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안면도 '바람아래 해변'
시간의 눈썹과 모래의 눈썹이 보이는 곳
이름도 특이하다. '바람아래해변'이라니...안면도에는 특이하고 재미있고 예쁘기도 한 지명들이 여러곳 있다. 드르니항, 두에기해변, 가경주마을, 좁쌀여, 쌀썩은여, 병술만마을, 조개부리마을, 섬옷섬 그리고 바람아래해변 등등. 이름의 유래를 일일이 설명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정도다.
바닷바람이 모래언덕(沙丘)을 만들고, 바람은 자기가 만든 사구를 내려다보면서 신나게 춤추면서 노는 곳. 안면도 최끝단해안이다.
해수욕장이 예쁘고, 할미섬 곰솔림도 울창하고, 할미바위 전설도 듣고, 멀리 새로 생긴 원산안면대교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바람과 함께 신나게 놀 수 있는곳. 용이 승천할 때 바람과 조수변화를 일으켜 지금의 모래사장과 모래언덕을 만들었다는 신비로운 전설까지 더해지는 곳이다.
시집 <사평역에서> 및 <전장포아리랑> 등으로 잘 알려진 곽재구 시인은 그의 산문집 <포구기행>에서 '바람아래 해변'에 대해, "이곳에서는 바람의 눈썹이 보였다. 시간의 눈썹과 모래의 눈썹 또한 보였다. 한없이 아늑하고 고요했으므로 그들이 지닌 눈썹 몇개가 하늘로 올라가 낮달의 영혼과 만나는 모습도 보였다."고 썼다. 곽재구 시인은 또, "나그네는 모래언덕 위에 누워 다시 타고르를 읽었다. 어쩌면 이곳의 미세한 모래언덕은 지상에서 가장 평온한 시간들의 가루의 퇴적인지도 모른다. 타고르를 읽는동안 이곳 바다에 노을이 찾아왔다. 아시는가 그대, 구름이 많은 날의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바람아래 세상의 뭇 삶들의 꿈은 기실 얼마나 아름다운지를"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는 "저 너머 강둑으로 가고 싶어요/여러 척의 나무배가 줄지어/대나무 말뚝에 묶여 있는/저 강둑으로(후략)"라고 읊은 타고르의 시 <멀고 먼 강둑>의 일부구절을 인용하면서 이곳 바람아래 해변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나도 곽재구 시인의 꼬임(?)에 빠져 무심코 '바람아래해변' 입구에 들어섰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성우라는 시인은 또 이곳 바람아래 해변을 그의 여행산문집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에서 "바람아래라는 이름 참 예쁘지요? 당신과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독극물처럼 지독하게 보고싶은 당신"이라 썼다.
나도 잠시 바람 아래에 서서, 모래언덕 위에 누워 그 바람놀이에 끼어들었다. 파도를 몰고 달려오는 바람. 내겐 그 바람이 엉뚱하게도 '고요' 그 자체로 보였다. 숨소리도 들리지않게 속삭이면서 지나가는 바람. 난 그 바람과 진한 사랑을 속삭였다. 아무도 듣지못하게, 바람과 나 사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잔잔함으로....
그런데 아쉽게도 바람아래 해변 '할미섬' 일원은 생태계보호를 위해 2028년까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해수욕장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이 지역은 멸종위기2급 '표범장지뱀' 서식처라고 한다. 이곳에는 무려 500-700개체의 표범장지뱀이 사는 국내최대의 표범장지뱀 서식지이다. 그래서 출입이 금지되는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곳 할미섬의 모래언덕을 늘리기 위해 섬주변에 대나무 또는 나무판자 울타리 형태의 '모래포집기'라는 것도 설치했다. '표범장지뱀'은 몸에 표범처럼 무늬가 있는 도마뱀인데 해안 사구에서 산다고 한다.(글,사진/임윤식)
바람아래 해변
바람아래 해변 할미섬 입구-송림이 울창한 할미섬 일대 주변이 출입금지구역
모래포집기(대나무 또는 나무판자를 세워 만든 울타리 형태)
바람아래 해변-간조시(만조시에는 이곳이 바닷물로 채워진다)
섬옷섬 전경-뒤로 2019.12.26 개통된 1.75km의 원산안면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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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해변 지도