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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02 - 안녕, 라스베가스
S#1. 라스베가스 전경.
S#2. 호텔 안.
전화통을 손에 들고 수화기를 어깨에 끼운채 통화중이다.
진영 : 네, 지금 도착했어요. 우선 태준씨가 강의했던 학교부터 가볼거예요. (직업의식 발동, 습관적으로 호텔방안의
비품상태를 점검하면서) 아직까지 그 곳에 있다면 좋겠지만.. 어쨌든 소식은 알아낼 수 있을거예요.
(등을 일일히 켰다 껐다 해보고) 알겠습니다, 걱정마세요. 꼭 함께 돌아갈께요. 네.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전화통을 침대위에 던져놓고 휘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침대시트상태까지 확인,
진영 : 나쁘지 않네.
S#3. UNLV전경.
펼쳐지는 캠퍼스 전경. 그 한가운데로 진영을 태운 택시 한대가 들어가고 있다.
S#4. 학교내부 일각.
사무직원인듯한 사람에게 뭔가 물어보는 진영. 사무직원, 고개를 갸웃하더니 뭔가 말하면서 한쪽을 가리킨다.
S#5. 교수실 (또는 강사 사무실정도)
창문안으로 교수(또는 강사)쯤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묻고 있는 진영. 그러나 그 사람도 비관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S#6. 복도 일각.
진영, 시계를 들여다보며 서성인다. 누군가 기다리는 듯, 한창 실습중인 실습실 창문안쪽을 들여다 보면
물따르는 법에서부터 서빙하는 자세, 음식을 놓는 방법, 테이블 세팅하는 법등등의 실기수업이 진행중이다.
학생들틈을 오가며 가르키고 있는 잭슨교수의 모습.
(경과)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무리지어 나오는 학생들, 그 뒤로 나오는 잭슨교수가 보인다.
진영, 그 앞으로 다가선다.
진영 : 실례합니다. 잭슨교수님이신가요?
교수 : 그런데요. 누구시죠?
진영 : 한태준이란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교수 : 누구요?
진영 : 한태준이요. 3년전 한국에서 왔구, 이 학교에서 강의를 했었죠 왜. 호텔경영 수업을 가르친걸로 아는데요.
교수 : (그제야) 아.. Han(한)!
진영 : 기억나세요?
교수 : 물론 기억합니다. 스마일 페이스, 그게 그 친구 별명이었죠. 근데 지금은 여길 그만뒀는데요.
진영 : 압니다. 혹시 그 뒤라두 그 사람 소식을 들은적 없습니까. 어떤 거라도 상관없는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면)
교수 : 몇달전에 호텔에서 잠깐 본적이 있긴합니다만..
진영 : 그게 어느 호텔이죠?
교수 :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우리 학생들이 실습나간 호텔중에 하나라는것밖엔.
진영 : 학생들이 실습 나가는 호텔이 어딘데요?
교수 : 그게 말입니다, 아홉군데나 되놔서...
진영 : 아홉군데요? (잠시 막막한 표정, 그러더니 수첩을 꺼내 받아적을 준비를 하며) 그게 어디 어디죠?
S#7. 호텔 몽타쥬. (태준을 찾아 돌아다니는 진영의 씬)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라스베가스 호텔전경, 전경, 전경들 가는 곳마다 태준의 사진을 보여주며 키나 특징등을 설명한다.
설명하고, 설명하고, 설명하면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호텔직원의 얼굴, 얼굴, 얼굴들.
기운없이 로비현관으로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는 진영의 모습에서.
S#8. 어느 일각. (앞의 몽타쥬 느낌과 연결되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진영. 어느 페스트푸드점 앞 실외테이블에 털썩 걸터앉는다. 그 앞으로 오가는 많은 사람들..
기운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는데 바로 그 때. 페스트푸드점안에서 음료수와 햄버거봉투를 들고 나오는 태준의 모습.
태준, 진영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가버리자마자
간발의 차이로 태준이 지나친 바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진영. 길게 한숨을 내쉰다.
S#9. 레스토랑 안.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밖을 내다보는 진영. 그 앞으로 음식이 날라져온다.
진영, 흘끗 음식들을 본다.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진영 : 그래. 먹구 힘내자. (그러면서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든다)
바로 그 뒤로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동혁과 엄실장의 모습.
홀지배인, VIP라도 되는 듯 동혁일행을 정중하게 지정자리로 안내한다.
- 경과 -
식사를 하고 있는 엄실장과 동혁.
엄실장 : 참, 서울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한강유통의 김복만 회장님이라구요.
동혁 : (무관심한 표정, 먹는 위로 계속)
엄실장 : 인수하고 싶은 호텔이 하나 있는데 사장님이 그 일을 맡아주셨으면 하는것 같습니다.
동혁 : 다음부턴 다른 식당을 알아보지. 스테이크 맛이 예전같지 않아. 분위기도 소란스럽고.
엄실장 : (뒷쪽으로 시끄러운 가족들을 한번 쳐다본뒤) 여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도박하는 사람들뿐이었는데
요즘은 가족끼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동혁 : 이곳 경제엔 그게 더 도움이 되겠지. 가족수만큼 돈두 더 많이 쓰고 갈테니까.
엄실장 : (보며) 사장님은 결혼 안하십니까?
동혁 : 여자가 일보다 좋아지면. 그 때가서 한번 생각해보지.
엄실장 : (웃으면)
그 뒤로 지배인을 부르는 진영.
지배인 : (다가서며) 부르셨습니까 손님.
진영 : 여기 포크하고 나이프 대체 언제 교체한거죠?
지배인 : 네?
동혁 :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진영을 흘끗 보면)
진영 : (나이프를 들어 보여주며) 이거 보이세요? 날이 무뎌져서 고기가 제대로 썰리지 않고 있어요.
지배인 : 아.. 곧 다른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진영 : 벌써 두번째 바꾼거예요. 스테이크는 질겨서 제대로 씹히지도 않구 게다가 이 샐러드 말인데요. 양상치는 너무 시들었구,
토마토는 너무 물렀어요. 이 음식 이름이 뭐죠? (메뉴를 들여다 보며) 프레쉬 베지터블 위드 프룻?
(포크로 푹 찍어올리며) 지금 이게 프레쉬하다구 생각하세요?
지배인 : 아 저.. 그건.. (하면서 이쪽을 돌아보는 손님들 눈치를 보는데)
진영 : 그리구 이 컵 말인데요.
지배인 : (진땀을 닦으며) 네 손님.
진영 : (사기컵을 들어서 지배인 눈앞으로 가져가며) 여기 미세하게 금간거 보이시죠?
이건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깨질 위험이 있다는거 모르세요? 이런걸 어떻게 손님들한테 내놓을 수가 있죠?
그러자 주위에 있던 손님들, 일제히 자기 컵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지배인 : (쩔쩔매며) 저 손님..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면 하는데)
진영 : 나는 여기가 아주 훌륭한 식당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소문뿐이었나 보군요.
그러더니 가방에서 달러를 꺼내 테이블에 턱 올려놓는 진영.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나가버린다.
일순 썰렁해진 실내. 그저 아무말 못한채 쳐다보던 지배인, 얼른 손님들을 향해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무마용 웃음을 던지면
바라보던 엄실장 핏 웃는다.
엄실장 : 한국여잔거 같은데요. (돌아보며) 거 성깔 한번 대단하네.
동혁 : (나가는 진영의 뒷모습을 한번 더 본다)
S#10. 동혁의 호텔전경. (진영과 같은 호텔임)
S#11. 스위트 룸.
안으로 들어서는 동혁과 엄실장.
엄실장 : 한강유통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동혁 : 그 문제는 일단 사전조사를 끝낸후에 결정하도록 하지. 사전조사비는 따로 청구하도록 하구 만약 일을 맡게 되면
인수하게 될 회사의 지분중에 18%는 우리가 갖는걸로 명시해. 물론 모든 경비는 따로 계산한다는 조건두 같이.
엄실장 : 알겠습니다. (그 위로)
채권단E : 이런 돈에 환장한 놈들..
S#12. 김복만의 사무실.
난을 돌보고 있는 김복만, 그 뒤로 채권단1의 모습이 보인다.
채권단1 : 지분의 18%에다 경비까지 따루 계산해달라뇨. 게다가 그렇게 해준대도 일을 맡을까 말까라니..
아무리 즤들이 날고 기는 전문가들이라지만 이렇게 콧대가 높아서야..
김복만 : (짐짓 미소로) 자네가 추천한 사람 아닌가.
채권단1 : 이정도로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른델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복만 : 그럴거 없어.
채권단1 : 네?
김복만 : 난 그 친구가 맘에 드는군. 일주일뒤에 가부간 결정을 해준다니 그 때까지 기다려보도록 하지.
채권단1 : 하지만.
김복만 : 서울호텔쪽에서도 총지배인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인데. 그 정도 시간쯤은 기다려줄 수 있지 않겠나.
채권단1 : (보면)
김복만 : (무심한 표정으로 난을 살핀다. 시선에서)
S#13. 선물가게 앞.
차를 세워둔 영재, 차에 기대서서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선물가게를 쳐다본다.
윤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은주와 다른 점원들만 보인다.
영재, 담배를 하나 피워물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그 때 삐뽀하면서 다가서는 경찰차.
경찰차 : 서울 52 러에 1234. 주차금지 구역입니다. 얼른 차 빼세요. (싸이렌 삐-이 소리와 함께 반복하면)
영재 : (귀찮은 표정으로 흘끗 보더니 담배를 입에 문 채 차에 올라탄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선물가게쪽을 쳐다보더니 차를 출발시킨다.
바로 그 옆으로 스쳐지나오는 윤희. 완전히 바뀐 옷차림, 찢어진 청바지에 딱붙는 티. 썬글라스..
영재, 윤희를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치면 윤희, 곧장 길을 건너 선물가게 쪽으로 간다.
막 문쪽으로 접어드는데 바로 그 때 선물가게안에서 튀어나오는 은주.
은주 : 빨랑 튀어. 빨리.
윤희 : 왜? 왜그래?
은주 : 돈 꺼내다가 엄마한테 걸렸어. 빨랑.
둘 달아난다.
S#14. 클럽.
요란한 조명과 음악들 사람들사이로 신나게 춤을 추는 윤희와 은주. 음악이 바뀌면서, 먼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은주 얼른 따라와 앉으면 두 사람, 가볍게 건배하며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다. 은주, 맥주병을 들고 여전히 몸을 흔들고 있다.
윤희 : (픽 웃으며) 너 괜찮어?
은주 : 뭐가?
윤희 : 저번때처럼 너 머리 죄다 뜯겨서 또 석달열흘 모자 신세 지는거 아니냐구.
은주 : 뜯어노라지 뭐. 이젠 하두 쥐어뜯겨서 아프지두 않어 야.
윤희 : 돈같은거 뭐하러 몰래 꺼내와. 나한테 있는데.
은주 : 일년 열두달중에 하루쯤 내가 낼때두 있어야하는거 아니니? 맨날 너한테 얹혀서 얻어먹구 얻어놀구 얻어쓰구..
윤희 : (보면)
은주 : 우리 엄마, 나 그렇게 빈대루 사는거 뻔히 알면서두 어쩌다 내가 용돈 좀 달랠때마다 뭐라는줄 아니?
대체 니 나이에 돈이 어디 필요하녜. 밥멕여 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학교까지 보내주는데.
(기가막혀) 막말로 요즘에 문만 열구 다가면 다 돈쓸데 아니냐구. 안그래?
윤희 : ...
은주 :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렇다구 집에 편안히나 있게하면 또 몰라. 쫒아다니면서
화장실 불끄고 다녀라, 전기세 나온다. 물 아껴써라, 수도세 나온다.. 텔레비젼 보면, 니가 아직두 어린애냐..
그러다 조금만 말대꾸하면 주먹부터 날라오구. (부르르 떨며) 지겨워. 지겨워.
윤희 : 그래두 엄마잖아. 없는것보다 낫지 뭘그래.
은주 : 넌 우리 엄마같은 사람 안당해봐서 몰라 야. 돌아가신 니네 엄마랑 차원이 다르다니깐. 아무래두 계모지 싶어.
윤희 : (쓴웃음.. 잠시 보더니) 너.. 우리 엄마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
은주 : (? 보며) 편찮으셔서 돌아가셨잖아. 왜?
윤희 : (갑자기 가방속에서 부시럭부시럭 약병을 하나 꺼낸다)
은주 : 약이잖어.
윤희 : 그래. 우리 엄마.. 이 약 먹구 돌아가셨어. 병 때문이 아니라 자살하신거야.
은주 : (오징어를 입에 문채 멍하니 보면)
일순 모든 소음, 아득해지면서
윤희 : 우리 엄마.. 한 때 유명한 여배우셨대. 돈많은 우리 아버지 만나 결혼해서 나까지 나았지만.. 별로 행복하지 않으셨나봐.
내 기억속에 있는 엄만.. 항상 술에 취해있거나 울고 있거나.. 아니면 큰소리로 아버지랑 싸우는 모습뿐이었어.
아무리 기억할려구 해도.. 엄마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은주 : (오징어를 천천히 입에서 빼며 본다) 윤희야..
윤희 : 나.. 우리 엄말 정말 많이 닮았다. 어쩌면 언젠간 나두.. 엄마처럼 죽을지 몰라.
은주 : (? 본다)
윤희 :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린다. 공허한 눈빛에서)
S#15. 도로.
달리는 영재의 차. 시끄러운 음악을 있는 힘껏 틀어놓은 채 달리고 있다.
S#16. 서울호텔 전경 (N)
S#17. 로비.
손으로 곳곳을 쓱쓱 문질러보는 오형만 입으로 훅 불어본다. 날리는 먼지.
청소직원들, 얼른 오형만이 문지른곳을 걸레로 싹싹 닦아보지만
오형만 : 근무태만및 관리소홀. 감점 4점.
직원1 : 아이구.. 오지배인님.. 좀 봐주십쇼. 이달 들어 벌써 32점쨉니다요.
오형만 : (들은척도 안하고 수첩에 적으려는데)
직원1 : 저기.. 저희 집에 10년된 인삼주가 있는데요. 오지배인님 인삼주 좋아하시죠?
오형만 : (흘끗 보더니) 내가 그런 인삼주나 바랄 사람으로 보입니까?
직원1 : 그게 저...
오형만 : (수첩을 도로 넣으며) 내가 총지배인되고 나면 인삼주갖곤 어림도 없어요. 알았어요?
직원1 : (뜨악해서 보며) 총..지배인이요? 승진하십니까?
오형만 : 그럼 지금 비어있는 총지배인 자리에 나 말구 누가 올라가겠습니까. 서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나뿐이 더 있어요?
직원1 : 그야 그렇죠. (하하 마음에도 없는 웃음. 그 때)
윤동숙 : 오지배인.
오형만 : (멈칫, 돌아본다. 순간 표정 바뀌며) 아, 사모님.. 아니 저 사장님. 퇴근하십니까.
윤동숙 : 아뇨. 그냥 한번 둘러볼려구요. 저기..
오형만 : 네.
윤동숙 : 우리 영재 오늘도 출근 안했나요?
오형만 : (순간 과장되게 걱정스러운 투로) 사장님 돌아가신 뒤로 계속 안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윤동숙 : (걱정스런 한숨) 알았어요. (돌아선다. 그러다 멈칫.. 쳐다보면)
건들거리며 호텔에 들어서는 영재, 지나치려다 윤동숙을 본다. 윤동숙, 영재를 보면.
S#18. 사장실.
소파에 앉아 썬글라스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영재. 윤동숙, 그런 영재를 말없이 보며
윤동숙 : 밥은 제대루 먹구 다니는거니? 용돈은..
영재 : 월급받은거 있어요.
윤동숙 : (본다. 보다가) 미안하다. 아버지 돌아가시구 너두 많이 힘들텐데.. 너한테까지 제대루 신경도 못썼구나.
엄마두 요즘 안하던 일을 하려니까 정신이 없어. 지금 호텔 상황 말이 아닌거 알지? 그래서...
영재 : (순간 스치는 냉소)
윤동숙 : (? 보면)
영재 : 새삼스럽게 그러실거 없어요. 아버지하구 엄마한텐 항상 호텔이 먼저였잖아요. (보며) 30년을 공들여 키워온 호텔인데
나같은게 낄 틈이 어디 있겠어요? 안그래요?
윤동숙 : 얘. 영재야.
영재 : 그러니까 미안한척 안해두 된다구요. 새삼 나한테 신경쓰는척도 하지 마세요. 부담스러우니까. 그냥.. 살던대루 살자구요.
엄마는 엄마대루 난 나대루.
윤동숙 : (말을 잇지 못한채 보면)
영재 : 가볼께요. (그러더니 그대로 일어나 나가버린다)
쿵.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윤동숙. 당혹감과 안타까움으로 어쩔줄 몰라 잠시 안절부절하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을 누른다.
비서F : 네 사장님.
윤동숙 : 서진영한테 연락 없었니?
비서F : 네 없었는데요.
윤동숙 : 그래. 알았어. (인터폰을 끈다. 그래놓고도 어쩔줄 몰라 창밖을 돌아본다. 뒷모습에서)
S#19. 라스베가스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진영, 피곤하고 지친모습.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진영 : 대체 어딨는거야. (원망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 때 저 뒤에서 "거기 서!"하는 외침!
진영 뭐지?하고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눈앞으로 달려와 쿵! 부딪히는 여자. 동시에 진영과 제니, 길바닥으로 나뒹구라진다.
진영, 너무 아파 소리도 못지르고 입을 딱 벌리는데
같이 넘어진 제니, 재빨리 일어나 차들이 오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뛰어간다.
뒤늦게 뛰어와서 멈추는 남자의 뒷모습, 허탈하게 멀어지는 여자를 본다. 그러더니 아직도 넘어져있는 진영쪽으로 구부리며
태준 : 아 유 오케이?
진영 : 아우... (아파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든다. 순간 멈칫..)
태준 : ! (본다)
그렇게 찾던 태준을 드디어 만났다.
S#20. 벨라지오 호텔
분수가 보이는 일각. 잠시 썰렁한 분위기로 마주앉아 있는 두 사람.
태준 : (동시에) 저기..
진영 : (동시에) 저.. (본다)
태준 : (보며 픽 웃더니) 얼마만이지? 삼년인가 사년인가.
진영 : 삼년. 정확히 삼년 이개월이야.
태준 : 여긴 어떻게 왔어?
진영 : 태준씨 만날려구. (보며) 어떻게 지냈어?
태준 : 그냥저냥. 넌?
진영 : 두달전에 2급 지배인 자격증 따서 당직지배인으루 승진했어.
태준 : 당직지배인? 멋지다. 너하구 딱 어울려. (웃는데)
진영 : 왜.. 연락 끊었어? 연락까지 끊구 살만큼 바빴어?
태준 : (대답대신 웃음. 그러다 문득 찻잔을 뒤고 있는 진영의 손가락을 보더니) 너 아직 결혼 안했구나?
진영 : (갑작스런 질문에 얼른 손가락을 가리면)
태준 : 뭐야? 설마 너.. 나 기다린거야?
진영 : (순간 당황하면서도 태연한 척) 내, 내가 왜 태준씰 기다려? 태준씨하구 내가 무슨 사인데?
태준 : 우리 사이를 말할 수 있는건 여러가지가 있지. 한땐 아주 가까운 직장 동료이자 또..
진영 : 또 뭐?
태준 : 외로울땐 가끔 술도 같이 마시는 마음 통하는 친구였지.
진영 : (뭐? 친구? 순간 어이없어 보며 일부러 더 과장되게) 그래 잘 아네. 우린 동료이자 그 뭐냐.. 그래 친구.
그 이상두 이하두 아니였잖아? 그런데 내가 왜 태준씰 기다려? 말두 안돼.
태준 : (웃음을 머금고 보면)
진영 : (괜히 찔려서 더) 이것봐요 한태준씨, 괜히 이상한 착각 하지마세요. 내가 아직 결혼을 안한건 어디까지나 일 때문이야.
한국 최초로 여자총지배인이 되는게 내 꿈이니까.
태준 : 그래서 지금은 그 꿈을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다? 남자같은건 안중에도 없고?
진영 : 없지 그럼.
태준 : (순간 픽 웃음)
진영 : (? 기분나쁘게 쳐다보면) 왜 웃어?
태준 : 넌 하나두 안변했구나. 조금만 열받게 하면 금방 요점잊구 흥분해버리는거. 삼년전이랑 똑같애.
진영 : (순간 머슥해져서 보면)
태준 : 호텔식구들은 다 잘지내지? 사장님은 좀 어떠셔?
진영 : (순간 머뭇거림.. 간격을 두고) 돌아가셨어. 심장마비루.
태준 : ! (멈칫.. 고개를 들어 진영을 본다)
진영 : 태준씨 떠나구 나서 계속 상황이 안좋았어. 경영적자때문에 여기저기 계속 빚만 늘구..
지난해부터 증축공사까지 시작했거든. 너무 무리하셨든가봐.
태준 : ...
진영 : 사장님 돌아가시자마자 총지배인두 떠나버리구 지금은 사모님이 임시 대표직을 맡구계셔. 저기 그래서 말인데 태준씨..
태준 : 미안하다. 그만 일어나야겠다.
진영 : (? 쳐다본다)
태준 : 일하러 갈 시간이야. (일어나는데)
진영 : 나 태준씨하구 같이 가려구 왔어.
태준 : (멈칫... 본다)
진영 : 같이 돌아갈려구.. 그래서 왔어. (보며) 같이 갈거지?
태준 : (본다. 보더니) 저녁 잘 먹었다. (그대로 가버린다)
진영 : ! (본다)
S#21. 길 일각.
성큼성큼 걸어오는 태준. 진영, 그 뒤로 뒤따라오면서
진영 : 내 얘기 좀 들어봐.
태준 : 그쪽 얘기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진영 : 왜?
태준 : 이제 그 호텔은 나랑 아무 상관없으니까.
진영 : 뭐?
태준 : 난 지금 이곳 생활에 아주 만족해. 다신 그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알겠니?
진영 : 아직두 삼년전 그 일 때문에 그래? 그건 사고였어.
태준 : (순간 멈춰서서 돌아보며 버럭) 그래. 사고였지! 내 인생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사고였어. 알아?
난.. 난 이제 겨우 여기 생활에 적응했어. 그러니까 제발 흔들지 마. (그러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가버린다)
진영 : (본다. 보더니 오기어린 표정으로 길을 향해 손을 흔든다) 택시!
S#22. 일반 페밀리 레스토랑 안.
시끄러운 실내로 들어서는 진영, 기웃거리며 왔다갔다하는 손님과 직원들을 살핀다.
그 때 메니저 다가와서 "뭘 도와드릴까요" 묻는 듯 진영, 그에게 인상착의를 말하면서 묻자
메니저, 손으로 바깥쪽으로 나가 뒷쪽으로 가보라는 싸인.
S#23. 일반 페밀리 레스토랑 밖.
소음이 멀어지는 가운데 천천히 건물밖으로 나와 옆으로 돌아오는 진영. 그 때 건물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진영,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칫. 얼른 한쪽으로 숨어서 보면
밀가루푸대 몇개를 계단옆에 쌓아놓는 태준의 모습. 힘이 드는지 그 옆에 걸터앉아 잠시 담배를 피워문다.
연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 진영, 그저 할 말을 잃고 본다. 그 때 저 안쪽에서 "한! 접시 좀 닦아!"하는 소리.
태준, 짧게 대답한뒤 몇모금 더 담배를 빨아들이고는 비벼끈 뒤 안으로 들어간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진영, 그대로 돌아서서 벽에 기댄다. 세상에.. 그가 접시닦이를 하고 있다니..
S#24. 호텔 안.
안으로 들어서는 진영. 힘없이 가방을 침대에 툭 던져놓고 의자에 털썩 앉는다. 아직도 수습이 안되는 멍한 상태.
그러다 옆에 전화기를 본다. 수화기를 집어들다가 멈칫.. 신호를 끊고 잠시 퍼즈. 잠시 쳐다보다가 번호를 누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안되겠든지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는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나.
S#25. 윤동숙의 방.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윤동숙. 그 때 때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받으며
윤동숙 : 네. (듣다가 반갑게) 어 그래 진영씨. 그렇잖아두 왜 이렇게 연락이 안오나 걱정하던 중이었어.
어떻게... 한태준인 만났어? (반갑게) 만났어! 그래 어떻게 지내구 있든? 응?
S#26. 진영의 호텔.
진영 : 잘 지내구 있는거 같았어요. 네? (더듬더듬) 네, 네에.. 그럼요. 여기서두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더라구요.
정말 잘 지내구 있었어요. 많이 바쁜거 같아서 그렇게 자세한 얘긴 못했구요. 저기 내일.. 내일쯤 다시 만나기로 했거든요.
S#27. 윤동숙의 방.
윤동숙 : 그래? 그랬구나. (순간 안도와 돌아온다는 확답을 듣지 못한 실망감이 교차되면서) 어쨌든 애 많이 썼다.
못만나면 어쩌나, 만나더라도 다시 안온다고 하면 어쩌나. 계속 방정맞은 생각만 들어서 마음 졸였는데..
그래. 내일 만나서 얘기 잘해. 설마 호텔 상황 알구나서두 모른척은 안하겠지.
S#28. 다시 진영의 호텔방.
진영 : 그럼요. 네, 걱정마세요. 태준씨하구 얘기 되는대루 다시 연락드릴께요. 쉬세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놓자마자 한숨)
힘없이 일어나 침대앞으로 걸어오더니 그대로 풀썩 엎어져버린다. "어떡해...!"
S#29. 라스베가스 거리 (새벽)
운전하는 태준, 라디오를 튼다. 넷킹콜의 "Unforgettable"이 흘러나온다. 흘러가는 라스베가스의 현란한 불빛들..
Flash back1 씬 21
진영 : 아직두 삼년전 그 일 때문에 그래? 그건 사고였어.
태준 : (순간 멈춰서서 돌아보며 버럭) 그래. 사고였지! 내 인생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사고였어. 알아?
E : 똑똑똑 (노크소리)
S#30. Flash-back2> 스위트 룸. (회상) (갈색 모노톤의 느낌으로)
송여사 :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3년전의 태준의 모습. 그 옆으로 젊은 직원(정식)이 쩔쩔매며 서 있다.
태준 : 총지배인 한태준입니다. 저희 직원이 불편을 끼쳐드렸다구요.
송여사 : 당신네 멍청한 직원이 내 옷에 커필 쏟았어요. 이게 얼마나 비싼 옷인지 알기나 해요?
정식 : 그게.. 제가 그런게 아니라 사모님이...
송여사 : 이봐 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일부러 쏟기라두 했다는거야 뭐야?
정식 : 그게 아니라..
송여사 : 저 사람 당장 내방에서 나가라 그래요. 꼴도 보기 싫어요.
정식 : (어쩔줄 모르며) 정말입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지배인님. (보면)
태준 : 알았어요. 가서 일보세요.
정식 : (풀이 죽어 밖으로 나간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
S#31. 차 안 (현재)
동시에 눈을 질끈 감는 태준. 직원을 내보낸것이 그의 첫번째 실수였다.
S#32. 다시 Flash-back> 스위트 룸.
태준 : 죄송합니다. 부인. 세탁비는 저희 호텔에서 전부 변상해드리겠습니다.
송여사 : 세탁비때문에 이러는게 아니예요. 자기 잘못을 손님탓으로 돌리다니 기본이 안되있잖아요. 안그래요?
태준 : 주의 주도록 하죠.
송여사 : (흘끗 보더니) 미안하지만 이 지퍼 좀 내려주시겠어요?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손이 닿질 않네요.
태준 : (잠시 망설인다)
송여사 : (뒤돌아 선다)
태준 : (보는 시선에서)
S#33. 다시 차 안. (현재)
빨간불이 들어오는 신호들. 순간 얼른 브레이크를 밟는 태준. 거의 앞차와 부딪힐뻔했다.
숨을 몰아쉬며 앞을 응시하는 태준의 시선. 그 때 돌아서서 그 방을 나오지 않은게 그의 두번째 실수였다.
다시 플랫쉬 백 되면.
S#34. 스위트 룸 (회상)
태준, 송여사의 지퍼를 내린다. 그 때 갑자기 돌아서서 그의 손을 잡는 송여사.
태준, 멈칫 놀라서 쳐다보면 송여사 돌아서서 다짜고짜 태준을 끌어안으며 키스를 퍼붓는다.
태준, 피하려고 몸을 틀다가 그대로 침대쪽에 넘어지고 만다. 송여사 집요하게 태준에게 매달린다.
지퍼가 내려진 송여사의 옷은 어깨밑으로 흘러내려온 상태.
태준, 있는 힘껏 송여사를 밀어제치면서 송여사위로 올라가 두 팔을 누른다.
태준 :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송여사 : 당신두 이걸 원한거 아니었어? 그래서 직원까지 내보낸거 아니야?
태준 : (숨을 몰아쉬며)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다른 상댈 알아보시죠.
송여사 : (순간 표정 싸늘하게 변하는데 그 때)
송남편E :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문을 열고 들어선 송의 남편과 그의 비서쯤으로 보이는 사내. 놀라서 쳐다보는 태준과 송여사. 순간
송여사 : 여보!!!
태준을 뿌리치고 거의 흘러내려온 옷을 끌어올리며 남편에게 매달린다.
송여사 : 저 사람이 글쎄 강제루 날.. (그러더니 그대로 울음을 터트린다)
태준 : (이 사태에 그저 멍하니 쳐다보면)
송남편 : (분해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다가서더니 그대로 퍽! 턱을 날린다) 이런 나쁜자식. 겁대가리 없이 감히 누굴 희롱해!
태준 :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의원님. 오해십니다. 이건..
송여사 : (으어어엉!! 일부러 더 크게 울음소리를 내자)
송남편 : 너 이자식 그냥 두지 않겠어. 이봐 김비서. 당장 이변호사한테 연락해!
태준 : (본다. 그저 기막혀 보는데서)
E : 빵빵빵...
S#35. 다시 현재.
정신을 차린 태준, 얼른 고개들고 보면 어느새 파란불이다.
태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차를 움직여 천천히 한쪽 갓길에 세운다. 아직도 라디오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음악을 툭.. 꺼버리고 담배를 피워문다. 씁쓸한 그의 표정.. 회한으로 픽 웃어버린다.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는데 바로 그 때! 건너편으로 깡패녀석들한테 끌려가는 제니가 보인다.
태준, 무심코 쳐다보다가 멈칫.. 홱 고개 돌려 다시 보면 깡패들, 차에 억지로 제니를 태워 출발한다.
태준, 본다. 시선에서
S#36. 외진곳에 세워진 차.
차 안에서 제니, 또래의 백인깡패녀석들에게 둘러싸여있다.
깡패1 :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도망치면 우리가 못찾을 줄 알았어? 약값을 낼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물건을 찾질 말아야지.
아니면.. (제니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다른걸로 때우든가. 어?
제니 : (탁! 손을 쳐낸다)
앞좌석에 탄 두명의 백인깡패들, 킬킬 웃는다.
깡패1도 픽 웃더니 갑자기 제니를 덮쳐버린다.
제니 : 이 미친새끼 저리 안비켜!
그 때 톡톡톡. 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동시에 안에 있던 세명의 깡패들과 제니, 창밖을 돌아본다.
안의 상황을 들여다보는 태준. 놀라서 보는 제니를 빤히 쳐다보더니 표정없이 돌아서서 가버린다.
어? 제니, 놀라서 쳐다보는데 다시 나타나는 태준, 어디서 찾았는지 큼지막한 돌을 들고는 있는 힘껏 차유리창을 내리친다.
퍽! 깨져버리는 유리창. 순간 아수라장이 되는 차 안.
태준, 그 틈을 타 문을 열고 제니를 밖으로 끌어낸다. 그 뒤로 따라내리는 깡패녀석들, 태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아 세운다.
순간 욱! 치밀어 오르는 태준, 그대로 주먹을 날리고. 동시에 시작되는 난투극.
태준, 잘 싸우는편은 아니나 열심히 주먹질, 발길질을 해대지만 초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점점 불리해진다.
그 때 외진곳을 순찰하는 경찰차가 저만치 지나가는게 보인다.
제니, 그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뛰어나간다. "핼프! 핼프 어스!"
태준과 엎치락뒤치락하던 깡패들, 그걸 보고 멈칫.
깡패1 : (태준을 마지막으로 퍽! 때려눕힌 뒤) 내일까지 약값을 갚지 못하면 죽을 줄 알아.
그리고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차에 올라탄다. 출발하는 깡패들의 차.
숨이 차는 듯 헉헉거리며 일어나 앉는 태준. 코피를 쓱 문질러 닦으며 돌아본다.
저만치서 경찰을 부르다 말고 돌아보는 제니, 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겸연쩍게 시선을 돌려버린다.
S#37. 태준의 아파트 안.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과 제니. 태준 있는 힘껏 쾅! 문을 닫으며 본다.
태준 : 너 대체 어쩌자는거야. 너 또 저런 애들하구 어울리며 약하는거니? 그래서 냉장고위에 있는 돈까지 훔쳐간거야?
제니 : (대꾸없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TV를 튼다)
태준 : (쫒아가 리모콘 뺏어 던진다)
제니 : (멈칫해서 올려다보면)
태준 : 내 말 똑바루 들어. 참는데두 한계가 있는거야. 니가 계속 이따위로 나가면 나도 널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알아?
제니 : 두 잇.
태준 : 뭐야?
제니 : 포기하라구요. 나두 아저씨한테 짐되는거 싫어요.
태준 : 이 녀석아 난 니 보호자야!
제니 : 아저씨가 원해서 된게 아니잖아요.
태준 : 그래. 선생님 부탁때문이었지. 선생님은 니가 정말루 잘되길 바라셨어. 알아? 그래서 나한테 널 부탁했던거구.
제니 : (똑바로 본다)
태준 : 근데 잘못 생각하셨던것 같다. 처음부터 난.. 누굴 책임질 그릇이 못되는 사람이었어.
고맙다. 니가 그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어.
제니 : (보면)
태준 : 이젠 니 맘대루 해. 다시는 널 찾으러 다니지두 않을거구 니가 밖에 나가서 뭘하는지 상관하지도 않을테니까. 됐지?
(그러면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제니 : ... (닫힌 방문을 바라보는 눈에 순간 글썽 맺히는 눈물)
S#38. 방안.
안으로 들어온 태준, 그러나 영 마음이 안좋다. 닫아버린 문을 돌아보는데서.
S#39. 동혁의 스위트 안. (밤)
동혁, 밤늦게까지 서류들을 검토중이다.
동혁 : 재무관리가 엉망이군.
엄실장 : 최근 2,3년새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어려운데다 이젠 서울에도 하이야트나 리츠칼튼같은 체인호텔들이
급속도로 생겨나고 있는 추세라서요. 경쟁에서 밀린거죠.
동혁 : 현재 최사장의 아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얼마지?
엄실장 : 이십구프롭니다. 외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들 앞으로도 십일프로의 주식이 있습니다.
다른 주주들은 칠팔프로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구요.
동혁 : (충분히 알겠다는 듯 서류를 덮는다) 별로 재미없군.
엄실장 : 그만 두시는겁니까?
동혁 : 호텔 하나때문에 서울까지 가는건 귀찮아.
엄실장 : 물론 호텔 하나때문이라면 그렇죠.
동혁 : (? 보면)
엄실장 : 한강유통의 김복만 회장쪽을 좀 알아봤는데요. 생각보다 크고 튼튼한 기업입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거대한 유통시장을 가지고 있더군요. 최근들어 몇군데 회사를 계속 인수하는 중입니다. 제법 큰 건수들이예요.
동혁 : 아무리 그래도 서울은 좁은 바닥이야.
엄실장 : 목표는 서울이 아니라 아시압니다. 김회장은 충분히 발판이 되줄 수 있을겁니다.
동혁 : (본다. 잠시 생각해보더니) LA출발이 언제지?
엄실장 : 모레 아침입니다.
동혁 : 김회장한텐 LA에 도착해서 연락하는걸로 하지. (서류를 덮으며) 그 때까지 좀 더 생각해보자구.
엄실장 : 알겠습니다. (서류를 정리하는데)
동혁 : 그리구 내가 알아보라는거 말이야. 어떻게 되가구 있나?
엄실장 :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동혁 : 그래..
엄실장 : 쉬십쇼. (나간다)
동혁, 시계를 본다. 새벽 2시. 뻐근한듯 고개운동을 하며 창문앞으로 다가선다.
창밖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라스베가스의 밤.. 일을 마치고 돌아선 그의 뒷모습에 짙은 외로움이 베어있다.
그 뒷모습에서 화면, 천천히 틸-다운 DIS.
S#40. 진영의 호텔방.
천장에서부터 화면 계속 틸다운 하면 똑같이 창가에 서서 라스베가스의 전경을 내다보고 있는 진영의 뒷모습 DIS.
S#41. 태준의 집.
잠들어있는 제니위로 이불을 덮어주는 태준의 손. 돌아서서 창밖으로 보이는 호텔의 불빛들을 바라본다.
문득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본다. 서울호텔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회중시계다.
열어서 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진영의 사진. 그리운 눈으로 잠시 바라본뒤 도로 집어넣고, 커튼을 닫는다. fade-out.
S#42. 태준의 숙소 전경 (아침)
E : 쿵쿵쿵쿵! (요란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
S#43. 태준의 방.
쿵쿵쿵쿵! 계속해서 문두드리는 소리에 태준, 인상을 쓰며 뒤척인다. 그러다 짐짓 눈을 뜨고 보면
S#44. 태준의 아파트 앞.
문을 두드리는 진영. 옆집에서 빠꼼히 내다보는 것도 상관없이 진영, 계속 문을 두드린다.
그 때 달칵!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진영, 두드리던 손 멈칫해서 보면
안에서 나타나는 제니 방금 잠에서 깬 듯 부시시한 모습이다.
뜻하지 않은 여자의 출현에 진영, 어..? 한걸음 물러서면
제니 : 후 이즈 잇?
진영 : 저기.. 한태준씨를 찾아왔는데요.
제니 : 지금 자고 있는데요.
진영 : 아.. (그러면서 제니를 빤히 보는데)
안쪽에서 나타나는 태준,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진영을 보고 멈칫 멈춰선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제니 슬쩍 안으로 들어가면
진영 : 확실히 여길 못떠나는 이유가 있었구나. 설마.. 여자가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네. (그러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태준 : (어이구.. 한숨. 돌아보면)
S#45. 집앞.
씩씩거리며 걸어나오는 진영.
진영 : 나쁜놈.. 나쁜놈나쁜놈나쁜놈.
하는데 홱 팔을 잡아 돌려세우는 태준. 진영, 돌아보더니 얼른 잡은 손을 뿌리치며
진영 : 그래 여자 때문이었어? 그래서 돌아가기 싫은거였어?
태준 : 그런게 아니야.
진영 : 아니라구? 방금 내가 태준씨집에서 본건 뭐야?
태준 : 다 설명할께. 그 애는..
진영 : 됐어. 그런 설명 듣고 싶지 않아. 난 그런줄도 모르구.. 태준씨가 아직두 삼년전 그 일 때문에 상처가 깊은줄만 알았어.
태준 : 진영아.
진영 : 그래. 잘 해봐. 평생 접시닦이나 하면서 잘 살아보라구! (가려는데)
태준 : 뭐야? (가려는 진영을 다시 붙잡아 세우며) 너.. 어떻게 알았어.
진영 : (본다. 보더니 감정이 복받치는걸 겨우 누르며) 어제 태준씨 따라갔었어. 일하는데까지 가서.. 다 봤다구.
그것 때문에 난.. 밤새 한숨도 못잤어. 알어?
태준 : (할 말을 잃고 보다가 천천히 잡았던 팔을 놓는다)
진영 : 대체 태준씨 꿈은 다 어디루 간거야? 바닷가에 작은 호텔 하나 지어놓구 신혼부부랑 은퇴한 노부부들만 받으며 살겠다며.
그 꿈은 다 어쩌구 이런데서 접시닦이나 하며 살겠다는거야? 어?
태준 : 그게 내가 살길이니까.
진영 : 뭐?
태준 : 이루지 못할 꿈 안고 사느니 현실에서 접시닦이 하며 사는게 훨씬 행복하니까.
진영 : (보면)
태준 : 그 일이 일어난 뒤로 어느 호텔에서도 날 받아주지 않았어. 난.. 전과자였으니까.
일급호텔을 고사하구 삼류호텔에서두 날 거절하드라. 마지막으루 거절당한 호텔에서 나오면서..
내가 어떤 다짐을 했는지 알아? 다시는.. 다시는 호텔에 돌아가지 않겠다.. 그거였어.
진영 : (본다. 보더니) 그래서.. 나한테서도 떠났던거야?
태준 : ! (본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면)
진영 : (이내 감정 수습하면서 얼른) 아니 됐어. 그 말은 못들은걸루 해.
태준 : (본다)
진영 : (시선을 피하며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태준에게 넘겨주며) 받아. 태준씨거야.
사장님 돌아가실때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거래.
태준 : (내려다 본다)
진영 : (묵고 있는 호텔 명함을 그 위에 얹어주며) 혹시라두 마음 바뀌면 여기로 연락해. 난.. 내일 아침 떠날거야.
(그러더니 끝내 시선 마주치지 않은채로 돌아서서 간다)
태준 : (그런 진영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고 서류를 펼쳐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자신의 인사기록카드. 거기엔 아직도 직책이 총지배인으로 되어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태준... 그 뒤로 듣고 있던 제니, 조용히 프레임-아웃 된다.
S#46. 호텔 로비. (진영이 묵고있는)
터벅터벅 걸어오는 진영. 엘리베이터가 도착한걸 보고 얼른 뛰어와 올라탄다.
S#47. 엘리베이터 안.
진영, 실례합니다. 말을 하며 마지막으로 올라탄다. 그 뒤로 이미 올라타 있는 동혁과 엄실장.
엄실장, 먼저 진영을 알아본다. 빠꼼히 쳐다보는데 갑자기
진영 :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미쳤어 미쳤어. 그런 말을 왜해..
동혁 : (? 본다)
진영 :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기대서서 세상 끝난것 처럼 한숨만 푹푹)
동혁 : (그런 진영을 재밌는 표정으로 계속 본다)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진영,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벅터벅 내려선다.
동혁 진영이 안보일때까지 쳐다보는 위로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엄실장 : 엊그제 식당에서 그 여자 아닙니까? 맞죠?
동혁 : (잠시 생각하다가) 엄실장. 좀 전에 그 여자.. 몇호실에 묵고 있는지 혹시 알 수 있을까?
엄실장 : (? 보는 위로)
룸서비스E : 룸서비스!
S#48. 진영의 호텔방.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룸서비스 직원.
진영 : 어? 룸서비스 시킨 적 없는데?
룸서비스 : (준비된 카드를 진영앞에 내민다)
진영, 카드를 펼쳐보면 그저 이니셜로만 D.H.라고 써있을뿐.
진영 : 이거 정말루 제 앞으로 온거 맞아요?
룸서비스 : 룸넘버 4026. 확실합니다. (테이블에 세팅을 마치고) 그럼 맛있게 드십시요. (나간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쳐다보는 진영, 순간 근사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영, 손으로 하나를 집어먹어본다. 맛이 좋다. 이왕 온거..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작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뭔가를 발견! (조미료통같은 거) 직업의식이 발동, 메모지를 가져다 적기 시작한다.
그러다 아예 그 조미료통을 가방속에 쏙 집어넣어버린다. 그래놓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괜히 주위를 쓱 돌아본다.
S#49. 태준의 집.
제니, 후라이팬에 뭔가 지글지글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방안쪽을 살핀다.
S#50. 방 안.
문을 빠꼼히 열고 들여다보느 제니.
제니 : 오믈렛 만들었는데 안먹을래요?
태준 : ...
제니 : 출근 안할거야?
태준 : 넌 아직까지 안나가구 뭐했어?
제니 : 쿠킹.
태준 : (돌아보며) 어쩐일이야?
제니 : (그냥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이는데)
그 때 문두드리는 소리. 태준과 제니, 동시에 돌아본다.
제니 : 아까 그 언닌가봐. (그러더니 후다닥 뛰어나간다)
S#51. 거실.
제니 "후이즈 잇!"하고 문을 여는데 갑자기 문을 밀어부치며 안으로 뛰어드어오는 깡패들.
태준, 재빨리 달려나오지만 이미 깡패들손에 잡힌 제니.
태준 : 그 애한테 손치우지 못해!
깡패1 : 그 전에 우리 약값부터 해결을 해야지.
순간 태준, 깡패1한테 육탄전으로 덤벼들면 몇차례 오고가는 주먹질, 곧 바닥에 뻗고마는 태준,
깡패1, 그 위로 총을 꺼내 겨눈다.
제니 : 안돼!
태준 : (숨을 몰아쉬며 보면)
깡패1 : 돈 어딨어?
태준 : (본다. 보는 시선에서)
S#52. 진영의 호텔 방.
쿵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 짐을 싸고 있던 진영, 누구지? 하고 얼른 뛰어나가 보면
쿵! 문이 열리면서 비틀..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 여기저기 맞아서 입술까지 터져있다.
진영 : (놀라서) 태준씨..!
태준 : (어깨를 붙잡고) 나 좀 도와줘야겠다. 돈이 필요해.
진영 : 돈? 얼마나?
태준 : 우선 삼천불.
진영 : (얼른 가방안을 뒤적여 돈을 전부 꺼내보며)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태준 : 제니가 좀 곤란하게 됐어.
진영 : (멈칫.. 순간 표정 굳어지며 돌아본다) 제니? 한집에 있던 그 여자? (순간 도로 돈을 집어넣고 가방을 닫는다) 나 돈없어.
태준 : 진영아.
진영 : 대체 내가 왜 그런 돈까지 빌려줘야하는데?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세가지만 대봐.
태준 : 첫째 우린 친구니까. 둘째 우린 친구니까. 그리구 셋째 우린 친구니까.
진영 : 허, 친구우. 그래, 태준씨 편할때만 친구지 우린.
태준 : 제니 그 아인 내 고등학교때 은사가 부탁한 아이야. 나한테 처음으로 호텔업에 눈을 뜨게 해주셨던 분.
퇴직한후에 미국에 와서 입양됐다가 잘못된 아이들을 쭉 보살피고 계셨어. 제니도 그런 애들중 하난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나한테 후견인자릴 맡긴거야. 이제 알겠니?
진영 : (본다. 일단 수긍은 가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어쨌든 삼천불은 큰돈이야.
태준 : 그래서. 안빌려주겠단거야?
진영 : 아니. 빌려줄께. 대신 나하구 같이 서울로 가.
태준 : 뭐? 진영 싫음 말구. 나도 더 이상 치사하게 안붙잡어.
태준 : (본다. 어이없게 보더니 손을 내민다)
진영 : 가는거야?
태준 : (손을 내민채로) 어서 줘.
진영 : 가는거냐구우.
태준 : 그래 가. 간다구. 그러니까 어서 이리 내!
진영 : (순간 반색하며) 정말이지? 약속한거지?
태준 : (보더니 가방을 뺏어들더니) 독종.
진영 : (씩 웃으며) 언젠 친구라며.
태준 : (본다. 어이없이 보는 시선에서)
S#53. 태준의 집전경. (밤)
S#54. 집안. (밤)
완전히 부서진 가재도구며 난장판이 된 집안.
태준, 넋나간 표정으로 집안을 한번 휘둘러본다. 한쪽에 미안한표정으로 서 있는 제니.
제니 : 쏘리. 잇츠 마이 펄트..
태준 : 됐어. 어차피 이 집을 떠날때가 된거지 뭐.
제니 : (? 보면) 떠나요? 어디루?
태준 : LA에 아는 사람 있는데 거기에 너 있을곳 정돈 부탁할 수 있어. 일단 짐부터 챙기자. 꼭 필요한것만 간단하게 챙겨.
제니 : 나우?
태준 : 그래. 지금 당장.
S#55. 주차장. (밤)
트렁크에 간단하게 제니의 가방과 자신의 가방을 싣는 태준. 제니, 마지막으로 큰 가방을 하나 가지고 온다.
제니 : 라스트 원이예요.
태준 : 침낭은 가지구 타. 차 안이 추울지도 모르니까.
제니 : 오케이. (그러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본다)
태준 : (트렁크를 쿵! 닫고 고개를 드는데)
바로 그 앞에 서 있는 진영. 그 옆으로 짐까지 보인다.
진영 : 이럴줄 알았지. 어쩐지 너무 쉽게 마음을 돌린다 했어.
태준 : (겸연쩍게 시선 돌리면)
진영 : (차 뒷문을 열고 트렁크를 싣는다) 잘됐네. LA발 비행기니까 이거 타구 LA까지 가면 되겠어.
(그러더니 조수석으로 올라타며) 뭐해? 빨리 안타구.
제니 : (태준을 본다)
태준 : (긁적긁적) 타라. 제니야.
제니 : (뒷좌석에 올라탄다)
태준 : (운전석에 올라타면)
진영 : (벨트를 메며) 졸지말구 운전해. (그러더니 그대로 의자를 밀고 눈을 감는다)
태준 : (한숨..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한다)
출발하는 차.
S#56. 호텔 전경. (아침)
S#57. 스위트.
면도를 하고 있던 동혁, 안으로 들어오는 엄실장을 흘끗 본다.
동혁 : 어떻게 됐어?
엄실장 : 어젯밤 늦게 체크-아웃을 했답니다. 원래 예약됐던 날짜보다 일찍 떠났다는데요.
동혁 : 그래..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수건으로 거품을 마저 닦아낸뒤) 짐 다 챙겼으면 우리도 떠나지.
엄실장 : 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동혁 : (전혀 감정없는 얼굴로 외투를 입기 시작한다)
S#58. 도로.
사막한가운데 길게 뻗어있는 도로. 거의 차가 다니지 않는 가운데 태준의 차가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다.
S#59. 달리는 차 안.
운전하고 있는 태준, 그 옆에 진영 그리고 그 뒷좌석에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제니.
진영 : 저기 말야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혹시 어제 나한테 룸서비스같은거 넣은적 있어?
태준 : 누가? 내가?
진영 : 아니야?
태준 : 그럴 돈이 어딨어. 아니야.
진영 : (스치는 실망감.. 그럼 누구지? 하는데)
제니 : 저기.. 나두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태준오빠.. 한국에 갈거예요?
진영 : (동시에) 어.
태준 : (동시에) 아니.
동시에 말해놓고 동시에 마주보는 진영과 태준. 제니, 그 두 사람을 번갈아보면.
진영 : 아니라니? 같이 가기로 했잖아.
태준 : 어젯밤엔 어쩔수 없었어. 니가 하두 강하게 밀어부치니까.
진영 : 그래서. 정말 안간다구?
태준 : 미안하다. 그 돈 삼천불은 한달안으로 갚을께.
진영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하는거야?
태준 : 글쎄 미안하다니까.
진영 : 태준씨 오기만 목빠져라 기다리는 사람들은? 사장님이랑 주방장님, 그리구 다른 호텔식구들은?
그 사람들이 지금 어떤지 생각해봤어?
태준 : 그만하자.
진영 : 호텔이 넘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온가족 생계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야. 그런거 생각해봤냐구.
태준 : 글쎄 그만하자니까! 아무리 그래두 난 안가. 못가. 알아?
진영 : (보면)
태준 : 호텔하구 담쌓구 산지 삼년이야. 이런 내가 다시 돌아가서 뭘 어떻게 바꿀 수 있는데?
나하나두 대책없는판에 무슨 수로 호텔을 살려. 나 자신 없어. 됐어? 이렇게 꼭 내 입으루 말해야 속이 시원하겠니?
진영 : (부아가 치민다) 바보! 멍충이!
태준 : 그래. 나 바보야. 멍충이야.
진영 : (본다. 노려보더니) 차 세워.
태준 : 뭐? (본다)
진영 : 나 내릴거야. 태준씨하군 단 일분도 같이 있기 싫어. 차 세우라구 어서!
태준 : 사막 한가운데서 뭘 어쩔려구.
진영 : 세우라니까!
태준 : 좋아 그래. 맘대루 해! (그러더니 끽! 차를 세워버린다)
진영 : (진짜 세워? 좋아. 그대로 차문을 열고 내린다)
급하게 내리다 그만 치맛자락(또는 바지자락)이 걸려 튿어진다. 그러나 그것도 모른채 내려버린뒤 쿵! 차문을 닫는다.
거의 동시에 급출발해버리는 태준의 차. 진영, 기가막혀 본다. 진짜 가버리다니.. 그러다
진영 : 야! 내 가방! 내 가방 내려놓구 가!!
그러자 저만치 달려가던 태준의 차, 멈춰선다. 진영 ?해서 보면. 달랑 진영의 가방만 밖으로 던져버리더니 다시 출발해버린다.
진영 : (기가막혀 보다가) 야아아아!!!! 이 나쁜놈아아!!!!! (멀어지는 차를 향해 헛발질을 해본다)
S#60. 달려오는 태준의 차안.
태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앞만보며 운전하고 있다.
제니, 뒤를 한번 돌아본다. 이미 진영은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 와버린 상태.
제니 : (흘끗 보며) 좋아하는구나?
태준 : ...
제니 : 됐어요. 그만하구 다시 돌아가요. 사실은 가구싶으면서..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급정거해버리는 차. 제니, 거의 앞으로 튀어나갈뻔하다 다시 제자리에 앉으며 보면
태준, 핸들을 꽉 잡은 채 앞만 바라본다. 몇초쯤 그러고 있더니 차 기어를 바꾸고 차를 돌린다.
제니, 빙긋 웃는다.
S#61. 외진 도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진영. 한손엔 가방을 메고, 다른 한손으론 트렁크를 질질 끌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화나고 분하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 먼지묻은 손으로 문질러 닦는다.
그 때 저 뒤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리무진.
진영, 소리에 돌아보더니 얼른 손을 들어 차를 세운다. 그대로 진영을 지나쳐버리는 리무진.
진영, 낙담해서 쳐다보는데 저만치 가서 멈춰선다. 다시 후진해서 진영앞까지 와 멈추면
짙은 썬팅창문이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얼굴.. 엄실장이다.
엄실장 : 어디까지 가십니까?
진영 : (너무 반갑다) 어머 한국분이시네요? 저기.. LA까지 가는데요.
엄실장 : (본다. 문을 열어준다) 타세요.
진영 : 감사합니다.
S#62. 다시 달리는 리무진 안.
안에 올라탄 진영,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낸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동혁, 풀풀 일어나는 먼지에 가볍게 기침을 한다.
그제야 진영, 얼른 손을 멈추고
진영 : 죄송합니다.
엄실장 : (흘끗 진영의 튿어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다리로 시선을 주면)
진영 : (그제야 뜯어진 부위 발견, 얼른 손으로 가리면)
엄실장 : 아니 아가씨 혼자 그 사막 한가운데서 뭐하구 있었어요?
진영 : LA가는 차를 잡고 있었어요.
동혁 : (그 말에 진영을 보면)
진영 : (씩 웃으며) 친구하구 같이 LA에 가던 길이었는데 도중에 말다툼을 했거든요. 그래서..
엄실장 : 그래서 아가씰 버리구 혼자 가버린거예요? 허허 친구란 사람두 성격이 보통 아닌가보네.
진영 : 암튼 운이 정말 좋았어요. 이 넓은 미국땅에서, 그것두 사막한가운데서 때마침 한국분들을 만나다니..
진짜루 대단한 우연이네요. 그렇죠? (하는데)
동혁 : 세상에 우연은 없습니다.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을뿐이죠.
진영 : (? 보면)
동혁 : (보며) 그래, 룸서비스는 맘에 들던가요?
진영 : ! (순간 멍해져서 본다. 표정에서)
S#63. 도로.
달려가는 리무진. 그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태준의 차, 그대로 리무진을 스쳐지나간다.
진영을 내려줬던 지점쯤에서 멈춰서는 태준의 차.
태준,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휘이이 황량하게 지나가는 사막의 바람.
태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텅빈 도로를 바라본다. 시선에서.
S#64. LA전경.
S#65. 작고 깨끗한 햄버거가게 일각.
태준, 식당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고 있다. 통화가 안되는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테이블로 가면 앉아있는 제니.
제니 : 아저씨, 안다는 사람하구 통화됐어요?
태준 : 어? 어어. 지금 출장갔대나 봐. (얼버무리듯) 다 먹었어? 그만 일어날까?
제니 : 나.. 할 말 있어요.
태준 : (보면)
제니 : 저기 나.. 한국에 데려가면 안되겠어요?
태준 : !
제니 : 나 한국에 가보고 싶어요. 내 친엄마랑 친아빠도 찾고싶구.. 아이 노. 그 동안 아저씨 속 많이 썩힌거.
이번에도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알아요. 미안해.
태준 : 제니야..
제니 : 나 한국에 데려가면 잘할께. 만약 또 내가 말썽 피우면 그 때 다시 미국으로 쫒아내요. 그럼 되잖아.
태준 : (대답을 못하는데)
제니 : 플리즈.. 더 늦기전에 그 언니 찾아봐요. 묵을만한 호텔에 다 전화해보면 되잖아. 네?
태준 : (제니를 본다. 시선에서)
S#66. 공항 호텔 전경.
S#67. 호텔안 고급 레스토랑.
훨씬 깨끗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는 진영과 동혁,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진영 : 그렇게 된거군요. 그 때 그 레스토랑에서.. (겸연쩍게) 그게 제 단점이라니까요.
뭐 하나만 잘못된걸 봐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어딜가나 문제예요.
동혁 : (본다)
진영 : 사실은.. 그래서 친구랑도 싸운거예요. 수 틀리면 앞뒤 안가리고 맘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주구.
그리고 금방 후회하구 말이죠.
동혁 : (보며) 그 친구 걱정이 되는 모양이군요.
진영 : (얼른 얼버무리며 시선을 돌리면)
동혁 : (본다. 잠시 뜻모를 표정으로 보더니 이내 분위기를 바꾸며) 진영씬 서울에서 무슨 일을 합니까.
진영 : (보며) 호텔에서 근무해요.
동혁 : 호텔이요?
진영 : 네. 혹시 서울호텔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동혁 : (멈칫.. 진영을 다시본다. 보며) 들어본것 같군요. 최근들어 사정이 별로 안좋다는 소문이 있든데..
진영 : 네. 하지만 곧 괜찮아질거예요.
동혁 : (보면)
진영 :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는 세상이 됐지만 저희 호텔은 돈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게 아주 많거든요.
언제 서울에 오시거든 한번 들러주세요. 최고의 서비스가 뭔지 확실히 보여드리죠.
동혁 : (본다) 그러죠. (묘한 시선에서)
S#68. 호텔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과 제니. 프론트쪽으로 다가서서
태준 :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요, 서진영씨 지금 방에 있는지 확인해주시겠습니까.
여직원 : 지금 외출중이십니다. 메모 남겨주시면 전해드리죠. (메모와 연필을 내밀면)
태준 : (잠시 받아들고 뭘 쓸까 고민하는데)
제니 : (호텔안을 휘 둘러보다가) 어?
태준 : (제니가 보는쪽을 같이 돌아보면)
동혁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진영.
제니 : 언니!
진영 : (소리나는쪽을 보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 제니와 그 뒤로 보이는 태준.
진영 : 태준씨...!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서다가 멈칫. 아차.. 지금은 화내야 할 순간이다, 이내 퉁명스럽게
진영 : 어떻게 알구 찾아왔어?
제니 : 호텔마다 일일히 다 전화해봤어요.
태준 : 어쨌든 다행이다. 무사해서.
제니 : 언니가 없어져서 아저씨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진영 : 찾으러 올때까지 누가 기다리고 있을줄 알았나부지?
내가 누군데, 사막한가운데 떨어뜨려놔두 멀쩡히 살아 돌아올 사람이야 나. 알어?
태준 : (웃으며) 그래 너 잘났다. 너 독종이야.
진영 : (그 웃음이 미워 곱게 흘겨보는데)
태준 : 서울엔 언제 떠나니?
진영 : 내일 아침 일찍.
태준 : 그래? (보며) 아직 자리 두개정돈 남아있겠지?
진영 : (멈칫..) 뭐?
제니 : 같이 갈거예요 우리.
진영 : (순간 금새 표정 환해지며 태준을 본다) 진짜야? 진짜 같이 가기루 한거야?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꼭 끌어안아버린다, 그리고) 잘 했어. 정말 결정 잘한거야.
태준 : 야.. 야아.. (어색어색! 그저 두 팔이 어색하기만 한데)
제니 : (그런 태준과 진영을 보며 웃는다)
떨어진 곳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는 동혁, 표정없는 시선에서.
S#69. 동혁의 호텔방.
동혁, 어둠속에 혼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더니 갑자기 전화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다.
동혁 : 엄실장, 난데. 그 서울호텔 인수건 말이야. (간격을 두고) 지금 김회장한테 연락해. 그 프로젝트.. 내가 맡기로 했다구.
표정없는 동혁의 얼굴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