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가시"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미 영화가 나오기전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연가시는 메뚜기나 귀뚜라미, 사마귀
등의 몸속에 들어가 기생하며 번식기가 되면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여 물속에 뛰어들게 만든 뒤 유유자적 빠져나와 알을 낳고 죽는다.

영화 연가시
연가시는 특정 곤충들에게만 기생할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기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도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에게 기생하여 목(order) 단위의 멸종을 일으킨 연가시가 존재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연가시"는 우리가 아는 "연가시(Gordius aquaticus)"와 같은 목에 속할 뿐이고 또한
단일 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류군에 기생하는 모든 종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들 모두는 "옛연가시과(Archaeogordiidae)"에
속해있다.

트라이아스기 때 화석으로 남은
"연가시"
데본기 때 틱타알릭이나 아칸토스테가 등의 등장으로 척추동물들이 뭍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분류학의 추세가 린네식 분류법 보다는 분기도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양서류(amphibian)"보다는
"사지류(tetrapod)"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지만 양서류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석탄기가 양서류의 전성시대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양서류들이 지상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현존하는 양서류들은 아무리 종수가 많아도 주요분류군이 셋 밖에 없지만
데본기부터 중생대 중반까지는 정말로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양서류들이 존재했었다. 그중 석탄기 초기에 등장한
템노스폰딜목(Temnospondyli)은 현존하지 않는 양서류들 중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번성한 분류군으로 고생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양서류의 대부분이 이들일 정도이다.
지상을 지배하던 양서류들은 양막류(Amniote)가 등장하면서부터 점점
뭍에서의 지배권을 잃어갔으나 물가는 여전히 이들의 지배구역이었다. 그중 제일 번성한 것이 바로 템노스폰딜목으로 페름기 대멸종 때 다른 양서류들이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몰락한 것을 틈타 거의 대부분의 물가를 접수하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때 잠깐 타격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백악기 때까지 번성했는데 미스테리하게도 너무나 갑작스러운 멸종의 길을 걷고 말았다.

템노스폰딜목의 최후를 장식한
쿨라수쿠스(Koolasuchus)
이 갑작스러운 템노스폰딜목의 멸종은 옛연가시과의 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분자생물학적인 연구결과 쥐라기 무렵 현생 연가시와의 공동조상에서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들 옛연가시과는 바로 템노스폰딜목 양서류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들이었다. 옛연가시과나 템노스폰딜목이나 모두 고생물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왜 정확히 템노스폰딜목만을 숙주로 삼으며 생태는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이는 현존하는 연가시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숙주를 죽음으로 내모는 연가시 특유의 치명적인 생태는
옛연가시과들도 마찬가지여서 번성하던 템노스폰딜목 양서류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고 곧이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연가시"가 빠져나오고 있는 순간 매몰된 희귀한
화석
위의 화석은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로 옛연가시가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이 기록되어 있다. 해당 옛연가시에게는 재수없는 일이겠으나 빠져 나오고 있는 순간 토사에 매몰되어 화석화되는 바람에 학자들에게 귀한
연구과제로 쓰이고 있다.
고생물이라 이 옛연가시들의 생태를 알기는 쉽지 않지만 템노스폰딜목
양서류들이 대부분 수생이나 반수생 동물이라는 점과 옛연가시들과 자매군인 현생연가시들이 물에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두가지의 가설이
있는데 하나는 옛연가시의 알이나 유충을 수생곤충이나 물고기들이 먼저 섭취하고 그것을 다시 최종숙주인 템노스폰딜류가 잡아먹어 기생한다는 것과
유충이 직접 구강이나 항문으로 숙주에게 직접 침투한다는 설이 그것이다. 독일의 메셀 피트에서 발견된 화석이 옛연가시의 유충이냐 아니냐에 따라
발표는 달라질 것이다.

기생상태가 그대로 나타나있는 화석. 복부를
내장대신 가득 채우고 있는 연가시가 보인다
기본적인 생태는 현생 연가시들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숙주의 몸속에
들어오면 이들은 내장에 흡착하여 영양분을 빨아먹은 뒤 산란기가 되면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측된다. 위의 사진에서 나타나
듯 대부분의 기생상태를 보여주는 화석들은 내장이 거의 사라졌을 정도로 괴사한 상태기 때문에 옛연가시가 빠져나가면 숙주는 그 쇼크로 인해 사망했을
것이다.
쥐라기 후기에 처음 등장한 이들 옛연가시과는 점점 다양하게 분화해가며
더더욱 많은 템노스폰딜목 양서류들을 감염시키게 되었고 백악기 초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템노스폰딜목이 옛연가시과의 숙주로 전락했다. 화석기록을
보면 옛연가시과의 번성과 함께 템노스폰딜목의 꾸준한 쇠퇴가 눈에 띈다.
결국 쿨라수쿠스를 마지막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템노스폰딜목 양서류들은
멸종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는 숙주들이 사라진 옛연가시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템노스폰딜목의 멸종은 다른 생물들에게 기회가 되었는데 그동안
양서류들로 인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악어들이 물가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고 양서류 내에서 비주류였던 개구리와 도롱뇽의 조상들이 입지를 넓혀
양서류 사회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하지만 개구리와 도롱뇽들은 이전의 대형양서류들과 같이 다시는 물가의 지배권을 되찾지 못했다.
옛연가시과는 현생 연가시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들의 비슷한 생태를 볼때
이들의 공동조상도 흡사한 생태를 가졌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그렇다면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을 새롭게 숙주로 삼을 새로운 연가시가 탄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 당장 그런 연가시가 출현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센트럴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더글라스 헨셜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는 그럴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다. 인간은 뇌에서 H2O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일으켜 물을 마시게 하는데
연가시와 가까운 종인 아쿠토고르디우스(Acutogordius)는 피부샘에서 H1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것이 인간 체내의
단백질 1O와 결합하게 되면 H2O가 합성되는데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 H2O가 계속 증가하면 실제로는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닌데도 갈증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연가시가 마냥 허구만은 아닌 것이다.
첫댓글 양서류 주요분류군은 개구리, 도룡뇽, 두꺼비인가요?
두꺼비와 개구리는 무미류에 속하고 다른 하나는 무족영원류입니다.
예를 들어 뭐가 있지요? 뱀 같은데 미끈 거리는 뭔가 있었던 것 같긴하네요.
글쎄요 익숙하지 않은 종이라서 예를 들기가-_- 그냥 뱀이나 지렁이같이 생긴 놈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caecilian이라고만 알고있는걸 사전찾아서 알려드린 겁니다;;
독일인가 어디에서 어떤 할머니의 몸 안에서 연가시가 발견되었다는... 뭐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위의 생물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장을 다 파먹고, 그 안을 채운 게 아니라 그냥 아주 가벼운 증세 정도로 끝났다고..
인간은 뇌에서 H2O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일으켜 물을 마시게 하는데 연가시와 가까운 종인 아쿠토고르디우스(Acutogordius)는 피부샘에서 H1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것이 인간 체내의 단백질 1O와 결합하게 되면 H2O가 합성되는데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요......
그죠 ? 앞에는 생판 모르는 내용이라 뭐라고 못하겠는데 ...
H2O가 물이잖어요? ;;
만우절?
neurotransmitter H2O로 아무리 구글링을 해대도 안나오네요........
음....
이거 낚시같은데요? 마지막 '기생상태가 나타난 화석' 을 이미지 검색해보니 프시타코사우르스라고 뜹니다. 한마디로 저건 양서류가 아니라 공룡 화석이란거;
그리고 옛연가시과(Archaeogordiidae) 라는건 구글검색에도 전혀 뜨지않는 단어입니다.
밑에서 두번째 짤도 '다리가 달린 뱀의 화석' 이라고 이슈가 됐던 적이 있는 화석이네요. 역시 양서류가 아니라 파충류.
낚시라고 봅니다. 기생충이 숙주를 죽이는건 '원래 들어가서는 안 되는' 숙주에게 기생하거나 '터무니없이 대량번식을 할 경우' 두 가지이고 후자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거나 아주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죠. 바이러스면 모를까, DNA 변화하는게 시간폭이 큰 기생충이 특정 종을 멸종시킬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에....웨일즈 대공님 설명을 좀 해주셧으면 합니다.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만우절 농담이시라면 아무런 부연 설명없이 마냥 과게에 놓을순 없으니까요(.....)
지난 몇년간 올렸던 만우절농담들은 한번도 부연설명을 한적이 없었는데 왜 이번만 새삼(...)스럽게 그러시는지?^^
여긴 과게니까요 ㅎㅎ 으잌ㅋㅋ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만우절 농담에도 낚이네요 ㅋㅋㅋ
지난 몇년간 과게에 올렸던 만우절농담들은 한번도 부연설명을 한적이 없었는데 왜 이번만 새삼(...)스럽게 그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