찾았을 때는 여섯 번의 헛걸음 끝에 겨우 담당자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이때 얻어낸 것은 '공장 견학'이 전부였다. 그는 호텔로 돌아와 몇 장의 검은 비닐봉지에 삼원테크의 관이음쇠 10개씩과 명함 한 장씩을 담으며 다음 날 견학을 준비했다. 그리고 견학 당일 공장을 돌면서 공장 핵심기술자들에게 봉지를 몰래 나눠줬다. 이 회사는 얼마 후 제품을 써 본 기술자들의 건의로 삼원테크와 거래를 텄다.
이어 세계 1위 유압호스 업체인 게이츠(Gates)사, 세계 1위 농기계 회사인 존디어(John Deere)사 등도 삼원테크에 거래를 요청해왔다.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첫댓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