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모험가,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고, 겸허해지는 길
(탐험은 하되, 위험을 자초해서는 아니된다.)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근래 들어와서 때없이 내리는 비로
산천이 망신창이가되어가고 있지만, 그때만해도 환경파괴가
덜하여 산천이 그래도 안정감이 있었고, 계절이 뚜렷해서
래프팅을 하는 인구가 많았었다. 겨울철에는 스노우보드나
스키를 타고, 봄가을에는 조깅이나 인라인스케이트(롤러스케이트),
피크닉, 여름에는 캠핑, 래프팅, 수상스키로 활동 영역이 거의
틀을 갖추고 있었다.
내린천이나 동강도 인제와 영월 등 강원도에 수마가 할키고가기
전에는 수심도 깊고, 그에 따라 수량도 풍부해서 사시사철 물고기들의
낙원이 되어주기도 했다. 1990년대 초.중반의 내린천이나 동강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물이 온전하게 살아있었고
힘이 있었다. 내린천의 수심이 예전보다 1M이상 얕아졌고, 동강도 수심이
2m이상 낮아져서 예전같지 않지만, 내린천의 경우는 그나마도 아직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급류를 자랑하고 있기는 하다.
1990년대 초반에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다가 만났던 분이 마침
식물이나 모험여행에도 조예가 깊으셔서, 시즌이 끝나면 함께
여행하기로 했던 약속은 장마철에 이행이 되었다. 지리산 피아골로
지억되는데, 평시에는 별로 물이 많지 않아서, 산장 앞의 계곡을
건너는 일이 대수롭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무모했지만,
장마철 물이 아주 많이 불어난 골짜기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물에
몸을 던지는 모험을 감행했었다. 물이 사납게 구비치고 있었지만,
그속에 들어가도 별로 위험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그런 모험을
강행하게 만들었었다. 일단 물에 뛰어들어보니, 급류수영이고 뭐고가
없었다. 그냥 바로 물속으로 잠겨서 떠내려가는데, 급류속에 그렇게
많은 바위가 있는 줄 그때 알았다. 물속에 몇 번이나 잠기고나서
위로 솟구쳐 오를 때, 물이 휘돌아쳐나가는 여울목에서 간신히 나무를
잡고 밖으로 나갈 수가 있었다. 겨우 살아남아서 친구가 기다리는
산장에 올라갔더니, 어떤 공무를 담임한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친구는 익사체가 발견되어서 그 사람들이 올라왔다고해서, 내가 죽었는
줄 알았다고했다. 불과 몇십 분 전에 바로 그 계곡을 건너다가 어떤
청년이 희생되었다는 것이었다.
물이 불어난 계곡을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다.
겨울산에 물이 얼어붙은 계곡에서 얼음을 타다가 멈출 길이 없어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에 얼음밖으로 조금 돌출된 바위를
잡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 바위를 잡고서 살아
남았던 이래도 최대의 고비를 그렇게 넘겼다. 바위를 손톱으로
긁다시피 잡아서, 손톱이 뒤집어질만큼 급박했던 상황과 맞물려서
인간의 무기력한, 그 한계에 대하여 심오한 성찰을 갖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건 스노우보드를 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크기의 모험이었다. 스노우보드를 모험이라고 하지 않지만,
야생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기에 겸허해야하고, 그곳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대응 능력이 있어야한다.
1990년대 중.후반에 전국에 걸친 호우로해서, 내린천은 물론,
동강도 물이 범람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모험가인 어떤 분에게
연락을 취하여, 래프팅을 할 곳이 없느냐고 했더니, *** 계곡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곳에서 래프팅을 한 적은
없지만, 트랙킹을 수도 없이 했던 곳이라서 물길을 안다는 것이었다.
차량으로 ***계곡을 지나면서 잠시 주차시키고, 계곡을 내려다
보았다.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물을 보니, 그 흐름이
매우 순하게 보여서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초창기 스노우보드 멤버로 겨울시즌을 즐겼던
사람들과 함께 그 분들은 또한 래프팅 등으로 유대관계가 형성되신
분들이었다. 그래서 겨울시즌을 함께 즐기면 몇 몇 분과 함께
모험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준비체조를 하고, 몸에 착용할 안전장비와 보트(래프트)를 점검하고나서
차례대로 보트에 승선했다. 물살이 워낙에 빨라서 보트를 잡고 있는
것도 힘겨웠고, 승선이 이루어지지마자, 보트는 거침없이 아래도
질주?하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전복이 되었다. 느낌상으로는 출발하자
마자, 바로 전복이었을만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보트가 뒤집히면서,
재빨리 보트를 잡아서 원복을 시켰고, 이때 함께 승선했었던 여성분
(현재 보드와래프팅의 창립멤버)에게 패들을 거둘 것을 요청했다.
보트가 있어야만 수습이 되고, 패들이 있어야만 앞으로 남은 급류들을
헤치고 나갈 수 있기때문이다.
그런데, 또다른 여성 두 분이 저 아래 급류에 휩쑬려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곳은 내린천이나 동강과 같은 인증받은 래프팅코스가
아니었기에, 아랫쪽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지 알 길이 없었다.
보트를 수습하느라고 이미 지친 상태이지만, 다른 분들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크롤과 횡영으로 그 분들에게
다가가는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물살이 너무 빠른데다가 두 사람이
서로 붙잡고 있어서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지만 잘 안 되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수시로 홀, 에디 등 역류성 급류가 이어져서
그 분들이 그 속에 잠기지 않도록 힘껏 밖으로 밀어내주고, 나는
그 속에 빨려들어가고, 다시 그 분들을 밖으로 밀어내주고, 다시
물속에 빨려들어가기를 반복하였다. 만일 내린천이었다면 즉시
구호가 가능하고, 단체로 하기때문에, 전혀 위험한 상황을 만날 수
없을테지만, 당시 그 곳은 우리가 탄 보트만 한 대 떴을 뿐이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고, 오로지 내 힘으로만 그들을 구해야했다는
점이다. 보통 래프팅코스에서는 사람이 떠내려가는 것을 익수자라고
하거나 구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많이 불어난
***계곡에서의 나의 행동은 구조라고해도 좋을만한 것이었다.
간신히 그 분들을 물가로 끌어내서, 갯버들을 잡게하고나서
뒤따라온 래프트에 승선시킬 수가 있었다. 그때 래프트를 조종하셨던
분은 아웃도어 레포츠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능력자였지만,
당시에 다소 위험했던 상황은 그만큼 자연의 힘은 때때로 불가항력적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2.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하여 나는 수없이 많은 모험, 체험, 경험을
하였고,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무수한 모험을 하였었다.
적어도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신 분들은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위험구간에서는 항상 내가 앞장서서 그곳을 탐사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위기관리능력, 상황대처능력이 남다르다고
하는 것은 내가 남들보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만한 모험, 탐험,
도전을 해왔기때문이다. 요즘은 동호회를 통하여 래프팅도 하고,
스노우보드나 인라인강습을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하다못해,
세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른 분들은 나와 다르고, 위험이
뭔지도 모를만큼 도시생활에만 익숙했던 분들이라서, 그 분들이
멋 모르고 래프팅이나 기타 인라인을 배우고나 스노우보드를
다른 단체에서 배우기보다는 그와 관련해서 무수한 강습경험,
인솔경험을 가지고 있는 보드와래프팅에서 함께 하시라는
안내를 드리고 싶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연앞에서는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보드와래프팅에서 강습 등을 무료로 하니까, 그저 동호인끼리
아무렇게나 즐기는 그런 카페로 잘못 알고 오셨다가, 보드와
래프팅이 전문가들이 이끄는 특별한 단체임을 알고 놀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분들은 보드와래프팅에 오랫동안 머물러
계신다. 한두 해 잠깐 머물거나 겨우 몇 번 대충 나왔다가
현실에 안주하지 마시고,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습득해야하고,
경험해야할 것들을 강습받으시기를 바란다.
인간은 저마다 잘난 체를 하지만, 자연 앞에서 잘났다고
하는 것은 교만일 뿐이다. 누구나 다 덧없이 늙어가다가,
어느 순간에 죽어버린다.
인간이 태어난 것은 많은 경험(도전, 모험)들을 통하여,
수천 개가 넘는 세계를 열만한 능력을 가지고 사후에
대비하라는 사명에 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 사회적으로 권세나 명예, 인기를
많이 얻고 있으나, 자연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인생들이 있다.
그리고 자연과 괴리된 주제에 사회적으로도 아무런 권세도 없고,
명예나 존경을 바탕으로하는 인기도 없는 존재들은 스노보드나
인라인을 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니, 그것을 타더라도 혼자서만
즐기면 되겠다.
남을 가를친다고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되기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과정을 거쳤기에, 정신영역이 견실함을 나타낸다.
오로지 자연속에서 얻은 모험, 탐험, 경혐의 결과로서만 남을
가르칠 수가 있다. 하지만 알량하게 보드타는 법, 인라인을 타는
법을 짧은 시간에 대충 배우고 자격증이라는 것을 따서는 남을
가르친다. 알고보면 실제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들은
남을 가르쳐서는 아니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라인강습, 스노우보드강습을 해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내 자신도 항상 그런 관점에서 배우고 익히고,
비수기에는 모험과 탐험을 통하여 품은 기운을 더욱 맑고 강건하게]
하여, 수강자들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첫댓글 대자연을 한번도 마주하지 않은 사람은
대중의 관점에서 아무리 능력있고,
사회안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일지라도,
그 생명의 가치는
잡초 한포기, 벌레 한마리보다
수십,수만배나 진정 없음을
점점 실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