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승 시인의 시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죽음 의식이다. 사자가 물소의 목을 물어도 “물소 추억과 사랑은 한 점 씹지 못”해 “물소 목숨은 먹지 못하고 고기만 먹은”(「울음의 기원」) 것에 불과하다고 했듯이, 시인에게 죽음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가 끊어지는 일 이상을 의미한다.
시인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자연의 질서로 받아들인다. 삶이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죽음/먹는”(「죽음을 자장면이라」) 것이며, 바닥에 깔린 죽음이 “나무를 키우고/햇빛을 통째로 물고 있”(「발바닥으로 듣기」)다고 인식한다. 그렇기에 아침에 일어나 울타리와 뒤뜰과 산에 피어 있는 개나리며 홍매화며 진달래를 바라보면서 누군가 보낸 조화(弔花) 같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매일 문상할 것이고/소나무는 상주 노릇 할 것”(「유서 즐겁게 작성하기」)이기에 자신의 장례를 치르지 말고 화장해서 땅에 뿌려달라는 부탁도 한다.
김수영 시인은 『메멘토 모리』를 번역한 뒤 해설하면서 “그대는 흙이니라, 멀지 않아 그대는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는 『창세기』의 말이나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들은 죽음에 둘러싸여 있다”라는 『찬미가』의 한 대목을 새기고 상주사심(常住死心)을 확립했다. “죽음도 닦으면 닦을수록 반짝이겠다”(「죽음의 발자국」)라는 강태승 시인의 노래 또한 지상의 우리를 나무처럼 세우고 빛나게 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