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일주문이 있건만 네비의 친절한(?) 안내로 거꾸로 거슬러 천왕문으로 진입했다. 동행한 사랑초님은 엄청 깔끔한 분 같았다. 항상 차에서 먼저 내려 같이 갈려고 기다려도 금방 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나중에 나갈 때 정방향으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주차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분들과 동행은 고통일텐데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군산시 소룡동 은적사. 2개의 창건 설화가 전해오지만 의문이 간다. 그러면 뭐 문제인가? 도시 속의 가람이라기 보다 공원 쉼터 같은 절집이었다.
"은적사(隱寂寺)는 천방사(千房寺) 또는 선림사(禪林寺)라고도 하였다. 이 절은 613년(진평왕 35)에 원광(圓光)국사에 의하여 창건된 것으로 전해온다. 또 하나의 창건설화는 백제 말기 이전에 창건되었다는 것이다. 신라가 당과 연합하여 백제를 침략하였을 때로 보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소정방이 백제를 치기 위하여 13만 대군을 이끌고 금강하류에 상륙하여 백제를 공략하려고 설림산 인근의 천방산 아래에 상륙했는데 짙은 안개가 끼어 시계가 막혔으므로, 이 산에 올라 산신에게 기도하면서 안개가 사라지게 하여주면 이 산에 천사(千寺)를 짓겠다고 서약하자 안개가 걷혔다고 한다.
그리하여 절을 지을 자리를 둘러 보았으나 워낙 지세가 협소하였으므로 부득이 주춧돌 1,000여개를 여러 곳에 놓고 1개 사찰만 지은 뒤 이름을 천방사(千房寺)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 이미 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의하면 정확한 창건년대는 알 수 없으나 백제 말 신라가 침입하기 이전에 이미 이 곳에 절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전통사찰정보
천왕문 안쪽 근래에 조성한 부도
은적사 답사의 목적이 목조 삼존불을 뵙기 위한 것인데 대웅전 중정에 놀랍게도 두 기 탑이 반긴다. 근세에 조성한 탑이 아닌 듯하여 유심히 보았다. 두 탑 사이의 지장보살님은 왜 조성하였는지? 멀리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극락천도를 염원하고 계실까?
현재는 삼층석탑의 형태이나 알송달송한 탑이다. 탑신의 비례도, 위치, 3층 몸돌의 높이등으로 미루어 5층탑으로 단정 지우고 귀가해 자료를 검색해보니 고려 시대에 조성된 ‘선종암 오층석탑’이라고 한다. 1.3층 몸돌에는 보수한 흔적이 보이고, 얕은 우주도 몸돌에 새겨져 있다. 낙수면 크게 급하지 않으며 층급은 3단이다.귀에는 반전이 뚜렷하다.
절 근처에 있었던 선종암의 탑이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설림산의 동쪽 기슭에 있었던 선종암은, 백제 말기 당나라가 신라와 손을 잡고 백제를 침략할 때 소정방이 이 지역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고 짙은 안개가 끼자 이 선종암을 찾아가 그 곳에서 수도하고 있던 자장율사의 도움을 받아 안개를 걷히게 했다는 연기설화를 가지고 있는 사찰이다.
그런데 1914년 이 지역에 군산시의 상수도용 수원지가 개설되면서 선종암도 수몰지구에 들어가게 되어 폐사되고 말았다. 이에 절에 있던 불상 등은 은적사로 옮겨지고, 여기에 있던 삼층석탑은 수원지 사무소 옆으로 옮겨졌으며, 1976년에 와서야 현재의 위치인 은적사 경내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한다.
오층석탑. 근래 조성된 전각 일색인 은적사에서 고풍을 풍기는 이 탑도 역시 비례,체감이 정연하지 못하다.탑의 기단부는 제 모습이 아니며, 몸돌은 하나의 돌이고 우주가 흼하게 남아 있다. 낙수면 경사는 심하며 처마끝의 반전도 심하다. 조성시기는 조선 후기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자일까? 해태일까? 벽사의 상징물이다.
대웅전은 근자에 중수한 듯 화장기가 짙다.
불단에는 석가여래상을 주불로 문수, 보현보살을 협시로 봉안하였다. 주불은 인조 7년(1629)에 조성한 것으로 개금하였다. 삼존불은 1937년 허옹선사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서,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금산사 인근의 절에서 가져온 조선 후기의 불상이라고 한다. 개금할 때 이 불상에서 『다라니경』과 오곡 등의 복장물이 발견되었다고 하나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시골 고향도 예전 같은 분위기를 찾을 수 없듯 절집도 지나친 불사의 영향으로 고풍스런 맛이 점점 사라진다. 은적사 역시 세태를 피해갈 수는 없지만 고향 동구의 느티나무 처럼 은적사 경내에도 오래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객을 반긴다. 세월의 연륜을 깊히 간직한 마디마디에는 옛추억이 가득하다.
은적사에는 삼존불, 두 기의 오층탑보다 두 그루의 늙은 할아버지 나무로 인해 군산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존경 받으며, 평안을 주는 쉼터로 자리 할 것이다. 그런까닭에 은적사는 절집이 아니라 향기로운 공간으로, 영원히 시민들의 동반자로 남을 것이다.
2008.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